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에서는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우리의 관계가 잘 드러납니다.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요한 14,9)
아버지를 뵙게 해 달라는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이르십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요한 10,30)라고 명확히 선포하신 후 하시는 말씀들은 이 내용의 부연처럼 들리지요. 마치 그 관계성을 제자들에게 이해시키시려는 듯합니다.
사람의 인성을 취해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가시적 존재이십니다. 예수님의 존재와 행적이 사랑이고 자비이신 아버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계시지요. 예수님은 율법 조항으로 삭막하게 규격화시켜 버린 절대자의 틀을 깨고 사랑 때문에 앓으시는 진짜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 주십니다.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고 한 말을 믿어라."(요한 14,11)
아버지와 아드님의 관계를 볼 수 있고 깨달을 수 있는 바탕은 믿음입니다. 서로의 존재 안에 머무름은 신비이기 때문에 육의 논리로 풀어낼 수 없는 까닭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메시아로서, 사랑의 유대로 아버지와 긴밀히 이어지시고, 아버지와 하나시라는 신비는 이를 믿는 이들을 그 사랑의 유대로 초대합니다. 믿으면서 그 사랑 안에 포함되도록 부름받는 은총의 신비입니다.
제1독서는 피시디아의 안티오키아에서 이루어진 선교의 결말 부분입니다.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정해진 사람들은 모두 믿게 되었다. 그리하여 주님의 말씀이 그 지방에 두루 퍼졌다. 그러나 유다인들은 ... 바오로와 바르나바를 박해하게 만들고 그 지방에서 그들을 내쫓았다."(사도 13,48-50)
회당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전한 바르나바와 바오로는 일부 백성의 호의를 얻지만 이를 시기한 유다인들에 의해 결국 박해받고 쫓겨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들은 오히려 기쁨과 성령으로 가득 찼다고 하지요.
아무리 시기와 모독, 박해와 축출, 배척과 거부라는 험하고 불쾌한 일을 겪어도 마음에 주님을 모신 이는 흔들리거나 절망하지 않는다는 걸 제자들이 보여줍니다. 그들이 그저 참아내고 견디는 수준을 넘어서 기쁠 수 있는 것은 스승이 가신 길을 따름으로써 그분을 닮아가다 종래에는 그분과 하나가 된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아버지께 가기 때문이다."(요한 14,12)
믿음으로 제자들은 더 이상 육과 감정의 원리에 매이지 않게 됩니다. 그들은 담대히 예수님께서 하셨고 또 그들에게 하라고 당부하신 일들을 할 것이고, 성령에 힘입어 주님의 뜻을 이 세상에서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와 함께하시며 보호자요 변호인인 성령을 보내시어 제자들을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어떠한 환난과 박해에도 무너지지 않는 힘을 주시고, 주님의 뜻을 이루는 데 장애가 되는 걸림돌을 치워주시며, 믿는 이들의 간청을 단 한 마디도 흘려 듣지 않고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성삼위 하느님께서 그렇게 해 주실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우리가 주님 안에 머무르면 주님께서 우리 안에 계시고 우리도 주님 안에 있습니다. 아버지와 하나이신 예수님을 믿는 우리도 성삼위의 사랑 안에 함께 스며들어갑니다. 주님은 우리의 사랑의 간청을 물리치지 않으시고 들어주시며, 우리는 주님께서 해 주시는 모든 것이 그 응답임을 믿고 감사합니다.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 그리고 나. 이 사랑 안에 머물러 주님을 관상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그 안에서 우리 모두는 아름답고 복되답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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