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나에게 의미 있었던 일을 한 가지 선택하라면 매달 신문에 몇 문장 글을 남긴 것이다. 가볍게 읽어왔던 책에서 몇 가지 건져 올린 지식거리로 지면을 채워 갔던 시간들이다. 치열한 탐구 보단 즐기듯 주워 담은 지식의 파편들을 펼쳐왔기에 딜레탕티슴(이것저것 취미로 즐기는 태도)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퍼질러진 얕은 지식거리는 때론 인간관계에서 겸양을 놓쳐 자만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학문이나 예체능을 깊고 단단함 보단 얕고 허술하게 대해왔던 태도가 사목을 비롯한 내 삶의 전반적인 자세는 아닌지 경계한다. 몇 가지 지식거리에 의존하는 나의 일면은 마치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에 등장하는 한 인물을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 ‘싯다르타’의 절친 ‘고빈다’라는 인물이다. 이들은 깨달음을 위해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