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핵심·자기이해 131

[단테의 신곡 제대로 배워봅시다] ⑨우골리노 백작과 루제리 대주교

가장 기괴한 악과 고통의 장소인 제9 지옥 먹지 못해 죽는 자식 보며 눈 멀지만 굶주림도 못지 않게 참기 힘든 고통 ‘식인’ 영적 해석하면 ‘성체 배령’ 이야기 제9 지옥에서 고통받는 우골리노 백작(위)과 루제리 대주교. 마지막 지옥인 제9 지옥은 ‘코키토스’(통곡의 강)라고 불리는 얼음 왕국이다. 코키토스는 네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네 종류의 배신자들이 그 안에서 벌 받고 있다. 제1 구역은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의 이름을 따 ‘카이나’(지옥 5,107)라고 불리며, 자신의 혈연을 배신한 자들이 있는 곳이다. 그들은 목 아랫부분이 얼음에 갇혀있고, 얼굴은 모두 밑을 향하고 있다. 제2 구역이 ‘안테노라’라고 불리는 것은 조국을 배신한 트로이 장군 이름 때문이다. 따라서 안테노라에는 자기 조국이나 당파를..

[단테의 신곡 제대로 배워봅시다] ⑧ 프란체스카와 파올로의 슬픈 사랑 이야기

죽음 불러온 사랑… 지옥서 영원한 사랑 되다 불륜으로 함께 살해되고 지옥행 단테, 이들을 동정심으로 보지만 이해하면서도 용서하지는 않아 아리 세페르 ‘파올로, 프란체스카와 함께 있는 단테와 비르길리우스’(1835).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단테는 사부와 함께 ‘모든 빛이 침묵하고 있는’ 제2 지옥으로 내려간다. 그 입구에서는 지옥의 심판관인 미노스가 죄의 종류에 따라 죄인들이 갈 곳을 정해주는데, 가는 곳의 숫자만큼 자신의 꼬리를 감았다. 이미 심판의 결과가 나와 있기에 미노스는 심판관이라기보다는 감옥의 관리자인 셈이다. 여기서 그럼 무절제가 일으킨 죄들 가운데 하나인 애욕의 죄를 살펴보기로 하자. 제2 지옥에서는 육욕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었던 죄인들이 그 육욕만큼 강한 바람에 휩쓸려 다니는 벌을 받고 있..

[단테의 신곡 제대로 배워봅시다] ⑦ 지옥의 지형도

악행에 따라 나눠진 층… 맨 밑에는 배신자들 지옥, 거대한 깔때기 모양 구덩이 하느님은 ‘기만’ 가장 싫어하셔 기만 행위 가운데 최악은 ‘배신’ 보티첼리 ‘지옥의 지형도’.(1495) 단테에 의하면 지옥은 북반구에 있는 거대한 깔때기 모양의 구덩이다. 그 구덩이는 8개의 동심원을 따라 내려가면서 좁아져 맨 밑 제9 지옥에 이른다. 단테는 지옥을 9층으로 나누고 각각의 층을 원(圓, cerchio)이라고 부른다. 나는 공간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마치 지하 주차장을 내려가듯이, 각각의 원을 제1 지옥(B1), 제2 지옥(B2)… 제9 지옥(B9)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제1 지옥은 림보다. 지옥 같지 않은 지옥이다. 세례를 받지 못하고 죽은 어린아이들과 유덕한 영혼들이 있는 곳이다. 그곳엔 기쁨도 없지만 그..

[단테의 신곡 제대로 배워봅시다] ⑥ 회색분자들의 비극

뜨겁지도 차지도 않고 죽음의 희망조차 없다 성경에도 안 나오는 중립 천사들 하느님 등지고 자신만 사랑하며 한 번도 제대로 살아본 적 없어 미켈란젤로 ‘최후의 심판 부분: 카론의 배’.(1541) 단테는 지옥문을 지나 지옥 입구에 들어선다. 거기에는 ‘치욕도 없고 명예도 없이’ 살아온 사악한 영혼들이 처참한 상태에 있었다. 저기에는 하느님께 거역하지도 않고 충실하지도 않고, 자신만을 위해 살았던 그 사악한 천사들의 무리도 섞여 있노라. (지옥 3,37-39) 하느님께 반역한 마왕 루치페로(Luci-fero)는 그리스어로 ‘새벽의 여신을 나르는 자’(Eos-phoros) 즉 빛을 나르는 천사였다. 구약성경에는 “어찌하다 하늘에서 떨어졌느냐? 빛나는 별, 여명의 아들인 네가!”(이사 14,12)라고 기록되어있..

[단테의 신곡 제대로 배워봅시다] ⑤ 지옥문의 비명(碑銘)

절망한다면 바로 그 자리가 지옥이 된다 지옥은 희망 보이지 않는 영원한 불 특정 장소 아니라 어디에나 존재 가능 절망은 곧 하느님과의 단절 의미 나를 거쳐 비통한 도시로 들어가고, 나를 거쳐 영원한 고통으로 들어가고, 나를 거쳐 멸망한 무리 사이로 들어가노라. 정의는 내 지존하신 창조주를 움직여, 천주의 권능과 최상의 지혜와 최초의 사랑이 나를 만드셨노라. 나보다 앞서 만들어진 것은 영원한 것들뿐, 나도 영원히 존속하리니, 여기 들어오는 너희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지옥 3,1-9) 단테는 지옥문에 쓰인 무서운 글귀를 보았다. 지옥문은 일인칭 화법으로 자기를 소개함과 동시에 지옥 전체를 소개하고 있다. 처음 3행은 3번이나 “나를 통해서”(PER ME)를 반복하는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한다. 지옥문은..

[단테의 신곡 제대로 배워봅시다] ④ 다른 길 : 겸손으로의 하강

단테의 저승 경험은 구원 위한 세 여인의 배려 성모, 인류의 죽음 그냥 못 봐 성녀 루치아에게 단테를 부탁 성녀는 베아트리체에 도움 명령 피사 사본 ‘베아트리체, 루치아, 마리아’(1385년 경) ‘신곡’(La Comedia)이란 말이 의미하는 것은 ‘죄와 슬픔과 비참에서 은총 상태로의 영혼의 회심’이다. 그러므로 프레체로는 「회심의 시학」에서, 단테의 시적 여정은 본질적으로 출애굽(Exodus)의 여정이며, 회심의 예시(Figura)라고 말한다. 주인공 단테의 전망에서 보면 산꼭대기로의 길을 가로막는 최종 장애는 암늑대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늘의 전망에서 보면 최종 장애는 죽음의 강이다. 그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바다보다 넓은 강물 속에서 그에게 닥쳐오는 죽음이 보이지 않는가? (지옥..

[단테의 신곡 제대로 배워봅시다] ④ 다른 길 : 겸손으로의 하강

단테의 저승 경험은 구원 위한 세 여인의 배려 성모, 인류의 죽음 그냥 못 봐 성녀 루치아에게 단테를 부탁 성녀는 베아트리체에 도움 명령 피사 사본 ‘베아트리체, 루치아, 마리아’(1385년 경) ‘신곡’(La Comedia)이란 말이 의미하는 것은 ‘죄와 슬픔과 비참에서 은총 상태로의 영혼의 회심’이다. 그러므로 프레체로는 「회심의 시학」에서, 단테의 시적 여정은 본질적으로 출애굽(Exodus)의 여정이며, 회심의 예시(Figura)라고 말한다. 주인공 단테의 전망에서 보면 산꼭대기로의 길을 가로막는 최종 장애는 암늑대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늘의 전망에서 보면 최종 장애는 죽음의 강이다. 그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바다보다 넓은 강물 속에서 그에게 닥쳐오는 죽음이 보이지 않는가? (지옥..

[단테의 신곡 제대로 배워봅시다] ③ 도덕적 알레고리로서의 세 짐승

인간의 내적 약점을 노리는 외적 유혹들 주님께 가는 길 막는 죄의 성향들 육욕을 상징하는 암표범과 교만의 사자, 탐욕의 암늑대 윌리엄 블레이크 ‘단테 앞에 나타난 세 마리 짐승’. 저승 순례를 마치고 이승으로 다시 귀환한 단테에게 그 ‘거칠고 황량하고 험한 숲’을 다시 생각한다는 것은 ‘죽음보다도 더 쓴’(코헬 7,26) 두려움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그 체험을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이 거기서부터 구원됐기 때문이다. 숲은 한편으로는 죄악과 타락을 상징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에덴동산이라고 하는 신성한 숲을 예시한다.(연옥 28,23) 즉 숲은 올바른 길에서의 이탈(a-versio)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올바른 길로의 회심(con-versio)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단테는 자신 앞에 있는 언덕으로 ..

[단테의 신곡 제대로 배워봅시다] ② 자전(自傳)적 알레고리로서의 「신곡」

지금 우리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나 지옥 편 제1곡은 전체 핵심 메시지 인생 절정이 권력이든 명성이든 누구나 그저 내려올 수밖에 없어 구스타브 도레 ‘어두운 숲’.(1868) 「신곡」은 특별한 은총으로 이미 저승(지옥, 연옥, 천국) 순례를 마친 단테가 다시 이승으로 돌아와 그 순례 체험을 회상하며 인류의 회심과 구원을 위해 쓴 극시(劇詩)다. 그러므로 프레체로는 말한다. “단테의 체험은 시적 허구도 아니고, 역사적 사실도 아니다. 그것은 자전적 알레고리다. 그것은 성경의 구원 패러다임과 한 개인의 특수한 환경의 종합이다. 즉 적용된 예형론이다. 성경의 구원 패턴이 단테의 삶 안에서 드러난 것이다.” 특히 지옥 편 제1곡은 「신곡」 전체의 서곡으로 단테가 전하려는 「신곡」의 핵심 메시지가 모두 담겨있다...

[단테의 신곡 제대로 배워봅시다] ① 시성(詩聖) 단테의 성시(聖詩) 「신곡」

영적 순례의 끝에서 그리스도인의 참 행복을 묻다 중세 서양의 문화, 종교, 사상, 학문 등을 총체적으로 계승한 단테의 「신곡」은 ‘모든 문학의 절정’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거짓 즐거움에 속아 하느님을 떠났던 단테는 정치적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하느님께 돌아오는 영적 여정을 체험한다. 이 체험 이후 쓴 「신곡」에는 그의 지난 삶에 대한 반성이 깃들어 있다. 지옥에서 시작해 연옥을 지나 지상 낙원을 거쳐 마침내 천국에서 하느님과 마주한 단테. 하느님을 만나고 다시 지상으로 돌아오는 그의 여정 끝에는 하느님의 본질인 ‘사랑’이 남았다. 이 순례 여정을 통해 단테가 그리스도인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단테 서거 700주년을 맞아 김산춘 신부가 친절히 안내하는 「신곡」의 여정으로 떠나보자.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