
오늘 미사의 말씀은 하느님 사랑의 결정체이신 예수님을 보여 주십니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루카 4,18)
안식일에 나자렛의 회당에 들어가신 예수님께서 이사야서 두루마리를 펴시고 이 말씀이 쓰인 부분을 찾아 읽으십니다.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 대목에는 예수님의 사명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보내시어"
예수님은 성부 하느님에게서 파견된 분이십니다.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려 세상에 오셔서, 아버지께서 명하시는 일을 하십니다. 이사야서 내용처럼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신 것이지요.
이 세상 어둠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이 구체적 행위들의 중심에는 "하느님의 사랑"이 존재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 주시고 실천하시는 '완전한 계시'십니다.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네."(영성체송)
말씀은 그 사랑을 이렇게 적어놓았습니다. 당신 백성에 대한 애끓는 사랑 때문에 가장 사랑하는 외아들을 내주신 사랑이지요. 그 외아들은 아버지의 사랑을 힘껏 보여 주시다가 당신 자신을 희생제물로 바쳐 그 사랑을 완성하셨습니다.
제1독서에서 이 사랑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그분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1요한 4,19)
우리는 하느님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사랑하도록 창조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창조는 사랑의 행위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형제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1요한 4,21)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율법의 정신이며 가장 중요한 계명이라고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신 바 있지요(마태 22,34-40 참조). 여기서 우리는 이 두 계명이 하나로 엮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감지합니다.
누군가를 순수하고 진실되게 사랑하면, 그가 사랑하는 것을 함께 사랑하게 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는 이들, 곧 하느님 백성과 모든 피조물을 하느님과 함께 사랑하게 되지요. 나의 미숙하고 불완전하며 정화되지 못한 인간적 사랑으로가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으로 사랑하게 됩니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그 자녀도 사랑합니다."(1요한 5,1)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우리는 그 아버지의 다른 자녀들, 곧 우리 형제자매들을 사랑합니다. 그 사랑을 가장 완전하게 보여 주신 분이 예수님이시지요. 정말 사랑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더라도, 감정이나 취향으로써가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으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를 재촉합니다. 우리가 지닌 미소한 힘과 자원으로 세상을 단숨에 구할 거대한 업적을 쌓지는 못해도, 고통 속에 지쳐가는 세상에 기쁜 소식이 될 수 있습니다. 자유와 해방을 선물할 수 있고, 위로와 희망을 건넬 수도 있지요. 하느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는 이들을 함께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이면 족합니다. 그 다음에 할 일은 주님의 영께서 알려 주실 테니까요.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은혜로운 해", 희년은 우리의 작고 소박한 관심과 사랑으로 채워집니다. 하느님과 함께 예수님 사랑의 사명에 기꺼이 동참하는 벗님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올해 우리가 지내게 되는 '요셉의 해'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이 하느님의 사랑으로 더 사랑하는 은혜로운 해가 되길 빌어봅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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