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5.38-48)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라는 규정은 탈출기 21장 23-25절에 나오는 탈리온의 법칙 또는 동태복수법이라 불리는 율법규정입니다. 또 고대 중근동의 함무라비 법전에 쓰여 있는 조문이기도 합니다.
이 법조문의 외향만 보자면 마치도 복수를 장려하고 되갚아주어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 법은 가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입니다.
나에게 해를 가한 사람에게 아무것도 안하고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엇이든 되 갚아주고 싶고 돌려받고 싶은 것이 사실입니다.
어떠한 규제도 없을 경우에 사람들은 자신들이 당한 것을 갚아주기 위해서 당한 것의 몇 배나 되는 해를 입히기 위해 고심합니다.
그럴 때 사람들을 규제해 주는 것이 바로 이 동태복수법입니다. 억울함이 아무리 크더라도 자기가 입은 피해 이상의 것을 남에게 주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인간적이고 상식적인 법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것마저도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여기서 말하는 악인은 객관적인 죄를 저지른 악인의 의미보다도 나에게 해를 가하고 손해를 입힌 사람을 뜻합니다.
즉, 나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맞서지 말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오른뺨을 맞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라고 이르십니다.
줄줄이 이어지는 말씀들은 늘 그렇게 들어왔던 것이지만 막상 실천하려고 하면 겁부터 납니다. 그 정도로 힘든 것이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드디어 예수님 사랑의 결정체. 가톨릭 신자뿐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유명한 구절을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우리는 원수를 표현할 때도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내가 저 인간하고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는 뜻입니다.
오죽 했으면 같은 공간에서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미움이 가득한 사람을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용서는 차치하고 사랑하라는 말씀은 영 거북합니다.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으로 와 닿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시고 나의 잘못을 용서해주시고 나를 정말 누구보다도 사랑해주신다면 그래서 내가 이 세상을 기쁘고 행복하게 살다 갈 수 있다면, 그렇다면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내가 정말 미워하고 내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도 나를 사랑해 주시듯이 주님께서 사랑해 주실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증거로 우리는 매일 매일 십자가에서 예수님을 뵙니다.
그냥 사랑하라는 말로는 모자랄 것 같아서 예수님이 직접 당신을 증오하고 미워하며 십자가에 못박은 이들을 위해 대신 죽음을 당하십니다. 놀라운 사랑의 신비입니다.
여전히 우리는 그 사랑과 깊이를 끈기있게 살아갈 수는 없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이웃들에게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특별히 순교자들의 신앙이 삶 곳곳에 묻어 있는 우리는 그 열매로 풍성한 은총을 받습니다. 미움에 박해를 당하면서도 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다 돌아가신 순교자들의 전구로 우리도 참 사랑을 실천하게 되기는 소망해 봅니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유영근 아고보 신부(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 본당 보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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