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핵심·자기이해 131

[단테의 신곡 제대로 배워봅시다] (19) 레테 강에서의 죽음

참회의 눈물과 망각의 강물로 깨끗해지다 베아트리체의 질책을 받는 단테 죄의식에 짓눌려 정신 잃고 쓰러져 마텔다의 인도로 레테 강에 몸을 담가 악에 물든 슬픈 기억 지우며 정화 존 플락스만, ‘단테를 침수하는 마텔다’(1793년). “떨리지 않고 제게 남아있는 피는 한 방울도 없습니다. 옛 불꽃의 표징들을 나는 압니다.” 나는 베르길리우스께 말하려 하였는데, 베르길리우스는 우리들을 남겨두고 떠나가셨다. 지극히 인자하신 아버지 베르길리우스, 내 구원을 위해 나를 맡겼던 베르길리우스여. (연옥 30, 46-51)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4,23)에서, 디도가 아이네이스를 그리워하며 하는 말을 인용함으로써 물러가는 사부에 대한 작별 인사를 대신한다. 특히 49-51행에서 사부의 이름이 3번 반복됨으..

[단테의 신곡 제대로 배워봅시다] (18) 베아트리체와의 재회

예수 그리스도 상징하는 베아트리체의 재림 복된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 구약 예언이 신약에서 성취된 그리스도와의 예형론적 연결 단테만이 그녀의 표징 읽어 가브리엘 로세티, ‘베아트리체의 인사’(1859). 단테가 베아트리체와 재회하는 연옥 편 제30곡은 「신곡」 처음부터 세어보면 63곡째이고, 그 뒤로 36곡이 남는다. 여기서도 삼위일체를 뜻하는 ‘3’이라는 숫자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곱 촛대가 이끄는 신비로운 행렬은, 천지창조부터 최후의 심판까지 인류의 역사를 기록한 성경을 상징한다. 행진의 목적은 지상에 하느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신비로운 행렬이 축하하는 것은 그리스도로서의 베아트리체의 재림이다. 단테가 「새로운 인생」의 연인을 하느님의 아들과 동일시한다는 것은 놀라..

[단테의 신곡 제대로 배워봅시다] (17) 신비로운 행렬

신·구약 모든 성경과 그리스도를 상징 구약성경 상징하는 24명 장로 뒤에 복음사가 가리키는 네 짐승 뒤따라 향주 3덕 나타내는 세 여인 춤 추고 서간 상징하는 노인들 행렬 이어져 이탈리아 사본 ‘신비로운 행렬’(14세기 후반). 마텔다와 단테는 강의 양 기슭 위쪽으로 나란히 걸어간다. 두 사람의 걸음이 합하여 100보가 되었을 때, 번개 같은 빛이 숲 가운데로 퍼진다. 음악 소리가 들리고, 일곱 그루의 황금 나무처럼 보이는 것이 다가온다. 그 목소리들은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예수님을 환영하는 군중들의 환호인 ‘호산나’(우리에게 구원을)(마태 21,9)를 노래하고 있었고, 나무들은 사실 일곱 개의 촛대였다. 그 촛대들 위에는 불꽃이 달보다 훨씬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촛대들은 「요한 묵시록」(1,4.12)..

[단테의 신곡 제대로 배워봅시다] ⑯ 마텔다는 누구인가?

천국의 기쁨 간직한 지상 낙원의 안내자 에덴동산에서 만난 천사 마텔다 영혼의 활동적 삶에 의한 지복 상징 우의적으로는 ‘인류의 재생’ 의미 인간 향한 창조주의 사랑을 찬미 존 플락스만과 베냐미노 델 베키오의 ‘마텔다’.(1826) 단테는 자신의 기쁨을 안내자로 삼아 열의에 넘쳐 앞으로 나아간다. 사부를 돌아보는 일도 없이 처음으로 혼자 전진하는 것이다. ‘사방으로 향기를 내뿜는 흙을 밟으며’, ‘인류의 첫 보금자리로 선택된’ 에덴동산의 ‘신선하고 우거진 성스러운 숲속’으로 들어갔다.(연옥 28,1-6) 이 묘사를 위해 단테는 실제의 장소 즉 산타폴리나레 인 클라세 성당이 있는 라벤나 근교 아름다운 ‘키아시 해변의 유명한 소나무 숲’을 떠올린다. 맑게 흐르는 물 건너편에서 마치 양치기 소녀(pastorel..

[단테의 신곡 제대로 배워봅시다] ⑮ 연옥 산의 구조

정죄(淨罪)의 과정으로 원죄 이전의 상태 회복 교만·질투·게으름·탐욕 등 각종 죄 일곱 둘레길 통해 정화의 과정 거쳐 마지막으로 불의 장벽 통과하며 연옥의 속죄 끝내고 자유 되찾아 넷째 둘레길로 향하는 계단 위로 올라왔을 때 해가 지고 일행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된다. 그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단테는 베르길리우스로부터 죄의 유형에 따른 연옥의 정죄(淨罪) 구조에 관한 설명을 듣는다. 이는 마치 지옥 편 제11곡에서 쉬는 틈을 타 지옥의 징벌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과 유사하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설교집」(96,1)에서 “어떤 사랑을 하느냐에 따라 어떤 인간이냐가 정해진다”고 했듯이, 어떤 사랑을 했느냐에 따라 연옥의 구조도 정해진다. 자연 본성의 사랑에는 언제나 오류가 없으나, 영혼의 사랑은 그릇..

[단테의 신곡 제대로 배워봅시다] ⑭ 교만을 겸손으로 누르다

단절된 하느님과의 관계 회복시키는 ‘겸손’ 겸손의 덕 보여준 ‘주님 탄생 예고’ 교만의 죄 씻기 위한 주님의 기도 「신곡」서 전체 낭송되는 유일한 기도 둘레길마다 선언되는 진복팔단 마음이 가난한 자들의 행복 강조 윌리엄 블레이크, ‘바위에 새겨진 수태고지를 감상하는 단테’(1824-1827년). 연옥 안으로 들어간 시인들은 바위 사이를 기어올라 연옥 산 첫째 둘레길에 도착한다. 둘레길은 그 폭이 사람 몸길이의 3배 정도 되는 환도(環道)이다. 그 둘레길에 면한 산허리에 교만과는 반대되는 겸손의 모범을 보여주는 일화들이 하얀 대리석에 새겨져 있다. 이는 예수회 판토하(Pantoja) 신부가 1614년 북경에서 펴낸 「칠극(七克)」의 제1권 ‘교만은 겸손으로 누르다’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위대한 겸손의 덕..

[단테의 신곡 제대로 배워봅시다] ⑬ 연옥 문의 천사

하늘나라에 합당한 자를 받아들이는 심판자 연옥 문에 이르는 세 개의 계단 통회-고백-보속 고해성사 과정 상징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사죄권 행사 참회를 통한 사죄 여부 판단하며 죄의 상처 씻어 내도록 이끌어 ‘연옥문’(1365년경). 지옥의 내문(內門)은 지옥 편 제9곡에 나온다. 그 문을 들어서면 본격적인 지옥이다. 연옥 편도 제9곡에 와서야 연옥 문이 나온다. 여기서도 그 문을 들어서야만 본격적인 연옥이 시작된다. 단테가 깊이 잠들어 꿈을 꾸고 있는 사이 성녀 루치아가 단테를 연옥 문 앞까지 옮겨다 준다. 문 하나를 보았는데, 아래에서 문까지 서로 다른 색깔의 계단 세 개가 있었고, 아직은 말 없는 문지기 한 분을 보았다. (연옥 9, 76-78) 계단 맨 위에는 천사가 앉아있다. 천사가 뽑아 든 칼은 ..

[단테의 신곡 제대로 배워봅시다] ⑫ 자유로 가는 순례길

연옥 순례의 목표, 죄의 굴레로부터 해방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얻은 현세 속박으로부터의 해방 순례, 약속된 땅 향한 여정 모든 그리스도인은 순례자 참된 자유 향한 길 떠나야 베키에타 ‘천사 뱃사공’(1445년경). 연옥 입구를 지키는 파수꾼은 우티카의 카토이다. 현명·정의·용기·절제의 추요덕(樞要德)을 의미하는 성스러운 별 네 개의 빛살이 그의 얼굴을 장식하고 있다. 카토는 기원전 49년 내전이 발발하자, 공화정의 자유를 지키고자 폼페이우스 편에 선다. 그리고 파르살리아 전투 후에 그는 아프리카에서 스키피오 편에 가담하였으나, 아프리카가 전체가 카이사르에게 항복하자 생포되는 것을 불명예로 여겨 명예롭게 자결하였다. 그는 죽기 전날 밤 플라톤의 「파이돈」(영혼불멸론)을 밤새 읽었다고 한다. 카토는 자살하였고..

[단테의 신곡 제대로 배워봅시다] ⑪ 연옥(煉獄)의 정의(定義)

참회한 죄인의 여죄 씻는 천국과 지옥의 중간 ‘칠층산’을 기어오르는 연옥 죄의 허물 벗는 참회의 장소 산 자들 기도·선행으로 가속 늘 열려있는 지옥문과 달리 바늘구멍처럼 좁은 연옥문 구투조, ‘연옥의 해안’(1970). 시인 단테의 「신곡」은 먼바다를 향해 출범하는 항해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지 않고 다시 미지의 세계로 떠났던 오디세우스처럼, 시인 단테 또한 육신의 고향인 과거의 피렌체로 귀환하지 않고 영혼의 고향인 미래의 천국을 향해 떠난다. 보다 편한 물 위를 달리기 위하여 내 재능의 쪽배는 돛을 활짝 펼쳤으니 그토록 참혹한 바다를 뒤에 남긴 채(연옥 1, 1-3) 한편 주인공 단테는 지옥 편에서는 마치 동굴 탐험가처럼 더듬더듬 지하로 내려가고, 연옥 편에서는 마치 등반가처럼 엉금..

[단테의 신곡 제대로 배워봅시다] ⑩ 하느님을 배신하는 자 모든 것이 그를 배신하리라

인간의 가장 큰 죄는 하느님을 배신하는 것 제9 지옥의 마지막 구역 ‘주데카’ 영원한 침묵으로 단죄 받은 악마 대왕 죄인들을 물고 씹어 으깨며 고통 부여 단테, 우정만은 배신 않겠다고 다짐 베키에타 ‘악마 대왕과의 만남’(1445년경). 제9 지옥 제1구역 카이나에는 혈연을 배신한 자들이, 제2구역 안테노라에는 조국과 당파를 배신한 자들이 있었다. 제3구역인 톨로메아에는 친구와 손님을 배신한 자들이 등장한다. 전자보다 후자의 죄가 더 큰 것은, 가족과 나라는 자신이 선택할 수 없지만, 친구와 손님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의 죄인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고, 후자의 죄인들은 모두 고개를 곧추 세우고 있다.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눈물이 눈에서 직접 떨어지나, 고개를 세우고 있으면 눈구멍에 눈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