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수도원에서는 전통적으로 금요일은 물고기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금요일의 금육재(禁肉齋)때문에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비롯한 가금류 같은 ‘육류’를 먹지 않기에 물고기로 대신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오래전부터 전례시기에 따라 자신을 준비시키고 본능의 자제와 마음의 자유를 얻도록 돕는 참회와 고행을 하도록 권고했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께서 피를 흘리신 그날에 피를 흘린 동물의 고기를 금하는 것은 신학적 의미를 지닌다.
피 흘린 짐승의 부재(不在)는 역설적으로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부재를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고기는 이 금육규칙에 예외가 됐다.
아무래도 그리스도와 성체성사가 상징적으로 연관된다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신약에서 물고기는
하느님과 그의 종들이 쳐놓은 그물로 구원받도록 부름을 받은 영혼들을 상징한다(마태 13,48-49; 루카 5,1-11; 요한 21,1-13).
물고기는 빵의 기적사화에서 빵과 결합하여 성체성사와 결부된 상징으로 발전한다.
또한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 물고기는 그리스도를 상징했다.
성화에서도 물고기가 떠받치고 있거나 잡아당기는 배는 주님이 이끄는 교회를 의미한다.
그리스어에서 물고기를 뜻하는 단어인 ΙΧΘΥΣ(익튀스)는
‘Ι(Iesus) Χ(Christos) Θ(theu) Υ(hyios) Σ(soter)’(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의 축약형이다.
이처럼 물고기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의 의미를 지닌 상징이다.
그렇다고 금요일이라고 무조건 생선만 먹으라는 것은 아니다.
금육을 지키는 이유가 주일을 준비하고
본능의 자제와 마음의 자유를 얻도록 하기 위함(가톨릭교회교리서 2043항)이라는
의미를 유념하며 지킬 때 신앙은 성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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