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26.14-27,66)
필리피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말하는 그리스도에 관한 이야기가 우리가 귀여겨들어야 할 모든 말씀의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시지 않으시고’ 우리는 삼위일체 신앙을 고백합니다.
삼위일체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 삼위의 하느님께서 하나이심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분명히 우리의 고백대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이시지만 신적인 영광의 자리에서 내려오십니다.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
철저한 자기 비움과 겸손의 모습으로 사람이 되신 하느님께서 주인이 아니라 종으로, 그리고 사람들에게는 벗으로 다가오시어 우리에게 희망을 주십니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가는 것은 엄청난 용기와 희생, 사랑 없이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철저한 모습을 우리가 하느님이라고 고백하는 분께서 몸소 하십니다. 낮추고 낮추고 낮추시다 죽음까지 짊어지십니다.
하느님이시면서 철저히 순명하시는 모습에서 우리의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이름 앞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다 무릎을 꿇고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
눈부신 사랑의 신비가 드러납니다. 가장 낮은 곳까지 자신을 끌어내리시고 철저히 순명하시다 죽으신 그분의 사랑과 그분을 사랑하신 아버지의 사랑이 이해할 수 없고 가늠할 수 없는 신비를 만들어냅니다.
모든 것을 버리는 비움 안에 온전한 채움을 불어 넣으시고 모든 것을 내어주는 순명 안에 온전한 영광을 불어 넣으십니다.
나를 비우고 버리고 순명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더 영광스럽고 찬란하다는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우리 역사 안에, 우리 삶 안에 들어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내려오시고, 수난당하시고 죽으셨으며 부활하시어 영광 중에 오르십니다.
그리고 우리도 말씀이 되고 하느님이 되어 영광으로 올려지도록 하십니다. 예수님을 만나고 느껴 가면서 그렇게 우리는 하느님이 되어 갑니다.
유영근 야고보 신부(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 본당 보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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