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1,16.18-21.24ㄱ)
<요셉>
하느님께서는 '마리아' 라는 이름의 한 처녀를 선택하신 것이 아니라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선택하셨습니다(루카 1,27).
이 말은 요셉과 마리아가 함께 하느님의 선택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물론 약간의 시간 차이는 있었고,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를 찾아왔을 때 요셉은 그 자리에 없었고,
나중에 따로 천사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마리아의 성령 잉태를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하느님께서 두 사람을 선택하신 일은
'함께' 이루어진 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일은 인간 세상의 시간 순서를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요셉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일이 다 진행된 다음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하고 응답하고 순종한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이 있기 전부터 이미 (또는 원래)
요셉은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에 동의하고 응답하고 순종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고,
인간의 눈에 보이는 전후 시간 순서를 초월한 믿음이 요셉에게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요셉을 존경하는 것은
그가 마리아와 똑같이, 또 마리아와 함께
하느님의 뜻에 응답하고 순종한 인물이었기 때문이고,
우리가 본받아야 하는 것도 바로 그의 믿음과 응답과 순종입니다.
그런데 요셉에 관한 기록에서 특이한 점은
그가 주로 꿈에 주님의 천사에게서 계시를 받았다는 점입니다.
요셉이 마리아의 성령 잉태를 알게 되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인 일(마태 1,20),
가족을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한 일(마태 2,13),
이집트에서 이스라엘로 돌아간 일(마태 2,19),
나자렛으로 가서 자리를 잡은 일(마태 2,22) 등이 모두
꿈에 나타난 천사의 지시대로 한 일입니다.
이것은 요셉이 하느님의 계시를 직접 받는 예언자급 인물이었음을 나타냅니다.
천사가 어떤 사람의 꿈에 나타나서 지시를 하는 것은
하느님의 여러 가지 계시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가 공적으로 예언 활동을 한 것은 아니어서 예언자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계시를 받는 모습을 보면 구약시대 예언자들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어떻든 요셉이 하느님의 계시를 직접 받았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고,
천사를 천사로 바로 알아보았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고,
꿈속에서 들은 천사의 말을 그대로 믿고 그 말대로 실행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입니다.
이것은 평소에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나
계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들입니다.
엘리사벳의 남편 즈카르야는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천사를 만났고,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직접 들었지만, 믿지 않았습니다(루카 1,11-20).
이처럼 요셉은 처음부터 준비되어 있었던 인물이고,
하느님의 선택을 받을 자격이 충분했던 신앙인이었고 예언자였습니다.
요셉은 미래의 일을 예언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예언자가 아니라
하느님의 지시를 수행하는 일꾼이라는 뜻의 예언자입니다.
예언자로서의 그의 임무는 마리아와 예수님을 보호하는 일입니다.
그는 '말씀'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지는 않았지만,
말씀이 이루어지도록 '행동'으로 실천했고, 협력했는데,
사실 그런 일도 원래는 예언자들의 중요한 임무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예언자' 라는 말에는
'미래의 일을 예언하는 사람'이라는 뜻과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말씀을 전할 때 말로도 전할 수 있고, 행동이나 삶으로도 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요셉도 예언자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모든 신앙인은 누구나 예외 없이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자녀들이고,
동시에 하느님의 말씀을 세상에 전하는 사명을 받은 선교사(예언자)들이고,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일을 돕는 일꾼들입니다.
공적으로 예언자 직분을 받지 않았더라도 예언자의 사명을 수행해야 합니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자기 나름대로, 말로 하든지 행동으로 하든지 간에
하느님의 뜻과 말씀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야 합니다.
미사가 끝날 때마다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라고 하는 것은
모든 신앙인을 예언자로(선교사로) 파견하는 것입니다.
('미사' 라는 용어 자체가 '파견'을 뜻하는 말입니다.)
신앙생활이란 소극적으로, 또 수동적으로 복을 받기만을 바라는 생활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또 능동적으로 하느님의 일을 함께 하는 생활입니다.
그래서 요셉은 모든 신앙인의 모범이 되는 신앙인입니다.
그가 무슨 복을 받기를 바라는 욕심으로, 또는 어쩔 수 없는 일이어서
하느님의 명령대로 움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만일에 그랬다면 우리가 요셉을 존경할 이유가 없습니다.)
요셉은 마리아처럼 주님의 말씀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했기 때문에 응답했고,
순종했고, 하느님의 일을 함께 하기 위해서 자기를 바쳤습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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