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9.09.04.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dariaofs 2019. 9. 4. 03:56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공생활 단면이 보여집니다. 그분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복음 선포의 길, 선교의 길이 보입니다.

"예수님께서 회당을 떠나 시몬의 집으로 가셨다"(루카 4,38).


예수님께서 공적인 공간인 회당을 떠나 사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는 한 개인의 집으로 가십니다. 물론 그곳에도 예수님의 손길이 필요한 이, 심한 열에 시달리는 시몬의 장모가 있어 예수님의 치유는 이어집니다.

"예수님께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얹으시어 그들을 고쳐주셨다"(루카 4,40).


소문을 들은 이들이 병자들을 데려오니 시몬의 집은 공적인 공간으로 변해버립니다. 물론 제도적으로 회당과 같은 공적인 공간이라 하기 어렵지만, 사람들이 하느님의 손길을 체험하는 거룩한 만남과 모임의 장이 됩니다.


예수님께서 병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매우 개별적이고 친밀한 손길을 내미십니다. 주님과의 만남은 이처럼 공동체성과 개별성 둘 다 중요합니다.


함께 신앙을 고백하고 서로를 성장시키는 공동체의 공적 예배와 모임도 중요한 동시에, 각자 자신의 인격과 소명에 걸맞게 맺는 주님과의 접촉과 사랑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날이 새자 예수님께서 밖으로 나가시어 외딴곳으로 가셨다"(루카 4,42).


예수님께서 지극히 내밀한 사적 장소를 찾아 외딴곳으로 나가십니다. 아버지와 단 둘이 머물며 사랑을 나누고 일치를 이루는 침묵과 고독의 시간입니다.


외부를 향해 활짝 열어젖혀진 공간에서 구마와 치유, 설교로 분주한 시간을 꾸려가실 힘은 이 뿌리에서 나옵니다.

"나는 하느님 집에서 자라는 푸른 올리브 나무"(화답송).


하느님과 깊은 만남과 사랑의 일치로 그분께 단단히 뿌리를 내린 영혼의 모습을 시편 저자가 이처럼 아름답게 표현했지요.


사람들 사이에서 활기차게 하느님의 일을 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싱그럽고 생명력 넘치는 젊은 올리브 나무 같은 이유가 바로 이 시간, 이 공간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루카 4,43).


자기들을 떠나지 말아달라고 붙드는 이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능력에 반해 그분을 소유하려 하지만, 예수님은 인간적으로 얽힐 수도 있는 순간에 당신 사명의 본질을 잊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은 누구에 의해서도 안주하거나 고착될 수 없는 분이십니다. 사실 예수님에게서 고난 받는 주님의 종의 모습을 관상하며 그 역설적 아름다움에 매료된 영혼 외에는 결코 그분을 소유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예수님을 다른 고을로 떠나보내면 그분을 그냥 놓치고 마는 걸까요?


아닙니다. 그들이 자신과 자기 고장의 이익에 갇혀 그분을 독점하려 하지 않고, 하느님 나라를 확장해 나가시는 예수님과 함께 마음과 생각이 열려 발걸음을 합하면 결국 그분과 함께하는 것이고, 또 영원히 그분을 소유할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 안에서 사는 콜로새 성도들에게 그들의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치하하며 편지를 시작합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그 은총을 우리가 사랑하는 동료 종 에파프라스에게 배웠습니다"(콜로 1,7).


콜로새 성도들을 위해 "일하는 그리스도의 충실한 일꾼"인 동시에 "성령 안에서 이루어지는 그들의 사랑을 사도들에게 알려 준 사람"인 에파프라스는 성도들과 사도들 사이의 가교이면서 선하고 충실한 목자임을 사도 바오로가 증언합니다.


 성경에 몇 차례 등장하지 않는 에파프라스이지만 우리는 그가 사도 바오로를 닮았고 예수님을 닮았다는 걸 느낍니다.

이처럼 복음은 예수님의 발걸음을 따르는 이들이 예수님에게서 배운 대로, 그분의 마음과 그분의 손길과 그분의 목소리가 될 때 "열매"(콜로 1,6)를 맺으며 퍼져가는 살아있는 실체입니다.

다시 복음으로 돌아갑니다.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유다의 여러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셨다"(루카 4,44).


예수님의 동선이 더욱 넓게 확장됩니다. 그리고 사도들과 신앙 선조들, 미약하나마 주님을 사랑하고 따르는 우리들을 통해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이 큰 탄력을 받아 이어집니다.


주님에게서 시작된 동선은 아직 마침표가 찍히지 않은 미완입니다.


우리의 사랑과 목소리와 발걸음이 그 선을 이어서 온 세상 곳곳으로 연결되고 연장되고 퍼져나갈 것입니다. 하느님께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 푸르른 올리브 나무처럼 한없이 퍼져나갈 것입니다.

오늘은 제가 사제서품을 받은지 30년이 되는 날입니다. 늘 부족하기 짝이 없는 저를 위해 작은 기도 올려주시길 벗님께 청합니다. 더욱더 말씀과 성체 안에서 주님을 섬기는 사제가 되도록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늘 벗이 되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