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축제>
속죄의 날, '얌 키퍼' 2
2.의식과 관습
얌 키퍼는 성서에 "안식일 중의 안식일"로 묘사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선 안식일에 적용되는 모든 규정이 얌 키퍼에도 적용된다.
그러나 얌 키퍼는 보통 안식일보다 훨씬 성스럽고 의미 깊은 날이다.
이 날 속죄의 제사가 봉헌되며
또한 여러 가지 예식과 더불어 금욕을 통해 정신적인 면 을 고양함으로써 속죄를 구하기 때문이다.
얌 키퍼의 관습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참회 의식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다섯 가지 형태의 금욕이다.
이는 직접 인체의 기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이로 인하여 얌 키퍼의 의미는 다른 안식일과 확연히 구분된다.
얌 키퍼는 오경에 네 번 나오는데, 레위기에 3번, 그리고 민수기에 1번 나온다.
그런데 얌 키퍼가 나오는 부분에는 매번 금욕이 명해져 있다. 게다가 이 명령을 어기면 처벌을 받는다.
이 명령은 스스로에게 육체적 고통을 가하고
이를 극기해야 하는 작업이 얌 키퍼 에 얻게 되는 속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성서는 이렇게 금욕을 강조하면서도
어떤 식의 금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스라엘 의 현인들은 이를 다섯 가지 형태의 육체적 욕망을 극기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즉 먹고 마시는 것, 씻고 목욕하는 것, 기름 바름, 부부관계, 그리고 가죽신을 신는 것을 삼가 하는 것이다.
특히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을 삼가 해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식이 생명에 위협을 줄 경우는 음식을 먹도록 규정했다.
즉 환자 자신이 단식을 원해도 의사가 식사를 해야 한다고 결정하면 환자는 단식을 할 수 없는 것이다.
19세기 러시아의 유다인들 지역에 콜레라가 퍼졌을 때,
랍비 살란터(Israel Salanter)는 회중에게 단식하지 말도록 명하고 그 본보기로 회중 앞에서 음식을 먹었다.
전염병이 퍼졌을 때 단식을 하면 몸의 저항력이 약해져서 감염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 이었다.
또한 어린이는 단식을 하지 않도록, 정해져 있다.
10세 정도가 되면 차차 단식의 의미를 배우게 하고 여자는 12세, 남자는 13세부터 단식을 시작한다.
성서에 단식은 여러 번 통회의 징표로 나타난다.
요나서에 보면 니느웨 사람들이 요나의 메시지를 듣고 통회의 의미로 단식하는 것이 나온다.
또한 왕비 에스델이 법령을 어겨서라도 목숨을 걸고
아하스에로스왕을 만나러 가기로 결정했을 때 왕비와 당시 모든 유다인들은 사흘 간 단식을 하였다(에스4장 참조).
단식은 또한 인간의 영적인 면을 고양시켜 준다.
신체의 물질적 요건을 절제함으로써 정신을 좀 더 영적인 것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씻지 말라는 명령은 자신의 만족감과 편안함을 위해 얼굴을 씻거나 목욕을 하는 경우에만 적용 된다.
그래서 얌 키퍼에는 아침에 일어나 기도하기 전 손가락만 씻는다.
'기름 바름'이란 얼굴, 손 그리고 몸을 부드럽게 해주기 위해 크림이나 기름을 바르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에는 손이나 얼굴에만 크림을 바르지만
옛날에는 목욕 후 몸 전체에 올리브기름을 바르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름 바름을 삼가 하라는 명령이 생겨났다.
그런데 이 다섯 가지 금욕 규정 중에 가 장 중요한 것은 단식으로 그 밖의 네 가지 규정은 어기더라도 벌을 받지는 않았다.
얌 키퍼 예식의 핵심은 전야 예배와 얌 키퍼 당일에 드리는 속죄의 제사라고 할 수 있다.
얌 키퍼 전야 예배는 얌 키퍼 전날 초저녁부터 시작되어 해가 떠서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된다.
이 예식은 이스라엘 회중이 함께 회당에 모여 거행하며 기도문 낭독,
성서 봉독, 모든 서약 과 맹세가 무효임을 선언하는 찬송, 그리고 고백의 기도 등으로 구성된다.
얌 키퍼 전야 예배는 유다이즘의 모든 의식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져 오는데, 유다교를 믿지 않는 성당수의 유다인들까지도 이 의식에는 참여한다.
얌 키퍼 당일에 행해지는 의식의 핵심은 성전에서 거행되는 속죄의 제사이다.
원래 대사제는 자신이 원할 때는 언제나 제사를 지낼 수 있지만 얌 키퍼에는 의무적으로 제사를 지내야 한다.
그리고 그는 축제 전 칠일 간을 성전 안에서 지내며 거룩한 얌 키퍼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자신을 준비해야 한다.
대사제가 이스라엘을 대표해서 기도를 바치는 동안
사람들은 성전 앞마당에서 기 다리는데 그들은 대사제가 지성소 밖으로 나올 때까지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속죄의 제사 외에도 얌 키퍼에는 아침, 오후, 저녁 세 차례의 예배가 있다.
예배의 핵심은 기도 와 성서 봉독이다.
특히 이날에는 다른 경전과 함께 요나서를 봉독하는데 그것은 요나서의 메시지가 바로 회개와 속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얌 키퍼는 회개의 날이며 잃어버린 자신의 영혼을 되찾는 날이다.
결국 얌 키퍼의 모든 의식과 관습의 궁극 목적은 바로 속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장엄함과 엄숙함에도 불구하고 로쉬 하샤나처럼 얌 키퍼도 역시 축제이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인간의 회개를 받아들이신다는 사실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불신과 우상 숭배 즉 죄와 파멸, 그리고 회개와 하느님의 용서라는 싸이클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러한 그들의 역사는 바로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얌 키퍼를 통해 죄를 씻고 하느님과 화해하고자 한 이스라엘의 모습은 아픔과 실수, 범죄,
그리고 벌과 용서, 새로운 하느님과의 관계를 체험하며 그분께 다시 매달리는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다.
이처럼 얌 키퍼는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죄인을 부르러 오신 그리스도의 대속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이스라엘의 축제이다.
그리고 또한 부활을 맞이하기 위해 단식하며 하느님의 용서를 구하는 사순절의 의미를 묵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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