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2월 11일 다해 연중 제5주간 월요일(세계 병자의 날)

dariaofs 2013. 2. 11. 08:56

 

                                                                                    (마르 6,53-56)

 

 

 

<예수님의 자비>

 

"그들은 호수를 건너 겐네사렛 땅에 이르러 배를 대었다.

그들이 배에서 내리자 사람들은 곧 예수님을 알아보고,

그 지방을 두루 뛰어다니며 병든 이들을 들것에 눕혀,

그분께서 계시다는 곳마다 데려오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마을이든 고을이든 촌락이든 예수님께서 들어가기만 하시면,

장터에 병자들을 데려다 놓고

그 옷자락 술에 그들이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마르 6,53-56)."

 

이 내용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 계속 돌아다니시고(마르 1,39),

사람들이 병자들과 함께 예수님을 따라다니는 상황입니다.

 

사람들이 병자들을 데리고 예수님을 따라다니는 것은

예수님께서 병을 고쳐주실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병을 잘 고쳐 주신다는 믿음은

병자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의 믿음이고,

병자들 자신들의 믿음이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물론 병자들 가운데에도

예수님을 알고 있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겠지만,

예수님을 모르거나 안 믿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병자를 데리고 온 사람의 믿음이든지 병자들 자신들의 믿음이든지 간에

그들의 믿음을 아직은 진정한 믿음이라고 할 수는 없고,

그저 병을 고치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 때문에

예수님께로 몰려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도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의 믿음과 상관없이

병자들을 가엾게 여기셔서 그들을 모두 고쳐 주십니다.

다시 말해서 치유의 기적은, 사람들의 믿음보다는

예수님의 자비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예수님의 옷자락 술에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고 청하는 것은

마르코복음 5장 28절에서

'열두 해 동안 하혈하던 여자'가 했던 것과 같은 생각으로 청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그 여자가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대기만 했는데도

병이 나았다는 소문이 퍼졌을 것이고,

사람들은 그 여자처럼 자기들도

예수님의 옷(또는 옷자락 술)에 손을 대기만 해도

병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 라는 말은,

예수님의 옷자락 술이 기적을 일으켰다는 뜻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병을 고쳐 주셨다는 뜻입니다.

('구원을 받았다.' 라는 말은 '병이 나았다.' 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구원'과는 다릅니다.)

 

우리는 어떤 기적이든지 기적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믿음이 기적의 원인이다.' 라는 말을 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런 표현은 옳지 않고,

'기적은 믿음에 대한 응답이다.' 라고 표현해야 합니다.

 

또 그 응답을 주실 것인지에 대한 결정권은 주님에게만 있습니다.

자동판매기가 작동하듯이 믿기만 하면 무조건 기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주님께서 안 믿는 사람에게는 전혀 기적을 행하지 않으신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은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자비를 베풀어 주신 적이 많습니다.)

 

그러니 믿어야 할 것은 예수님의 옷자락 술이 아니라 '예수님의 자비'이고,

믿고 청했다면 믿음으로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청한 것을 받았다면 그 다음 단계의 믿음으로

(참된 제자요 신앙인으로서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청한 것을 받음으로써 예수님과의 관계가 끝난다면,

그건 믿음이 아니고, 예수님을 그냥 거래 대상으로만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 몰려들었던 병자들과 그 병자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은

나중에 예수님의 수난 때에는 다 어디로 갔을까?

예수님이 체포될 때 사도들도 다 도망갈 정도였으니

다른 사람들도 그랬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성령을 받은 사도들이 복음 선포 활동을 시작했을 때에는?

 

사도행전을 보면, 마티아를 사도로 새로 뽑을 때

그 자리에 모여 있었던 사람 수는 백스무 명가량이었습니다(사도 1,15).

예수님의 빵의 기적 때에 오천 명 이상의 군중이 모여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줄어도 너무 줄었습니다.

 

예수님 덕분에 병을 고치고 건강을 되찾은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미련 없이 그냥 떠났습니다.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는 간절하게 의사를 찾다가

병이 낫고 퇴원한 다음에는

그 의사를 깨끗이 잊어버리는 환자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예수님을 그저 병을 잘 고치는 의사로만 생각한 사람들은

병이 나은 다음에는 다시 그 의사를 찾을 필요가 없어서

그냥 떠나버리고 잊어버린 것입니다.

(물론 막달라 마리아나 바르티매오처럼

계속 예수님을 따라다닌 사람도 조금은 있었습니다.)

 

그래서 2월 11일의 복음 말씀은 예수님의 자비가 더욱 부각되는 내용입니다.

나중에 그렇게 당신을 떠나버리고 잊어버릴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예수님께서는 기꺼이 병자들을 고쳐 주셨습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