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2월 13일 다해 재의 수요일

dariaofs 2013. 2. 13. 07:16

 

                                                                                  (마태 6,1-6.16-18)

 

 

 

<연기하지 말고>

 

이제 다시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혹시 어떤 이들은 '대림절을 지낸지 얼마 안 되었는데 벌써 사순절인가?'

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판공성사를 본지 얼마 안 되었는데 또 판공성사를 준비해야 하나?

라고 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얼마 전에 성탄절을 경축했는데 금방 부활절을 경축하게 되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다시 참회 시기가 돌아온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목욕을 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또 목욕을 해야 한다니...'

라고 귀찮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금방 다시 또 목욕을 하게 되었으니 더욱 깨끗해지겠다.'

라고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재의 수요일 복음 말씀은 자선, 기도, 단식에 관한 가르침입니다.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마태 6,1)."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는 것'은

'의로운 일을 하는 척'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것은 의로운 일이 아닙니다.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사순절 기간 동안의 기도나 선행 계획 같은 것을 세우게 하고,

나중에 그것을 얼마나 잘 실천했는지를 종합해서

상과 상품을 주는 행사를 흔히 봅니다.

그런데 그런 일은 교육 목적상 하는 일이라고 해도,

상품을 받기 위해서 기도를 하거나 선행을 하도록 만드는 일이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그건 아이들을 위선자로 키우는 일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행사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마태 6,5)."

 

기도란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이기 때문에

하느님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기도한다면,

그것은 기도가 아닙니다.

그냥 '기도하는 척'을 하는 것입니다.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마태 6,16)."

 

자기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리고 침통한 표정을 짓는 것은 진정한 단식이 아닙니다.

단식은 하느님을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느님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한다면 단식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배우들이 단식하는 모습을 연기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

예수님 말씀의 뜻입니다.

실제로 굶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선, 기도, 단식 외에도

신앙생활이란 전체적으로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생활이 아니라

하느님께 자기 삶을 드리기 위해서 하는 생활입니다.

 

"숨어 계신 네 아버지(마태 6,6.18)." 라는 말은,

'하느님은 사람들 눈에 안 보여서 숨어 계신 것 같아도,

사실은 어디에나 계시는 분이다.' 라는 뜻입니다.

어디에나 계시는 분이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분이고,

인간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다 보시는 분입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마태 6,4.6.18)" 라는 말은,

'하느님은 사람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시는 분이다.' 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사람들을 속일 수는 있어도 하느님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자선을 행하는 척, 기도를 하는 척, 단식을 하는 척 연기를 해서

사람들을 속일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시는 하느님께서는

그것이 진짜인지 연기인지 아신다는 것입니다.

 

"그대는 사람을 속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속인 것이오(사도 5,4)."

이 말은 베드로 사도가 하나니아스라는 사람을 꾸짖는 말입니다.

하나니아스와 사피라 부부는 재산을 팔아서 봉헌하기로 했는데,

돈의 일부를 떼어 놓고,

아마도 전 재산을 봉헌하는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을 것입니다.

 

사실 일부를 떼어 놓았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어도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그들 부부는

전 재산을 봉헌한 사람이라는 칭찬을 받고 싶은 욕심과

재산에 대한 욕심 사이에서

거짓말을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거짓말을 베드로 사도가 꿰뚫어보고 꾸짖은 것입니다.

 

자선이든 기도든 단식이든 봉헌이든 간에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됩니다. ('하고 싶은 만큼'은 아니고.)

할 수 없는 것을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비난하지 않습니다.

 

사순절 기간 동안의 극기 고행이나 회개도

자기 능력과 수준에 맞게, 정성을 다 쏟아서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다른 사람 흉내 내지 말고, 연기하지도 말고...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