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7월 7일 다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dariaofs 2013. 7. 7. 01:05

 

                                                                                     (마태 10,17-22)

 

 

<삶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사람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이 너희를 의회에 넘기고 회당에서 채찍질할 것이다(마태 10,17)."

이 말씀은, '사람들이 너희를 의회에 넘기고 회당에서 채찍질하더라도

믿음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여라.'입니다.

다시 말해서 '박해를 받더라도 믿음을 잘 지켜라.'입니다.

 

"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마태 10,18)."

이 말씀은, '박해가 오히려 복음을 증언(선포)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입니다.

또는 '박해를 받더라도 복음을 증언(선포)해야 한다.'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마태 10,19-20)."

이 말씀은, '복음을 증언(선포)할 때, 인간적인 말재주로 하려고 하지 말고,

성령의 도움에 의지하여라.'입니다.

 

복음을 증언(선포)하는 일은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의 믿음을 증언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일은 사람의 일이 아니라 예수님의 일이고, 성령의 일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먼저 성령의 도움을 청하는 '기도'를 해야 합니다.

 

"형제가 형제를 넘겨 죽게 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그렇게 하며,

자식들도 부모를 거슬러 일어나 죽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마태 10,21-22ㄱ)."

이 말씀은, '많은 사람이 박해자가 될 것이고,

가족들마저도 박해자가 될 수 있다.'입니다.

 

'모든 사람'이라고 표현되어 있지만,

글자 그대로 모든 사람은 아니고, '많은 사람'입니다.

아마도 가족의 박해가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 10,22ㄴ)."

이 말씀은, '박해를 받아도 끝까지 믿음을 잃지 않는 사람은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 라는 약속입니다.

이 말씀에서 '끝까지'는 '죽을 때까지'입니다.

 

그런데 '견딘다.' 라는 말에

박해와 고난을 받아들여서 기꺼이 겪는다는 뜻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고을에서 너희를 박해하거든 다른 고을로 피하여라(마태 10,23ㄱ)."

박해를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 합니다.

신앙을 지키면서 살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일부러 죽을 이유는 없습니다.

 

조선시대 박해 때에 많은 신자들이 순교했지만,

더 많은 신자들이 깊은 산속으로 피해서 교우촌을 만들었고,

신앙생활을 하면서 교회를 지켰습니다.

순교자들도 위대하지만, 그렇게 살아남아서 교회를 지킨 분들도 위대합니다.

 

"박해를 피해서 다른 고을로 가는 것과

순교하기 싫어서 비겁하게 도망가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그 두 가지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가?"

 

박해를 피해서 다른 고을로 가는 것은

'박해가 없는 곳으로 가서 신앙생활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순교하기 싫어서 비겁하게 도망가는 것은

'자기가 신자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서

신앙을 버리고(배교하고) 비신자로 사는 것'입니다.

이렇게 정리하면 그 두 가지를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들과 관련해서 예수님께서는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마태 10,16)." 라고 하셨습니다.

'뱀처럼 슬기롭고' 라는 말은 '지혜롭게' 행동하라는 뜻입니다.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 라는 말은

'평화롭고 온순하게 행동하여라.'입니다.

 

신앙생활의 마지막 목적은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것'입니다.

순교는 그 목적지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순교가 목적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에도 지혜가 필요합니다.

박해가 없는 곳으로 피해 가서

신앙생활을 계속하고 교회를 지키는 것은 지혜입니다.

 

그러나 군대를 조직해서 박해자에게 힘으로 맞서는 것은 지혜가 아닙니다.

그것은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라는 가르침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신앙은 칼로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마태 26,52).

신앙은 믿음과 사랑과 희망으로 지켜야 합니다.

 

지금은 옛날의 종교박해와 같은 그런 박해는 없지만,

그래도 세상 속에서 살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유혹도 많고, 여러 가지 갈등도 많고, 고난과 시련도 많습니다.

넓은 뜻으로 그 모든 고통들을 다 박해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인생 자체가 고통이고, 박해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라는 예수님의 약속을 믿고,

그 약속대로 되기를 희망하면서 견디어 내야 합니다.

삶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