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행복의 길을 알려 주십니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이것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요한 13,16-17)
행복의 비결은 자기 주제를 아는 것입니다. 생명에서 시작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 주님께서 주신 것이며, 우리는 그분의 보잘것없는 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때, 또 우리가 무슨 일을 하건 누구와 함께이건 그 자리로 파견하신 분께 순종하며 그분의 뜻을 따를 때 우리는 행복합니다.
가정과 일터, 공동체와 단체 어디서건 사실 우리는 파견받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적 눈으로는 마치 스스로 선택해서 온 것처럼 보일지라도 우리 존재의 모든 행로는 소명과 파견이라는 주님의 섭리 안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보내신 분의 뜻을 경청하고 힘을 다해 그 일을 완수하는 충실하고 착한 종은 행복합니다. 주님께서 보내신 곳에서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직장의 구성원으로 자신의 주제와 위치를 알고 살아가는 지혜가 곧 겸손일 겁니다.
"내가 보내는 이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맞아들이는 것이고, 나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맞아들이는 것이다."(요한 13,20)
우리는 자신이 파견된 존재임을 잊지 않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신에게 파견되어 온 상대방에 대해서도 환대와 수용의 자세를 망각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누군가는 주님께서 나의 완성과 행복을 위해 보내신 사람이며, 그를 맞아들이는 것이 곧 예수님을 맞아들이는 것입니다. 또한 그럼으로써 우리는 성삼위 하느님을 맞아들여 그 사랑의 일치 안으로 들어갑니다.
제1독서는 사도 바오로 일행이 이방 지역의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는 대목입니다.
"형제들이여, 백성을 격려할 말씀이 있으면 해 주십시오."(사도 13,15)
그곳 회당의 회당장들이 먼저 바오로 일행에게 말씀을 청합니다. 낯선 이들이지만 여행 중에 회당을 찾은 걸 보면 자기들처럼 충실히 하느님을 섬기는 동족이라고 여겼을 터입니다. 이렇게 맞아들이는 태도가 시기심과 경계, 혐오에 빠지기 전의 가장 하느님 자녀다운 형제로서의 모습일 겁니다.
"이 다윗의 후손 가운데에서, 하느님께서는 약속하신 대로 예수님을 구원자로 이스라엘에 보내셨습니다."(사도 13,23)
바오로는 바리사이로서 익혀온 박학한 성경 지식을 동원해 이스라엘의 유구한 역사를 단숨에 요약해 들려 줍니다. 그리고는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분, 당신 백성의 구원을 위해 보내신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시라고 선포하지요. 그리고는 이스라엘 사람이라면 누구나 믿는 세례자 요한의 증언까지 덧붙여 예수님의 신원을 증거합니다.
보내어진다는 것은 보내신 분의 이름을 심장에 인장처럼 새기고 가는 것입니다. 그 이름에는 파견된 사명이 들어 있지요. 받아들이는 이는 파견된 이의 겉모습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까지 수용하는 것입니다. 이 환대와 수용은 결국 하느님을 맞아들이는 은총으로 이어집니다.
사랑하는 벗님! 세상 안에서 우리는 파견받은 사람인 동시에, 파견된 이를 맞아들이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모든 만남과 인연은 파견하시고 이어 주시는 하느님의 선한 섭리 안에 새겨진 궤적들일 겁니다. 주님께서 보내신 이를 기꺼이 맞아들임으로써 주님을 영접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녹록지 않은 관계와 생활의 무게를 견디어가면서도 파견하신 분의 관대하고 자비로운 뜻을 실천하려 애쓰는 우리 모두는 행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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