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4년 2월 6일 가해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dariaofs 2014. 2. 6. 01:00

 

 

 

성 바오로 미키(Paulus Miki, 三木)는 지금의 오사카 인근 도쿠시마(德島)에서 무사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와 함께 세례를 받고, 10여 세 되었을 무렵 아즈치야마(安土山)의 예수회 신학교에 제1회 입학생으로 들어가 22세 때인 1585년 졸업과 동시에 수사가 되었다.

 

수사가 된 성 바오로 미키는 타고난 성품과 열정으로 전교 활동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으며, 후에 주교 마르티네즈(Martinez Pedro)를 따라 오사카(大阪)에서 활동하던 중 예수회 신부인 오르간티노(Organtino Gnecchi-Soldi)의 눈에 띄어 게이한(京阪, 교토와 오사카) 지방에서 함께 활동했다.

 

이후 그는 불교 승려들과 많은 토론을 벌였고, 자신이 저술한 교리서들을 통해 불교 신자들을 깨우치기도 하였다.

당시 일본 교회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1587년에 선교사 추방령을 내린 적이 있었지만, 1590년 순찰사 발리냐노(Valignano Alessandro)가 인도 부왕(副王)의 사절 자격으로 히데요시를 방문한 뒤에는 금교의 제약 속에서 조심스럽게 활동을 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아래에서 1596년 작은 형제회 회원들이 금교를 무릅쓰고 교토 일대에 성당과 수도원을 건립하는 등 공공연한 전교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히데요시의 반감을 사게 되었고, 그 결과 1597년 초에는 교토와 오사카 일대에서 활동하던 작은 형제회 회원들을 체포하라는 명령이 내려지게 되었다.

이 박해로 게이한 지방에서 체포된 사람들은 작은 형제회 수사 6명, 예수회 수사 3명과 일본인 신자 15명 등 24명이었다.

 

성 바오로 미키는 이때 오사카에 있다가 뜻하지 않게 체포되어 1597년 1월 1일 교토의 옥에 갇히게 되었다. 이어 그는 1월 3일 다른 동료들과 함께 오사카를 거쳐 1월 9일에는 나가사키로 출발하였고, 27일 동안 혹한 속을 걸어서 2월 5일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이들 일행은 도중에 일본인 신자 2명이 자진하여 체포됨으로써 모두 26명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날 저녁, 성 바오로 미키는 동료들과 함께 나가사키(長崎) 해안 근처에 있던 니시사카(西坂) 언덕으로 끌려가 십자가형을 받고 순교하였으니, 당시 그의 나이는 33세였다.

 

순교 직전에 그는 당당한 얼굴로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천주교 교리를 설명하였으며, 복음이 널리 전파될 것을 기원하였다고 한다. 그는 1627년 교황 우르바누스 8세(Urbanus VIII)에 의해 복자품에 올랐고, 1862년 6월 8일 교황 비오 9세(Pius IX)에 의해 동료 순교자들과 함께 26위의 일본 성인 중의 한 명으로 시성되었다.

 

 

강론   :   (마르 6,7-13)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예수님께서 복음을 선포하라고 열두 제자를 파견하시는데,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고 빈손으로 가라고 명령하시고,

어떤 곳에서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곳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발밑의 먼지를 털어 버리라고 명령하십니다(마르 6,7-11).

 

제자들이 회개하라고 선포한 것은(마르 6,12) 복음을 선포했다는 뜻이고,

그들이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다는 것은(마르 6,13)

복음 선포 과정에서 '말씀'만 전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도 전해 주었다는 뜻입니다.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은 마귀들을 쫓아낼 수 있는 권한입니다.

 

발밑의 먼지를 털어 버리라는 명령은

복음을 선포하는 일은 심판을 경고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복음이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구원의 기쁜 소식이 되지만,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됩니다.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고 빈손으로 가라는 명령은

'삶'에 관한 지침이기도 하고, 선교활동에 관한 지침이기도 합니다.

 

'삶'에 관한 지침으로 읽으면,

하느님을 믿는 사람은 하느님만 믿어야 한다는 명령이 됩니다.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하느님보다 물질적인 것을 더 믿고,

그런 것에 더 의지한다면, 그 사람은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명령은 '복음적 가난'을 실천하라는 명령입니다.

하느님을 모셔야 할 자리에 물질적인 것을 두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명령을 '무소유'에 관한 명령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무소유'와는 개념이 다릅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은 감사히 받아야 합니다.

"일꾼이 자기 먹을 것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고을이나 마을에 들어가거든, 그곳에서 마땅한 사람을 찾아내어

떠날 때까지 거기에 머물러라(마태 10,10-11)."

 

그러나 이 말씀은 하느님께, 또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요구'해도 된다는 뜻도 아니고, 구걸을 하라는 뜻도 아닙니다.

민폐를 끼치면 안 됩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일꾼을 당연히 먹이시는 분이니 그분만 믿으면 된다는 뜻인데,

하느님의 도움은 마음 착한 사람을 통해서 오게 됩니다.

'마땅한 사람'이라는 말은 하느님의 천사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 자신이 그것을 의식하든지 안 하든지 간에...)

예수님께서 여자들의 후원을 받아들이신 것이 좋은 예입니다(루카 8,1-3).

 

(지금 이 말을 자신이 이것저것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합리화하는 논리로 삼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후원을 받았어도 예수님은 물질적으로는 항상 가난하셨던 분입니다.

사도들도 사유 재산 없이 온전히 교회를 위해서 헌신했습니다.)

 

예수님의 명령을 선교활동에 관한 지침으로 읽으면,

이 명령은 복음을 선포하는 사람은 복음만 가져가야 하고,

사람들에게 복음만 전해 주어야 한다는 명령이 됩니다.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을 가지고 가서 그것을 나누어 주게 되면

복음을 제대로 전해 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명령을 반대쪽에서 생각하면,

사도들에게 청해서 얻을 것은 복음과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뿐이라는 뜻이 됩니다.

세속적인 것들과 물질적인 것들을 달라고 해도

사도들은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줄 수가 없습니다.

 

사도행전에 어떤 사람이 베드로와 요한에게

자선을(몇 푼의 돈을) 청하는 장면이 나옵니다(사도 3,3).

베드로 사도는 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은도 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사도 3,6)."

그리고 그의 장애를 고쳐 주었습니다(사도 3,7).

 

"나는 은도 금도 없다." 라는 베드로 사도의 말은

사도들이 '복음적 가난'에 관한 예수님의 명령을

충실하게 실천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다." 라는 말은

선교활동에 관한 명령을 실천한 것입니다.

'내가 가진 것'은 '복음, 하느님의 은총,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파견하실 때, 만일에 아주 많은 돈을 나누어 주시면서

가지고 가라고 하셨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빵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인 분이시니,

기적을 행하셔서 아주 많은 돈을 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사도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했을까?

아마도 분명히 사도들은 마귀들을 쫓아내기는커녕

'돈'이라는 이름의 마귀들에게 사로잡혔을 것입니다.

 

지난 세월의 교회 역사가 그것을 잘 보여줍니다.

교회가 부패하고 타락한 때는 돈이 많았을 때입니다.

(부패하고 타락해서 돈이 많아진 것일 수도 있고,

돈이 많았기 때문에 부패하고 타락했던 것일 수도 있는데...

어떻든 돈이 문제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