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2월 8일 다해 (성예로니모 에밀리아니, 성녀 요세피나 바키타 동정)

dariaofs 2013. 2. 8. 07:39

 

                                                                                  (마르 6,14-29)

 

 

 

<세례자 요한의 죽음>

 

2월 8일의 복음 말씀은 마르코복음 6장 14절-29절,

'헤로데가 예수님의 소문을 듣다.'와 '세례자 요한의 죽음'입니다.

 

헤로데와 헤로디아의 결혼은 정략결혼이 아니라

그냥 유부남과 유부녀가 눈이 맞은 간통입니다.

욕망에 눈이 멀어서 율법을 무시한 것입니다(레위 20,21).

그들의 간통은 정치적인 입지나 권력 강화를 위한 일이 아니고

추악한 욕망을 공공연하게 채운 범죄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예언자의 비판을 듣고 회개하기는커녕

예언자의 입을 막아버렸습니다.

그것은 간통죄를 살인죄로 덮으려고 한 것입니다.

 

어떻든 헤로데와 헤로디아의 모습은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루카 18,4)'

범죄자들의 모습입니다.

 

(20절, '그를 두려워하며' 라는 말은

하느님의 예언자에 대한 '미신적인 두려움'을 뜻하는 말입니다.

헤로데가 하느님을 두려워한 것도 아니고,

세례자 요한을 두려워한 것도 아니고,

민중의 여론을 두려워한 것도 아닙니다.

 

또 26절, '몹시 괴로웠지만'이라는 말은

헤로데가 세례자 요한을 죽이는 일을 괴로워했다는 뜻이 아니라

자기의 경솔한 약속을 손님들이 비웃게 될까봐 괴로워했다는 뜻입니다.)

 

복음 말씀의 표현들만 보면,

헤로디아만 세례자 요한을 죽이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것으로 보이고,

헤로데는 요한을 안 죽이려고 애를 썼던 것으로 생각하기가 쉬운데,

당시의 실제 역사와 복음서의 전체 내용을 생각하면

헤로데와 헤로디아는 똑같은 살인자들입니다.

 

(생일잔치를 이용해서 세례자 요한을 죽인 것은

헤로디아의 음모였던 것으로 되어 있지만

어쩌면 헤로데 자신의 음모일 수도 있습니다.)

 

'헤로디아의 딸'로 기록되어 있는 소녀는

헤로디아와 전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고,

이름은 '살로메'였다고 전해집니다.

 

헤로디아는 소녀에게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요구하여라.' 라고만 시키는데,

그 소녀는 헤로데에게 서둘러 가서

'당장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저에게 주시기를 바랍니다.'

라고 말합니다(마르 6,25).

 

'서둘러 가서' 라는 말과 '당장'이라는 말,

또 '쟁반에 담아' 라는 말과 '저에게 주시기를 바랍니다.' 라는 말은

그 소녀가 단순히 심부름만 한 것이 아니라

헤로디아와 다를 것 없는 악랄한 여자였음을 나타냅니다.

 

복음서의 내용과는 반대되는 상황을 상상해 봅니다.

만일에 그 소녀가 헤로데에게

'세례자 요한을 석방시켜 주십시오.' 라고 요구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헤로데는 '몹시 괴로웠지만, 맹세까지 하였고

또 손님들 앞이라 그의 청을 물리치고 싶지 않아서(마르 6,26)'

어쩔 수 없이 세례자 요한을 석방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나중에 다시 붙잡아서 죽이더라도...)

 

세월이 흐른 뒤에, 만일에 누군가가 그때의 일을 살로메에게 물었다면

그 여자는 어떻게 대답했을까?

(나중에 하느님의 심판대에 섰을 때 살로메는 그때의 일을 어떻게 변명했을까?)

 

'그건 당시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라고 대답했을까?

아니면,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세례자 요한에게 미안하다.'

라고 거짓 사과를 했을까?

아니면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서로 다른 판단이 있다.'

라고 대답했을까?

 

(이스라엘 역사서에는, 헤로데가 세례자 요한을 죽인 것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백성을 선동해서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헤로데가 의심했다는 것입니다.)

 

살로메는 부모의 범죄를 막을 수도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막기는커녕 공범이 되었습니다.

(단순한 하수인이 아니라 공범입니다.)

 

생일잔치에 참석했던 고관들과 무관들과 유지들은

왜 침묵을 지키면서 구경만 하고 있었을까?

헤로데가 그렇게 무서운 존재였나?

헤로데의 통치권 아래에 있는 사람이라면 헤로데를 무서워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로마 황제에게 속해 있는 사람이라면 헤로데를 무서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 자리에 있었던 고관들과 무관들과 유지들 가운데에는

유대인들 외에도 로마인들도 있었을 것이고, 그리스인들도 있었을 것이고...)

 

손님들이 침묵을 지키고 구경만 한 것은

일차적으로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언자가 죽든지 말든지 자기의 일이 아니라는 무관심.

 

그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헤로데와 한편이었거나 충성스러운 신하였을 것이고,

아마도 그들은 헤로데의 결정을 찬성했을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독재라는 것은 독재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추종 세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까... 그러니 그들 모두 살인자들입니다.

독재자의 하수인들, 추종세력들, 독재자의 딸과 가족들...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