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례 상 식 769

[교회상식 속풀이] 435. 제대에 촛불을 켜는 순서가 있나요?

제가 파견된 보육 시설에는 미사전례를 도와주는 전례단이 있습니다. 이 친구들이 미사 전에 제대에 놓인 초에 불을 붙일 때마다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고 뭔가 교통정리를 해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복사들이 궁금해할 질문을 다뤄보려 합니다. 제대에 놓인 초는 미사 전에 불을 붙여 놓아야 합니다. 제대 초에 점등은 보통 복사들의 몫입니다. 교회법상 초에 어떤 순서대로 점등하라는 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미사 전례의 봉사자 그룹을 이루는 복사단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지침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도 어릴 때 복사단에서 활동을 했었는데, 아마도 그때 배운 기억으로 제대의 가운데 놓은 십자가를 기준으로 오른편에 있는 초에 먼저 불을 붙이고, 왼편의 초에 불을 붙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놓인 초들..

전 례 상 식 2021.10.11

(교회상식 속풀이) 434. 제3수련이 뭔가요?

어떤 신자분께서 제3수련에 대해 물어오셨습니다. 제가 제3수련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나 봅니다. 교회상식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만, 일종의 속풀이 번외편으로 다뤄 보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제3수련(tertianship)은 예수회(Society of Jesus)라는 수도회에 입회한 이들 즉, 예수회원들이 평생교육과정의 거의 최종단계에 두는 수련과정입니다. 보통 "수련" 하면 수도회에 입회한 지 얼마 안되는 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예수회원들은 사제든 사제직을 받지 않는 평수사든 모두 제3수련을 받도록 요청받습니다. 일반적으로 수도회의 양성과정은 지원기, 청원기, 수련기, 유기서원기, 종신서원으로 구분됩니다. 지원기는 수련을 받고자 지원하는 시기입니다. 청원기는 지원기를 거친 사람이 수련을..

전 례 상 식 2021.09.10

[교회상식 속풀이] 433. 악도 하느님께서 창조하셨죠?

벨기에 리에주 세인트 폴 대성당에 있는 루시퍼 동상.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창조하셨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당연히 악도 하느님의 산물이 되겠습니다. "아, 그렇군!" 에서 끝나면 좋겠지만, 늘 이 논리에서 혼란이 발생합니다. 그럴 것이면 악을 왜 만들어서 우리를 힘들게 하신 것인가! 그런데 이런 논리를 좀 더 밀고 나가면, 인간을 왜 만들어서 지구를 혹사시키는 것일까? 나치는? 일본의 군국주의는? 빈부격차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코로나 19는?.... 하느님이 답해야 할 것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좀 더 냉철하게 생각해 보면, 악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지 않으셨다면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악은..

전 례 상 식 2021.08.28

[교회상식 속풀이] 432. 예수님은 스스로 원해서 십자가를 지신 거 아니죠?

(이미지 출처 = Unsplash) "스스로 원하신 수난이 다가오자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이라고 미사 경본에 나와 있듯이, 우리는 예수님께서 당신이 원하셔서 십자가를 지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뜻밖의 질문일까요? 이 질문을 해 오신 분은 예수님의 수난기를 읽다가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마태 26,39)라는 예수님의 기도에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듣고 보니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을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지만, 예수님이 끝까지 십자가 위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당하셔야 할 일을 피하지 않고 감내하셨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자발적으로 수난을 받아들이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겟세마니에서 경험했던 ..

전 례 상 식 2021.07.23

[교회상식 속풀이] 431. 구일기도는 어쩌다 생긴 거죠?

19세기 프랑스의 구일기도(노베나) 성화.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교리를 듣던 조카가 물어왔습니다. 9일이라는 기간을 가지고 기도하는 것을 구일기도라고 하는데, 왜 하필이면 9일이라는 기간이 생겼는지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9일기도에서 9일이라는 기간의 의미에 대해서 별로 생각하고 살지 않았었기에 조카가 던지는 질문이 신선했습니다. 구일기도를 영어로는 노베나(novena)라고 합니다. 아홉을 뜻하는 라틴어 노벰(novem)에서 기인합니다. 가톨릭의 신심행위 중 하나입니다. 우스갯소리를 들려드리자면, 어떤 사람이 고급차 벤틀리를 사고 싶어서 베네딕도회 수사신부를 찾아가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신부님, 제가 벤틀리를 살 수 있도록 노베나를 바쳐 주세요." 그랬..

전 례 상 식 2021.07.04

[교회상식 속풀이] 430. 예수님을 굳이 하느님으로 숭배해야 할까요?

(이미지 출처 = Pxhere) 예수님이 오시기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하느님에 대해 알려준 예수님을 굳이 하느님으로 모셔야 할 필요가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하느님이라 여기지 않아도 그분은 그대로 모범적인 사람이었고, 위대한 스승이십니다. 존경을 드리는 마음으로도, 그리고 그분을 본받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구원받을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리스도교와 관련된 교양 수업이나 교리 시간에 충분히 접하게 될 만한 질문이 오늘 "속풀이"의 주제가 되겠습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예수님이 꼭 하느님이 아니시더라도 우리는 그분을 존경해 마지 않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창시자이시니 예의상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믿으라는 법도..

전 례 상 식 2021.06.19

[교회상식 속풀이] 429. 교회는 신자들의 혼인에 왜 관여하나요?

다른 종교에 비해 가톨릭 교회는 신자들의 결혼에 대해 여러가지 구체적인 지침을 주는 듯 합니다. 달리 표현하면 제약을 많이 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혼인과 연결된 교회법적 장애로 인해 성사생활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신자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결혼이 신앙생활에 매우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지기에 그렇습니다. 교회가 정하고 있는 기준과 맞지 않아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안게 된 분들을 위한 안내도 이전의 속풀이에서 다뤄 봤습니다. 필요한 내용들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결혼이라는 주제는 개인과 개인을 둘러싼 가족에게 이미 묵직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교회도 여러 조건을 걸어 간섭을 하는 듯 보입니다. 다 큰 어른들이 보기엔 가톨릭 교회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면입니다. 조금만 생각해 ..

전 례 상 식 2021.06.04

[교회상식 속풀이] 428. 교중미사 때도 미사예물을 내나요?

미사예물 봉투. ©️왕기리 기자 오늘 질문에 대해 당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하실 분이 많으실 듯합니다. 미사예물이야 청할 지향이 있으면 내는 것이고 아니면 마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여기서 알아야 하는 것이 "교중미사"입니다. 오늘 속풀이를 위해서는 "교중미사"를 먼저 설명해야겠습니다. "가톨릭 대사전"을 보면, 교중미사는 "교구장 주교와 본당 주임사제가 모든 주일과 의무적 축일에 미사예물을 받지 않고 자기에게 맡겨진 신자들을 위해 봉헌해야 하는 미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교구장인 주교는 교구 신자들을 위하여, 본당을 담당하는 주임사제는 본당 신자들을 위해 미사를 봉헌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이렇게 직책에 부여된 의무이기에 교구장 서리, 교구장 대행, 임시로라도 본당을 맡고 있는 주임사..

전 례 상 식 2021.05.21

[교회상식 속풀이] 427. 1918년도 팬데믹 때 가톨릭 교회는?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작년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가 세계를 지배하는 듯 보입니다. 그런데 100여 년 전인 1918년에도 전 세계를 마비시킨 전염병이 창궐했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략 5000만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어쩌다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진 감기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는 제1차 세계대전 중이었음에도 전쟁으로 죽은 이들보다 감기 바이러스로 사망에 이른 이들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계대전이라는 사건이 이 팬데믹을 가려 버렸습니다. 코로나19처럼 어마어마한 일이었는데도 말이죠. 1차 세계대전 당시 스페인은 전쟁에 말려들지 않았던 상황이라 전쟁보다는 이 치명적인 독감에 대해 거론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스페인이 독감의 진원지가..

전 례 상 식 2021.05.03

[교회상식 속풀이] 426. 독서를 마치고는 왜 "주님의 말씀입니다"를 생략하나요?

©️지금여기 자료사진 성당에서 열심히 전례부 활동을 하고 있는 후배가 물어왔습니다. 독서를 마치면 독서자는 으레 "주님의 말씀입니다"라고 선포하고 회중은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응답합니다. 그런데, 전례의 분위기를 위해 이 형식을 생략하는 때가 있습니다. 부활 성야의 제3독서를 마감하고 나서는 전례를 위해 "주님의 말씀입니다"를 하지 않습니다. '어? 이런 게 다 있었나?' 생각하시는 분들은 당장 '매일미사' 4월호를 펴시고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3독서는 부활 성야 미사에서 뺄 수 없는 독서입니다. 복음 빼고 독서가 모두 합쳐서 8가지나 되고 길어서 종종 몇 개의 독서는 들어냅니다만, 탈출기를 들려주는 제3독서는 빼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부활에 관하여 구약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

전 례 상 식 2021.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