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톨릭 성지 267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 (6)전주교구 천호성지와 천호가톨릭성물박물관

하느님 부르심에 응답하며 가꾼 옛 교우촌을 거닐며 하느님 부르심 뜻하는 ‘천호’ 박해 피해 숨어 살며 형성된 교우촌 ‘부활성당’ 순교자들 부활을 상징 한국교회 최초로 지은 성물박물관 부활성당 외부 전경. 봄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천호산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천호성지(전북 완주군 비봉면)를 찾았다. 산 속에 있는 성지는 우리나라 교회의 혹독한 박해 시기와 교우들의 고단한 신앙생활을 알려준다. 당시에 교우들은 기나긴 박해를 피해서 산골이나 외딴 곳으로 숨어들어가 살면서 교우촌을 만들었다. 고향 산천을 떠난 교우들은 주변의 흙으로 옹기를 구워 팔거나 화전을 일구며 두렵고 어려운 생활을 하였다. 충남과 전북의 경계에 천호산(天壺山, 해발 501m)이 있는데 산 모양이 호(壺)리병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그..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 (5)원주교구 풍수원성당과 역사관

산골마을 뾰족 첨탑에는 선조들 신앙 깃들어 있네 강원도에 지어진 최초의 성당 세 번째 한국인 사제 정규하 신부 47년 동안 한평생 바쳐 사목한 곳 풍수원성당 외부 전경. 성당 앞마당에는 초기 풍수원성당을 재현한 초가집이 지어져 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풍수원성당을 찾았다. 강원도 최초의 성당이며 원주와 춘천교구의 모태인 이곳은 깊은 산속에 있지만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조차도 아름다운 풍광과 성당을 둘러보기 위해 찾는 곳이다. 풍수원(豐水院)은 ‘물이 풍부한 곳에 있는 관청’이란 뜻으로 역원(驛院)이 있던 곳이다. 역(驛)은 고려·조선시대에 말을 갈아타거나 쉬게 하던 곳이고, 원(院)은 관원들이 공무로 다닐 때 숙식을 제공하던 곳이었다. 1801년 신유박해 때, 복자 신..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 (4)청주교구 감곡성당과 매괴박물관

충청도에 세워진 첫 번째 성당 프랑스 루르드와 같은 성모동굴 제작 ‘한국의 루르드’라 불리는 곳 오래된 사제관 건물 박물관으로 활용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과 매괴박물관 전경. 보름 전에 입춘이 지났지만 여전히 날씨가 쌀쌀하다. 찬바람 속에서 충북 음성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이하 감곡성당)을 찾았다. 아름다운 성당의 주보는 매괴(묵주기도)의 성모이다. 감곡 읍내에 있는 낮은 언덕을 올라가면 아랫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충청도의 첫 번째 성당으로서 임가밀로(Camille Buillon,1869~1947) 신부가 건립하였다. 그는 성모 발현지로 유명한 프랑스 루르드에서 불과 20㎞ 정도 떨어진 타르브(Tarbes)교구의 빌레아두르(Vielle-Adoeur)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깊은 성..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 (3)인천교구 답동주교좌성당·역사관

나즈막한 언덕에 우뚝 서서 드넓은 바다 품어안은 성당 1897년 건립… 사적 287호로 지정 주교관으로 사용하던 건물 개조해 교구 흐름 볼 수 있는 역사관으로 활용 인천 답동주교좌성당 내부. 인천교구 답동주교좌성당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지금 자리에 우뚝 서 있다. 나지막한 언덕에 있는 성당은 아래의 인천항을 굽어보고 있다. 어머니가 자녀를 감싸주듯이 답동성당은 단아한 모습으로 우뚝 서서 넓은 바다와 사람들을 품어준다. 뱃사람들을 안전하게 인도해 주는 등대처럼 성당은 인천 사람들에게 삶의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해 주고 있다. 조선교회 외국인 선교사들은 1888년에 개항지인 제물포 지역을 살펴본 후, 답동 언덕에 성당 터를 마련하였다. 인천 최초의 성당 터를 잡으면서 본격적으로 전교 활동이 시작되었다...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 (2) 대전교구 신리성지 순교미술관

한겨울 들판에 바람 맞으며 서 있으니 순교자 영성 따뜻이 나를 품어주네 다블뤼 주교 유적지 ‘신리성지’ 한국교회 요람으로 불리는 곳 나지막한 건물 통해 절제미 전달 순교자 주제로 한 ‘순교미술관’ 눈길 성 다블뤼 기념관 전망대. 2022년 새해에 찾은 신리(新里) 성지에는 하얀 눈이 쌓여 있었다. 한겨울 허허로운 바람이 부는 들판 가운데 있는 성지는 자신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종탑처럼 솟은 다블뤼 기념관 윗부분이 성지라는 것을 조용히 알려줄 따름이다. 주변의 편편한 들판과 조화를 이루는 넓은 정원과 곳곳의 작은 오각형 건물만 눈에 뜨인다. 성지의 작은 연못은 세례성사를 떠올리게 하고, 돌다리는 세상 너머에 있는 천상 세계로 인도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신리성지는 다블뤼 주교(Daveluy 안토니오, 1..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1) 절두산 앞의 한강물은 쉼 없이 흐르고

선조들의 투철한 신앙 만날 수 있는 문화 유산의 보고 병인박해의 아픔 서린 성지 순교자들 유해 모셔져 있어 교회 사료·순교자 유품 전시 교회사적으로 의미 깊어 한국 전통 건축 양식 반영한 순교자 기념관을 비롯해 성상·유리화·십자가의 길 등 다양한 성미술품 볼 수 있어 이희태 건축가의 설계로 완성된 절두산 순교성지 기념관 전경. 우리는 살면서 값지고 소중한 것이 어디 있는지 찾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먼 데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것을 찾다가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값지고 소중한 것을 우리 곁에서 발견할 때가 있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꼭 필요한 물건조차도 주변을 잘 살피면 찾을 수 있다. 새해에 가톨릭신문에 격주로 연재하는 글의 제목을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으로 ..

[슬기로운 성당이야기] 끝(12)토르첼로의 산타 마리아 아순타 대성전(하)

벽 전체 장식한 ‘최후의 심판’...사실주의적 인물 묘사 돋보여 ▲ 산타 마리아 아순타 대성당 최후의 심판 모자이크. ▲ 스크로베니 경당에 있는 지오토의 최후의 심판. ▲ 산타 마리아 아순타 대성당 제단. 로마에서 지내다 보면 많은 순례자를 만나게 되고, 개인적으로 아는 지인을 위해서 가이드 역할을 한다. 멀리서 찾아온 순례자를 위한 일정을 준비하다 보면 로마에서 꼭 보여드려야 할 리스트들을 정리하게 된다. 그중에서 빼놓지 않는 곳이 시스티나 성당이다. 시스티나 성당을 찾아간 사람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은 아무래도 미켈란젤로의 ‘천지 창조’와 ‘최후의 심판’이다. 미켈란젤로의 이 예술 작품을 통해 창조주이신 하느님께 대한 경외와 찬미, 그리고 감사를 드리면서 또한, 세상의 마지막 날에 주님 앞에..

[슬기로운 성당 이야기] (11) 토르첼로의 산타 마리아 아순타 대성전 (상

유구한 역사에 놀라고 소박한 성모자상에 감동하는 대성전 ▲ 산타 마리아 아순타 대성전 제대와 성모자상 베네치아의 랜드마크는 단연 산 마르코 광장이다. 이곳에 산 마르코 대성당, 두칼레 궁전, 종탑 등 베네치아가 자랑하는 역사적인 건축물이 함께 있어 일 년 내내 광장은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하지만 베네치아의 수호 성인인 성 마르코 복음사가에게 봉헌된 이 성당보다 오래되고 베네치아 역사가 시작된 성당이 위치한 섬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다. 베네치아는 연간 관광객 3000만 명이 다녀가는 곳이지만 토르첼로 섬까지 찾는 관광객은 그중 1%나 될까. 하지만 로마에 가면 7개의 언덕을 가야 하고, 피렌체에 가면 피에솔레에 가야 하고, 베네치아에 가면 바로 이 토르첼로 섬에 가야 한다. 왜냐하면, 각 도..

[슬기로운 성당이야기] (10)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하)

‘진실의 입’ 보고 들어가, 중세 전례 공간과 성인 유해를 만나다 ▲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와 유명한, 성당 현관 앞에 있는 ‘진실의 입’.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을 유명하게 한 것은 아무래도 성당 현관에 있는 ‘진실의 입’(La Bocca della Verit)이라고 불리는 고대 로마 시대의 유물일 것이다. 이 고대 유물은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주연한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며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려졌다. 1631년에 현재의 위치에 배치된 1200㎏의 대리석 원반은 강의 신(포르투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근처 로마의 유명한 하수도가 있었기 때문에 맨홀 뚜껑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기하학적인 대리석 모자이크 진실의 입이 있는 현관을 지나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두 줄의 코..

[슬기로운 성당 이야기] (9)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 (상)

영화 ‘로마의 휴일’로 유명해진, 1200여 년 역사 간직한 성당 ▲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 전경. 영화 ‘로마의 휴일’의 그곳 전 세계 관광객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 바로 이 성당 입구다. 사진 한 장 찍으려고 긴 시간 줄을 서야 하는데도 그 누구도 마다치 않는다. 또한, 순례객들에게는 이 성당의 이름이 낯설다. 코스메딘의 성모마리아 성당을 순례한다고 하면 거기 왜 가느냐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들을 마주할 때가 많았었다. 그럴 때마다 “진실의 입에 가는 겁니다”라고 말을 바꾸어야만 했다. 이곳에 오면 누구나 진실의 입에 손을 넣고 사진 찍고 되돌아가기 바쁘지만, 그들이 서 있는 이곳이 수천 년의 시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하지만 먼 곳 이탈리아 로마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