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2월 10일 다해 연중 제5주일(설)

dariaofs 2013. 2. 10. 05:01

 

                                                              (민수 6,22-27 ; 야고 4,13-15 ; 루카 12,35-40)

 

 

 

<야고보의 조건>

 

설날 제2독서 말씀에 들어 있는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야고 4,15)."

라는 구절을 '야고보의 조건'이라고 부릅니다.

(야고보서에 있으니까 '야고보의 조건'이라고 합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면'이라는 말은

이 구절 안에서는 '주님께서 허락하신다면'이라는 뜻이고,

인간은 주님께서 허락해 주시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허락해 주시지 않는다면'을 '도와주시지 않는다면'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말 자체는 다른 뜻이지만 인간 입장에서는 사실상 같은 뜻입니다.)

 

주님께서 허락해 주시지 않는다면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은

인간에게는 자기 인생의 결정권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인간에게는 자기 인생의 결정권이 있지만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또 주님께서 주시는 것을 받기를 바란다면

주님 뜻에 합당한 인생을 살면서 주님께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은 것은 그들 자신이 결정한 일이고,

그래서 그 일에 대한 책임도 그들 자신에게 있습니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주님께서 따먹지 말라고 명령하신 열매를 먹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탄이 그 열매를 따먹어도 된다고 유혹했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습니다.

아담과 하와는 그 유혹을 물리치기 위해서

하느님께 도움을 청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 라는 예수님의 말씀도

'야고보의 조건'과 연결됩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도 사람의 힘으로 안 되는 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고,

실제로 자주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믿지 않는 사람들은 믿지 않기 때문에 주님께 도움을 청하지 않습니다.

 

주님을 믿는 사람들은 믿기 때문에 주님께 도움을 청합니다.

그랬을 때, 사람의 힘으로는 안 되는 일들이지만

주님의 도움을 받아서 그 일을 해내게 되는 것을 체험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믿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야고보서를 보면, '야고보의 조건' 다음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러분은 허세를 부리며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자랑은 다 악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좋은 일을 할 줄 알면서도

하지 않으면 곧 죄가 됩니다(야고 4,16-17)."

 

사람의 힘으로 다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것은 믿음 없는 태도이고,

허세이고, 자만이고, 악한 것입니다.

 

또 주님을 믿고 주님께 도움을 청하려면

우선 먼저 주님 뜻에 맞게 살아야 합니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주님께 도와달라고 청하기만 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고,

'좋은 일'(선한 일)을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은

죄가 되는 일 - 주님께 청할 자격을 잃는 일입니다.

 

우리는 '야고보의 조건'을 소극적으로만 생각해서

'인간이란 주님 손바닥 위에 있는 존재일 뿐이다.'

라고 체념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사실 '야고보의 조건'은 인간의 무능력을 강조하는 말도 아니고,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허무주의도 아닙니다.

주님 뜻에 합당한 신앙생활을 하라는 권고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원하시면'이라는 말은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라고 바꿔서 생각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항상 도와주실 것입니다."

가 야고보서 저자의 원래 의도일 것입니다.

 

2013년이 시작된지 한 달이 넘었고, 또 설날을 지내고 있는데,

새해만 되면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사람도 많고,

새로운 삶을 희망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 계획과 삶이 정말 주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것인지 먼저 반성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허락해 주실 만큼(도와주실 만큼) 선한 일인지,

아니면 주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인지,

모두를 위한 일인지, 자기 혼자만의 이익을 위한 일인지...

 

복음 말씀에 나오는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루카 12,35)." 라는 명령은

'항상 깨어 있어라.' 라는 뜻인데, 항상 깨어 있다는 것은

'항상 자기의 삶을 점검하고 반성해서 잘못된 것을 즉시 바로잡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믿는 나는 왜 하는 일마다 안 되고,

믿음도 없는 저 사람은 왜 하는 일마다 잘되는가?" 라는 생각이 들 때,

잘되고 안 되는 기준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 를 먼저 반성해야 합니다.

 

'세속적으로 잘되는 것만' 잘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만을 바라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믿는다면 주님께서 바라시는 일은 주님의 뜻대로 된다고 믿어야 하고,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주님의 뜻에 맞는 일이라고 확신한다면

너무 쉽게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