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9.10.03. 연중 26주 목요일-받아야 할 것과 말아야 할 것

dariaofs 2019. 10. 3. 06:58




그 집에 평화를 받을 사람이 있으면 너희의 평화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고,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뭔 이유인지 모르지만 올해 들어서

줘도 받지 않는 것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는 저를 봅니다.

   

오늘 복음도 내일 프란치스코 축일에 앞서 파견이랄까 가난이랄까

이런 주제들을 가지고 묵상함이 더 적합할 듯싶은데 이 주제들보다는

평화를 빌어주는데도 받지 않는 것에 대한 얘기가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실 우리는 참 어리석을 때가 많습니다.

받지 말아야 할 상처는 준다고 받고,

받아야 할 도움이나 사랑이나 평화는 줘도 안 받으니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상처를 많이 받고 누군가 상처를 줘서 받았다고 합니다.

맞는 말이지요.

주는 사람이 있으니 받는 거지요.

   

하지만 준다고 다 받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누가 돈을 준다고 우리가 다 받지는 않지요.

받을 돈인지 받으면 안 되는 돈인지 따져서 받아야지요.

   

받지 않아야 할 뇌물을 우리는 덥석 받지 않고

잘 따져서 탈나지 않고 오히려 득 될 경우만 받잖아요?

그럼에도 득 될 것이 없는 상처는 준다고 다 받습니다.

   

그런가 하면 도움은 주로 자존심 때문에 받지 않습니다.

또 폐를 끼치지 않으려 도움을 거절한다 하기도 하는데

프란치스코에 의하면 도움을 청하는 것은

그에게 선행의 기회를 주는 거기에 유익을 주는 겁니다.

   

받는 것 중에서 사랑을 받는 것은 제일 큰 사랑의 실천입니다.

왜냐면 사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사랑은 받지도 않잖아요.

사랑을 받는 것은 사랑을 받는 나도 너무 충만케 해 좋지만

사랑을 하는 사람도 사랑이 충만하고 넘치게 하는 것이기에 좋은 거지요.

   

평화도 우리가 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 말은 평화는 우리가 이룩해야 할 것이기도 하지

받아야 할 것이라는 뜻이 있습니.

   

그런데 이룩하는 것과 받는 것의 차이가 뭐죠?

어떻게든 평화를 지니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룩하는 평화는 내가 만드는 평화이고 깨지기 쉬운 평화이며,

받는 평화는 그리스도의 평화이고 깨지지 않는 평화입니다.

   

살다보면 간신히 평화를 이룩했는데 말 한 마디에

마음의 평화와 관계의 평화가 산산조각 나는 경험을 하지 않습니까?

간신히 분노를 가라앉혔는데 말 한 마디에 가라앉았던 분노가 되살아나고,

이를 악물고 용서를 했는데 얼굴을 보니 미움이 되살아나

너무도 금방 그리고 너무도 허무하게 평화가 깨지는 경험을 수없이 했지요.

   

너도나도 약하기 때문이라고 쉽게 얘기할 수도 있지만

근본치료가 안 되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평화의 근본은 사랑입니다.

싸움중지나 미워하지 않기나 무관심 같은 것은 근본이 아니고,

사랑으로만 이룩되는 것인데 그런데

사랑도 빈약하기 이를 데 없는 나의 사랑으로는 어림없습니다.

   

부활하신 후 여전히 죄책감과 절망감과 허무감에 잠겨있는 제자들에게

그럼에도 당신 평화를 주시겠다고 하시는 그 사랑,

죽음을 무릅쓰고 이겨낸 그 사랑만이 평화의 근본입니다.

그러니 그 사랑과 평화를 주시겠다고 할 때 우리는 넙죽 받읍시다.


김찬선 레오나르도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