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4년 6월 2일 가해 부활 제7주간 월요일(성 마르첼리노와 성 베드로 순교자)

dariaofs 2014. 6. 2. 01:00

 

 

성 마르첼리누스(또는 마르첼리노)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에 로마(Roma)의 뛰어난 사제였고, 성 베드로(Petrus)는 구마자였다.

 

이들은 새로운 개종자를 얻고 그들의 신앙을 돈독히 하는데 온갖 정열을 쏟았다. 그러나 개종자 가운데 어느 간수의 아내와 딸 때문에 그들이 체포되어 고문을 받다가 실바 니그라라는 숲으로 끌려가서 자신들의 무덤을 판 후 참수되었다고 전해진다.

 

열심한 귀부인인 루실라와 피르미나는 그들의 유해를 몰래 운구하여, 라비카나(Lavicana) 가도의 성 티부르시오(Tiburtius) 카타콤바에 안장하였다.

 

교황 다마수스 1세(Damasus I)는 그들의 묘비명을 세웠고, 콘스탄틴 황제는 그들의 지하묘소 위에 성당을 지었다.

 

강론   :   (요한 16,29-33)

 

<내가 이겼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이 말씀은 부활 후에 하신 말씀이 아니라 수난 전에 하신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직 수난 전인데도 당신이 이미 이겼다고 말씀하십니다.

당신의 싸움은 이미 승패가 결정되어 있는 싸움이라는 것입니다.

 

("고난을 겪을 것이다."는

"지금도 고난을 겪고 있고, 앞으로도 고난을 겪게 될 것이다."입니다.

그러나 "고난을 겪어야 한다."가 아니라 "고난을 겪을 때도 있다."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세상을 이겼다."는 "내가 앞으로 세상을 이길 것이다."가 아니라

"내가 이미 세상을 이겼다."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은 패배처럼 보이고,

부활은 그 패배를 극복하고 역전승을 거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수난과 죽음은 패배가 아니라

승리의 일부라고(또는 과정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이 바로 '빠스카의 신비'입니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이 바다 가운데로 걸어 들어간 일은

승리의 땅을 향해서 걸어간 일이었습니다.

죽으려고 바다 가운데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살려고 들어갔습니다.

믿음 없는 사람들은 바다 가운데에 있다는 것만 생각하고

죽었다고, 또는 패배했다고 생각하지만,

믿는 사람들은 살았다고, 또는 이겼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은 모두

하나로 이어진 사건이고, 사실상 하나의 사건입니다.

그래서 아직 수난 전인데도 "내가 세상을 이겼다." 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부활하시기 위해서 일부러 죽으셨다는 뜻은 아닙니다.

박해자들은 예수님을 끝내려고 죽였지만

예수님은 그 죽음을 뚫고 지나가셨고 부활하셨습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부활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에 죽기 전에 종말과 재림이 이루어진다면 죽지 않아도 됩니다.

"...... 주님께서 친히 하늘에서 내려오실 것입니다.

그러면 먼저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이들이 다시 살아나고,

그다음으로, 그때까지 남아 있게 될 우리 산 이들이

그들과 함께 구름 속으로 들려 올라가

공중에서 주님을 맞이할 것입니다(1테살 4,16-17)."

부활하기 위해서 일부러 죽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종말과 재림이 이루어지는 그때까지 안 죽고 살아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지상에서의 죽음이라는 과정이 생략될 것입니다.

 

물론 종말과 재림이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고,

그 일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모두 죽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활해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입니다.

살아 있는 채로 종말과 재림을 맞이한다면 그대로 영생을 받게 될 것이고...

(중간에 심판 과정이 있겠지만...)

어떻든 중요한 것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죽음은 패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 것은

승패가 이미 결정되어 있는 싸움에서 승리자 편에 서는 것과 같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고난을 겪을 수도 있고, 순교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승리를 빼앗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요한 16,22)."

 

그런데 예수님이 승리자라는 것을 믿어도,

또 신앙생활이 이미 이긴 싸움이라는 것을 믿어도,

고난과 시련과 박해가 고통스러운 것이 현실입니다.

너무 힘들어서 믿음이 흔들릴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용기를 내어라." 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믿음을 버리지 마라." 라는 뜻입니다.

 

"나 비록 음산한 죽음의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내 곁에 주님 계시오니 무서울 것 없어라(시편 23,4. 공동번역)."

주님이 안 계신 것 같은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가는 상황이라고 해도

주님께서 곁에 계신다고 믿어야 합니다.

믿으면 지나갈 수 있고, 안 믿으면 못 지나갑니다.

(믿으면 참고 견딜 수 있고, 안 믿으면 포기할 것입니다.)

 

주님께서 곁에 계신다고 믿는다면

죽음의 골짜기가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도 믿어야 합니다.

앞에서 말했던 "죽음이 끝은 아니다." 라는 말과

죽음의 골짜기가 언젠가는 끝난다는 말은 사실상 같은 말입니다.

우리는 죽음 너머에 생명과 구원과 평화와 기쁨이 있음을 믿어야 합니다.

 

사실 편안할 때에는 누구나 쉽게 믿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는 자기의 믿음이 참 믿음인지 자기도 잘 모릅니다.

정말로 힘들 때 믿음이 필요하고, 그때의 믿음이 진짜 믿음입니다.

 

이스라엘이 바다 가운데를 지나갈 때,

너무 무서워서 돌아서서 이집트 기병대에 항복하고 싶어 했던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만일에 돌아서서 항복했다면 이집트 기병대와 함께 멸망했을 것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