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3월 28일 다해 주님 만찬 성목요일

dariaofs 2013. 3. 28. 23:06

 

(요한 13,1-15)

 

<세족례>

 

최후의 만찬 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것은

'섬김'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요한 13,14-15)."

 

그 당시에 다른 사람의 발을 씻어 주는 것은 보통 노예가 하는 일이었습니다.

또 일반적인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발을 씻어 주려면

그 사람보다 낮은 위치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발을 씻어 준다는 것은 자기를 낮추는 일이 됩니다.

 

이런 의미를 생각한다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일에서 강조점은

'씻는 행위'가 아니라 '자기를 낮춤'에 있습니다.

 

또 얼굴이나 손이 아니라 '발'이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발이 더러워서 씻어 주는 것은 아니고,

발이 가장 낮은 위치에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족례 대신에 손을 씻어 주는 것은

본래의 의미에서 많이 벗어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제 제자들이 할 일은 예수님을 본받는 일입니다.

예수님을 본받는다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섬기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나는 제일 낮은 자리에 있으니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되겠다.' 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일방적으로 '섬김'을 받기만 해도 되는 사람은 없고,

'서로' 섬기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베드로는 처음에는 예수님께서 하시려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고

손과 머리도 씻어 달라고 하는데,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깨끗하다.' 라고 선언하십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에 의해서 이미 깨끗해진 사람들입니다.

(제자들이 깨끗하지 않아서 그들을 씻어 주신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목욕을 한 이는 온몸이 깨끗하니 발만 씻으면 된다.

너희는 깨끗하다. 그러나 다 그렇지는 않다(요한 13,10)."

예수님께서는 배반자 유다는 예외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는 몸이 아니라 영혼을 씻어야 할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유다의 발도 씻어 주셨는데,

이미 깨끗해진 다른 제자들에게는 '섬김'의 본을 보여 주기 위해서

그들의 발을 씻어 주셨지만,

유다에게는 회개하라고 호소하기 위해서

그의 발을 씻어 주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유다에 대한 예수님의 특별한 사랑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다 자신이 자기의 영혼을 씻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그의 발을 씻어 주신 일도 소용이 없게 되었습니다.

회개하기를 스스로 거부했기 때문에 예수님의 사랑도 거부한 것입니다.

 

(성체성사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네 복음서의 내용을 모두 종합해서 생각하면

유다도 성체를 받아먹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미 배반을 했고, 곧 떠나려고 한 유다에게는

성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빵이었을 뿐입니다.

 

아무리 놀라운 은총이 내린다고 해도

받으려고 하는 사람만 받을 수 있고, 받기를 거부하면 못 받게 됩니다.)

 

세족례는 예수님께서 지상 생애를 마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특별히 말씀하신,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라는 계명을

행동으로 보여주신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군림'이 아니라 '섬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세족례를 일 년에 한 번 하는 연례행사로만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세족례가 뜻하는 '섬김'과 '사랑'은 일 년에 한 번 하는 연례행사가 아니라

날마다 실천해야 하는 기본의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날마다 서로 발을 씻어 주는 행사를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평소에는 권위주의에 사로잡혀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다가

일 년에 한 번 발을 씻어 주는 것은 위선입니다.

이것은 성직자들, 또는 종교 지도자들만의 문제는 아니고,

모든 신앙인들에게 다 해당되는 문제입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5)."

 

'섬김'과 '사랑'은

예수님을 믿는 신앙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신분증 같은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섬김'과 '사랑'이 없다면

예수님을 믿는 신앙인이라고 말할 자격을 잃게 됩니다.

 

웅장한 성전과 장엄한 전례와 뛰어난 강론도

섬김과 사랑이 없다면...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1코린 13,1-2).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