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2,1-11)
<카나의 혼인 잔치>
갈릴래아 카나의 어떤 집에서 혼인 잔치가 있었는데
예수님과 어머니와 제자들이 초대를 받았습니다.
잔치 도중에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어머니께서 아셨다는 것은
'자상한 어머니의 마음'을 나타냅니다.
어머니께서는 사람들의 곤란한 상황을 먼저 알아차리시고,
어떻게든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하십니다.
어머니께서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요한 2,3)." 라고 하신 것은
현재 상황을 알려드린 말씀일 뿐입니다.
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예수님께서 알아서 하실 일입니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요한 2,4)." 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좀 더 자세한 해석이 필요합니다.
'여인이시여' 라는 말은 당시 그 지역에서는 특별한 존칭이었습니다.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다.' 라는 말씀은,
예수님이 메시아라는 것을 공적으로 계시하도록
하느님께서 정하신 때가 아직 오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때'는 예수님의 수난 때가 될 것입니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라는 말씀은, 이야기의 전체 내용을 생각하면
'제가 무엇을 할까요?' 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예수님 말씀을 재구성하면,
"어머니,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지만 어머니께서 부탁하시니...
제가 무엇을 할까요?" 가 될 것입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라는 어머니의 말씀은
예수님께 모든 것을(문제의 해결 방식을) 전적으로 맡긴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일꾼들에게 무엇을 시키든지, 또는 아무것도 안 시키든지,
또는 다른 곳에서 그냥 포도주를 구해오라고 시키든지...
"물독에 물을 채워라(요한 2,7)." 라는 말씀은 기적의 풍요로움을 상징하고,
잔치 맡은 이가 '좋은 포도주' 라고 감탄하는 것은(요한 2,10)
예수님께서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을 초월하는 놀라운 은총을 베풀어 주셨음을 뜻합니다.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좋은 것을 얼마나 더 많이 주시겠느냐?(마태 7,11)"
요한복음서 저자는 이 일에 대해서 '예수님께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신
첫 번째 표징'이라고 설명합니다(요한 2,11).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라는 말은
'예수님께서 당신이 메시아라는 것을 드러내셨다.' 라는 뜻입니다.
'표징'이라는 말은, 이 일이 단순한 기적이 아니라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를 계시하는 특별한 기적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요한 2,11)." 라는 말은
안 믿었는데 믿게 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예수님을 메시아로 '더욱' 믿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앞의 1장 41절에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라는
안드레아의 증언이 있습니다.
제자들은 이미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고 있었습니다.)
'이 일은 예수님을 계시하는 표징이었다.' 라는 설명을 근거로 해서
'물'은 세례자 요한의 '물의 세례'를 상징하고,
'포도주'는 예수님의 '성령 세례'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렇다면 물이 포도주로 바뀐 기적은
세례자 요한이 물로만 세례를 주던 시대가 지나가고
예수님께서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요한 1,33) 시대가 되었음을
상징하는 일이 됩니다.
(그래서 제2독서 말씀이 '성령'에 관한 내용으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 때에는
'예수님은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계시되었고(마태 2,2),
주님 세례 축일 때에는 '하느님의 아들'로 계시되었고(루카 3,22),
지금 연중 제2주일 복음 말씀에서는 '성령을 주시는 분'으로 계시되고 있고,
다음 연중 제3주일 때에는 '해방자'로 선포될 것입니다(루카 4,18).
이것은 모두 우리가 믿는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를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카나의 혼인 잔치'의 기적을 전하는 복음 말씀에서도 가장 중요한 구절은
제자들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는 구절입니다.
사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잔치 도중에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것 자체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고,
또 그 일은 사람의 힘으로 해결 못할 일도 아닙니다.
(잔치 도중에 술이 떨어지는 것은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잔치를 계속하고 싶으면 새로 술을 사오면 됩니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다양한 모습으로 계시된 그 예수님을 믿는 것,
그리고 그 믿음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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