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예수님께서 하느님 사랑의 의지이심을 드러내십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루카 5,12)
나병에 걸린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엎드려 청합니다. 그의 말에는 엄청난 진리가 담겨져 있습니다.
하느님의 의지는 말씀으로, 말씀은 반드시 완성으로 이어집니다. 말씀이신 예수님은 당신 백성을 이롭게 하시려는 하느님 구원 의지의 결정체시지요. 자신을 깨끗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마술이나 주문, 한갓 인간적 재주가 아니라 예수님의 의지임을 이 환자는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하고자 하시면 ... 하실 수 있습니다."
이 고백은 예수님 권능에 대한 앎이고 믿음입니다. 그는 예수님의 능력 이전에 그분 마음을 믿습니다. 아버지가 자기 자녀들의 행복을 바라고 또 목자가 양들의 안위를 챙기듯 예수님은 분명 자신의 고통을 떨쳐내주고 싶으실 거라는 확신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이 말 안에는 "당신이 원하시지 않으면 ... 저는 괜찮습니다." 하는 겸허하고 온전한 의탁 또한 담겨 있지요. 모든 것이 그분 뜻임을 그는 자신의 외롭고 한스러운 투병 생활 안에서 이미 깨달은 터입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루카 5,13)
예수님께서 그의 말 그대로에 당신 뜻을 실어 응답하십니다. 그가 여쭌 것은 예수님의 의지에 대한 것이었으니, "내가 하고자 하니"라고 당신 의지를 분명히 밝히십니다.
하느님은 하고자 하는 분이십니다. 아드님이신 예수님이 그 증거시지요. 이 세상은 당신 백성을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의지, 그분의 뜻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조급하고 아둔한 우리가 미처 못알아차릴 뿐이지요.
제1독서는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 안에서 이미 우리를 구원하셨음을 밝힙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고 그 생명이 당신 아드님에게 있다는 것입니다."(1요한 5,11)
때로는 힘에 겨운 지상의 순례 여정을 걸으며 우리가 바라마지 않는 꿈이 있다면 하느님과 함께 누리는 영원한 생명일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사랑함으로써 이미 영원한 생명을 받았지요. 하느님께서 진즉에 원하셔서 이뤄주신 구원은 예수님께서 하고자 하시면 언제든 실현됩니다. 예수님은 당연히 하고자 하시지요.
"여러분이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하려는 것입니다."(1요한 5,13)
요한서간의 저자는 때로는 질척대고 때로는 넘어지는 우리가 실은 영원한 생명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당연한 어조로 담담히 전합니다. 영원한 생명은 우리 됨됨이에 근거하지 않고, 하느님의 원하심, 예수님의 의지에 기인한 은총이기 때문입니다. 이 놀라운 진리를 오늘 복음 속 환자는 알고, 청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우리는 하느님 뜻에 달린 존재입니다. 우리에 대한 그분의 의지와 바람, 기대와 자비, 꿈이 우리를 이끌어 갑니다. 우리가 도토리 키재기 하며 볶닦거리는 생로병사와 행, 불행도 인간의 관점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복음 속 환자는 처절하게 맞닥뜨린 삶의 절벽에서 이 진리를 캐내었을지도 모르지요.
우리는 모든 것이 주님께 달린 듯 믿고 기도하면서, 동시에 모든 것이 우리에게 달린 듯 충실해야 합니다. 이 두 축이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주님께서 하고자 하시는 구원이 이루어져 갑니다. 특별히 나에게 주님께서 하고자 하시는 것이 무엇일지 숙고하고, 바로 그걸 청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이미 주님은 마음을 먹고 계시니 우리만 깨달으면 된답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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