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마르첼리누스(Marcellinus)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에 로마(Roma)의 뛰어난 사제였고, 성 베드로(Petrus)는 구마자였다. 이들은 새로운 개종자를 얻고 그들의 신앙을 돈독히 하는데 온갖 정열을 쏟았다.
그러나 개종자 가운데 어느 간수의 아내와 딸 때문에 그들이 체포되어 고문을 받다가 실바 니그라라는 숲으로 끌려가서 자신들의 무덤을 판 후 참수되었다고 전해진다.
열심한 귀부인인 루실라와 피르미나는 그들의 유해를 몰래 운구하여, 라비카나(Lavicana) 가도의 성 티부르시오(Tiburtius) 카타콤바에 안장하였다. 교황 다마수스 1세(Damasus I)는 그들의 묘비명을 세웠고, 콘스탄틴 황제는 그들의 지하묘소 위에 성당을 지었다.
강론 : (마르 12,13-17)
<하느님의 것, 황제의 것>
"그 뒤에 그들은 예수님께 말로 올무를 씌우려고,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 몇 사람을 보냈다. 그들이 와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 스승님은... 하느님의 길을 참되게 가르치십니다.
그런데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합당하지 않습니까?
바쳐야 합니까, 바치지 말아야 합니까?'(마르 12,13-14)"
'말로 올무를 씌우려고' 라는 말은,
예수님을 진퇴양난의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다는 뜻입니다.
만일에 예수님께서 세금을 바치라고 대답하셨다면,
그들은 "예수는 민족을 배반했다." 라고 선전했을 것이고,
바치지 말라고 대답하셨다면 그들은 예수님을 로마 당국에 고발했을 것입니다.
당시에 로마 황제의 통치권을 부정하고, 세금 납부를 거부한
열성적인 유대인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바로 '열혈당'입니다.
열두 사도 가운데 '시몬'이 열혈당원이었습니다(마르 3,18).
그러나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로마제국의 정치 체제와 경제 질서에 순응하면서 살고 있었고,
세금 문제로 고민하지도 않았습니다.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들도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님을 믿지도 따르지도 않던 자들입니다.
그래서 지금 세금 문제로 고민하는 척 하는 것도 '위선'이고,
예수님께 올무를 씌우려고 질문하면서 아첨하는 말을 하는 것도 '위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위선을 아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시험하느냐? 데나리온 한 닢을 가져다 보여 다오.'
그들이 그것을 가져오자 예수님께서,
'이 초상과 글자가 누구의 것이냐?' 하고 물으셨다.
그들이 '황제의 것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이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그들은 예수님께 매우 감탄하였다(마르 12,15-17)."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들의 질문은 '예수님을' 시험하기 위한 질문이지만,
'하느님을' 시험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지금 예수님과 사람들이 주고받는 질문과 답변은
하느님의 주권과 황제의 통치권 사이의 문제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시험하는 태도 자체가 죄입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라는 예수님 말씀은, 황제와 하느님을 대등한 위치에 놓으신 말씀도 아니고,
'황제의 것'과 '하느님의 것'을 구분하신 말씀도 아닙니다.
그 어떤 인간도 하느님과 대등한 위치에 있을 수 없습니다.
또 세상의 모든 것은 다 '하느님의 것'입니다.
'하느님의 것'이 아닌 '황제의 것'은 없습니다.
황제 자신도, 황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도 모두 다 '하느님의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님 말씀의 뜻은,
"세금을 바치는 일이 하느님의 주권을 거스르는 일인지, 아닌지
잘 판단하여라."입니다.
하느님의 주권을 거스르는 일이 아니라면, 즉 신앙과 상관없는 일이라면,
세금을 바치면 되고,
하느님의 주권을 거스르는 일이라면 바치면 안 됩니다.
지금 이 가르침은 세금 문제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가 하느님의 뜻에 맞게 잘되고 있다면 협조하면 되지만,
만일에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악한 쪽으로 간다면,
신앙인은 당연히 그것을 막아야 하고,
'정치'가 올바른 쪽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은 정치 참여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과 선과 정의와 평화를 실현시키기 위한 신앙 행위입니다.
(악을 보면서도 방관한다면, 그 방관도 악입니다.)
당시에는 아직 황제의 신격화가 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황제의 신격화와 숭배가 심해졌고,
그것이 종교 박해로 이어졌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은 황제 숭배를 거부하고 순교했습니다.
그러면 데나리온에 새겨져 있는 초상과 글자가 황제의 것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그 초상과 글자가 황제의 것이라는 말은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니라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들이 한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누구의 것이냐?" 라고 물으셨을 뿐입니다.
우리는 예수님 말씀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너희는 돈에 새겨진 초상과 글자만 보고
이 돈은 황제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것도 아니고, 누구의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의 것이기 때문이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로마제국의 식민 지배를 긍정하시는 말씀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세금 문제에 대해서 질문하고 있으니
그 문제에 대해서 대답하신 것뿐이고,
로마제국의 지배가 정당한가? 는 지금 이 내용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신약성경에서는, 특히 묵시록에서는
로마제국을 바빌론으로, 즉 악마의 부하로 보고 있습니다.)
통치자들이 군림하고 세도를 부리는 것 자체를 싫어하신 예수님입니다(마르 11,42-43).
이 내용을 개인의 신앙생활에도 적용해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것'과 '나의 것'을 구분할 수 있는가?"
없습니다.
'나의 것'은 모두 다, 목숨까지도 '하느님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잠깐 동안 나에게 맡겨주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악하게 사용하면 안 됩니다.
오직 하느님의 뜻에 맞게 선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모두 다 하느님께 돌려 드려야 합니다.
(봉헌은 '나의 것'을 하느님께 바치는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것 가운데 일부를 하느님께 돌려 드리는 일입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고 어리석음입니다.
그 오만과 어리석음은 죄와 악으로 가는 첫 걸음이 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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