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축제>
해방과 구원의 축제, 파스카
이스라엘의 대부분의 축제는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준다.
그 중에서도 파스카는 예수 그리스도가 맺은 새 계약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축제이다.
예수는 돌아가시기 전 파스카를 지내기 위해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에 입성했다.
복음서마다 기록하고 있는 최후의 만찬은 바로 파스카 식사였으며,
그 만찬을 통해 부여한 새 계약의 의미로 인하여 그 식사는 미사성제의 원형이 되었다.
그리고 파스카 제물로 바쳐지는 흠 없는 어린 양처럼 예수 는 십자가에 처형되었다.
그리하여 오늘날까지도 가톨릭교회에서는 죽음을 통해 생명으로 가는 파스카의 신비를 성찬식 때마다 기억하고 재현하는 것이다.
부활전야 예식 역시 파스카의 의미를 담은 전례이다.
이처럼 신약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파스카 축제는
이스라엘의 3대 축제 중의 하나로서 유다 역사 상 가장 중요하고 또 극적인 사건-출애굽을 기념하는 축제이다.
매해 봄 이스라엘력 니산달 15일 부터 칠 일간 지내는 이 출애굽 기념축제는
유다의 축제 중 가장 오래된 축제이며 전 민족의 축제 이자 또한 가족 축제이다.
그리고 수천 년간 이스라엘을 결속시켜 온 신앙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1. 유래와 정신
출애 12,1-14에는 파스카 축제의 유래가 밝혀져 있다.
그것은 야훼가 에집트에서 모세와 아론에 게 지시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내용인즉 가족단위로 흠 없는 새끼 양을 준비했다가 14일, 해질 무렵에
이스라엘 온 회중이 모여 도살한 뒤 그 피를 받아서 그것을 먹을 집의 문설주와 문상인 방에 바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날 밤 가족이 모여 누룩 없는 빵과 쓴 풀과 함께 그 고기를 먹으라고 명한다.
그러한 예식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인다.
그날 밤 나는 에집트 땅을 지나가면서 전국에 있는 맏아들을 사람이건 짐승이건 모조리 치리라.
또 에집트의 신들과 모조리 심판하리라. 나는 야훼다. 집에 피가 묻어 있으면 그것이 너희가 있는 집이라는 표가 되리라.
나는 에집트 땅을 칠 때에 그 피를 보고 너희를 죽이지 않고 넘어가겠다.
너희가 재앙을 피하여 살리라.
이 날이야말로 너희가 기념해야 할 날이니 너희는 이 날을 야훼께 올리는 축제일로 삼아 대대로 길이 지키도록 하여라.
파스카(Pascha, 과월절 또는 유월절)라는 말은
예수시대에 유다인들의 일상어였던 아라메아어의 그리이스어식 표기인데
'거르고 넘어 간다'는 뜻의 히브리어 '빼사흐(P둺ah)'에서 유래되었다.
이것 은 이스라엘을 결코 놓아주려 하지 않는 완고한 파라오에게 내리는 열 번째 재앙으로,
야훼께서 에집트의 맏아들의 생명을 거두어 가실 때
흠 없는 어린 양의 피로 이스라엘 맏아들의 생명을 대신하여 그들의 집을 거르고 지나가셨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미는 더 확대되어 이스라엘이 극적으로 갈대바다를 건너 에집트를 탈출한 사건 전체를 가리키게 되었다.
출애굽 사건 이전에도 유다인들은 그 기간에 축제를 지냈었다.
누룩 안 든 빵을 먹고 양을 도살 하여 제사지내는 전통적인 '봄의 축제'였는데 양의 도살이 예식의 중심이었다.
모세가 문설주에 바르라고 지시한 양의 피는 바로 그 축제 때 도살되는 양의 피를 의미했다.
그런데 유다인들은 '출애굽'이라는 충격적 사건을 체험한 후
기존의 그 축제에 야훼께서 이스라엘의 생명을 구하시고
그들을 에집트의 노예상태에서 해방시킨 사건을 기념하는 축제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받아 들였다.
출애굽 사건은 이스라엘 역사상 유다이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다.
이스라엘 역사에 하느님이 직접 개입하시고 그 결과 자유를 얻은 이 사건은 이스라엘 신앙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리 고 하느님의 구원행위에 사로잡힌 그들은 이 특별한 축제를 통해 그 사건을 기념하고 대대로 자 손에게 그 의미를 전했다.
유다인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생명을 걸고서라도 파스카 축제를 지냈다.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있 건 그들은 자기 조상들이 에집트에서 구원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결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중세 때 그리스도인이 유다인들을 미워해서 박해하던 때에도 파스카를 지켰고,
2차 대전 중 나치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조차 조그만 빵으로 파스카 식사-세다 예식-을 거행하였다.
갇혀 있는 그 상황에서도 유다인들은 그들 조상들이 어떻게 해방되었는가를 기억한 것이다.
그리고 출애굽 이 야기를 자손들에게 전했다.
파스카는 시대를 초월해서 유다이즘에, 그리고 그리스도 교회에까지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해 주 고 있다.
첫째, 파스카는 하느님께서 인간 역사에 개입하고 계심을 알려 준다.
성서가 전하는 하느님은 인간의 역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분이시다. 이는 이스라엘 신앙의 핵심이기도 하다.
철학적 사유의 대상이 아닌 세계 역사의 원동력으로서의 하느님의 모습이 분명히 드러난 사건이 바로 출애굽 사건이다.
그래서 모세가 첫 번째 십계 판을 받을 때 야훼는
자신을 "하늘과 땅을 창조한 하느님이다"라고 소개하지 않고
'너희를 에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낸 하느님이다 "라고 소개한다.
이 말로써 성서 저자는 하느님이 인간의 역사에 직접 개입하신다는 사실을 강조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파스카는 모든 종류의 자유를 상징하며, 하느님이 얼마나 인간의 자유를 원하시는가를 알려 준다.
동시에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자유를 향해 발을 내딛을 것을 촉구한 다.
자유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합리주의자에게 있어서의 자유란 인간이 합리적 본성대로 사는 것이 될 것이다.
에리히 프롬(E. Fromm)은 사랑이 인간을 진정으로 자유롭게 하는 요소라 고 말했다.
그것을 통해서만이 인간이 분리 감을 극복하고 자기중심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랍비들은 인간이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 분을 따르는 속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러한 내적(內的) 자유를 얻기 위해 인간은 타인에게 예속되어져서는 안된다.
이스라엘이 에집트의 노예상태에서 벗어난 후에야 시나이에서 십계가 주어진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또한 이스라엘은 출애굽 이후 노예시대의 잔재를 청산하고 자유로운 정신과 영혼으로 십계를 받기 위해 49일을 보내야 했다.
이처럼 인간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 출애굽의 주요 메시지다.
그리고 그 메시지에는 타인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파스카는 이스라엘 민족 전체의 자유를 기념하는 축제이다.
출애굽을 통해 그들은 독립국가로 발돋움했다.
그 이후 바빌론 유배, 로마 통치 등 숱한 시련 속에서도 이스라엘은 자유로운 민족정신을 잃지 않았다.
외국을 떠돌아다니며 천대와 박해를 받던 그 오랜 기간 동안 유다 인들은 결코 구원에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파스카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금년에는 우리가 여기 있지만 내년에는 우리가 이스라엘에 있을 것이다.
금년에는 우리가 노예이지만 내년 에는 우리가 자유인이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파스카는 단지 지나간 역사적 사실의 기념 이상의 무엇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미래에 있을 '구원'에 대한 신념을 재확인하게 하며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위해 지금 그것 을 방해하는 사슬을 끓을 것을 촉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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