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심리학적 성경묵상

마태오 21장 1절 ~ 11절 미운 정, 고운 정

dariaofs 2018. 10. 2. 04:00

죄를 짓지 않고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옛날 선조들이 하였듯이, 사막으로 나가거나 수도원에 들어가야만

죄를 짓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죄를 짓지 않는다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죄란 나와 하느님,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망가뜨리는 행위이며

결국은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죄를 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죄를 짓는 것을 지나치게 피하려하면 대인기피증이나 심리적인 위축감,


심리적인 결벽증 같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더 심각한 부작용은, 죄를 짓지 않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심리적인 성숙함과 힘을 얻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생명에너지는 양극사이를 오고가면서 흐릅니다.

즉 사람은 양극을 견지함으로써 양자사이의 중간을 찾아낸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대립체험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습니다.


좀 쉽게 말하자면, 우선 생리적 차원에서는 추워본 사람이 따뜻함을 알 수 있고

배고파본 사람만이 배부름의 고마움을 안다고 하지요,


정신적인 차원에서는 분노와 미움을 경험해본 사람만이 사랑과 평화의 의미를 안다는 것입니다.

 

또한 사람은 적응과 자기관철, 유착과 분리처럼 대립과 대결을 계속하는 동안에

비로소 자기정체성을 확보하게 된다고 합니다.


물론 죄를 지어서는 안 되지만, 죄를 지었다고 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다면, 게으름의 죄까지 짓는 것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죄를 짓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지은 죄, 자신이 범한 실수에 매달려서 자신을 한없이 비난하고 학대하며 살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좀 더 나은 삶을 살기위해 노력하여 내적성장을 이루고자 합니다.


어느 쪽이 더 하느님께 가까이 갈 수 있나 하는 것은 물어보나 마나입니다.

 

복음에 주님을 환영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신학자들은 이들을 일컬어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족속들이라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주님을 환영하지만 나중에는 주님을 버린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이들 역시 주님을 반기고 버리는 과정을 통하여

자기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신앙생활이란 미운 정, 고운 정을 쌓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