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3월 8일 다해 천주희 성요한 수도자 기념 허용

dariaofs 2013. 3. 8. 07:29

 

                                                                                 (마르 12,28ㄱㄷ-34)

 

 

 

<첫째가는 계명, 첫째가는 죄>

 

율법학자 한 사람이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라고 예수님께 묻고, 예수님께서는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와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가

가장 중요한 계명이라고 대답하십니다(마르 12,28-31).

 

당시 율법학자들은 계명들과 율법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서 자주 토론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반대로 생각하면,

가장 중요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도 토론했다는 것이 되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계명이 무엇인지 생각한 것은

그 계명을 우선적으로 지키겠다고 생각한 것이 되는데,

반대로 가장 중요하지 않은 계명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은

그 계명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이것은 어쩌면 계명들과 율법들이 너무 많아서

그것들을 모두 다 지키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만 지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무시하고 싶다는

속셈이 숨어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 이것은 '큰 죄'는 안 지으려고 노력하지만

'작은 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면 안 된다고 가르치셨습니다(마태 5,19).

예수님의 이 말씀은 계명들 가운데 가장 작은 것이 실제로 있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장 작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이 가르침은, 가장 큰 계명과 가장 작은 계명을 분류하지 말고,

모든 계명을 다 지켜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런 뜻에서 '첫째가는 계명'에 관한 질문과 답변을 다시 생각하면,

이것은 계명의 서열에 관한 문답이 아니라 계명의 근본정신에 관한 문답입니다.

모든 계명들과 율법들의 근본정신은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모든 계명들과 율법들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러니 모든 계명들과 율법들은 '사랑으로' 지켜야 하고,

또 '사랑을 위해서' 지켜야 합니다.

 

정말로 사랑한다면

계명들과 율법들이 너무 많아서 못 지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사랑이 없다면

계명들과 율법들을 대폭 줄여서 몇 개만 남겨두어도 안 지킬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 와서 질문을 하고

예수님의 칭찬을 듣게 된 그 율법학자와는 달리

당시의 대부분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가장 중요한 계명, 또는 첫째가는 계명을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신약성경에 묘사되어 있는 그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야훼 하느님을 유일신으로 섬기는 것'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할례를 받는 것, 안식일을 지키는 것,

정결예식을 행하는 것' 등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박해하고 죽인 것은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주장이

야훼 하느님에 대한 유일신 신앙을 부정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예수님께서 안식일을 자기들과 같은 방식으로 지키지 않고

안식일에도 병자를 고쳐 주신 일들도 하나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하느님을 섬기긴 했지만

그 '섬김'에는 '사랑'이 없었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했기 때문에 섬긴 것이 아니라 섬겨야 한다니까 섬긴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계명에 대한 생각은 '가장 큰 죄'에 대한 생각과 연결됩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가장 큰 죄'로 생각한 것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죄'와 우상숭배였고,

그 다음으로는 안식일을 안 지키는 것, 정결예식을 행하지 않는 것 등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그들을 이렇게 꾸짖으셨습니다.

"눈먼 인도자들아! 너희는 작은 벌레들은 걸러 내면서

낙타는 그냥 삼키는 자들이다(마태 23,24)."

이 말씀은 작은 죄는 안 지으려고 노력하면서

정말 큰 죄는 태연하게 그냥 짓고 있다는 꾸중입니다.

 

하느님을 섬긴다고 해도, '사랑 없는 섬김'은 올바른 '섬김'이 아닙니다.

안식일 규정과 정결예식 규정을 지키는 일도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 없이 규정 자체만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지키면

그건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예수님 기준으로 '가장 큰 죄'는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죄'입니다.

 

(그리고 ‘사랑’이란 자기의 것을 남겨놓지 않는 것입니다.

‘태울 수 있는 대로 다 태우고 타고 남은 재까지 태우는 것’이 사랑입니다.

마음, 목숨, 정신, 힘을 다해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고,

자기 자신처럼 이웃을 사랑하는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사랑한다면 ‘나’는 없게 됩니다.

 

또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구분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 사랑은 이웃 사랑으로 실현되고, 이웃 사랑은 하느님 사랑으로 완성됩니다.

두 사랑은 사실상 하나의 사랑입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