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9년 12월 6일 연중 제1주간 금요일

dariaofs 2019. 12. 6. 05:16


오늘 미사의 말씀들에서는 메시아 시대에 일어날 기적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마태 9,27).

눈먼 사람 둘이 길을 가시는 예수님을 따라오면서 외칩니다. 누군가 그분이 지나신다고 알려주었나 봅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부를 때 언급한 "다윗의 자손"은 메시아를 가리키지요. 두 눈먼 사람은 오늘 독서 말씀의 한 대목, "그날에는 ... 눈먼 이들의 눈도 어둠과 암흑을 벗어나 보게 되리라"(이사 29,18)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너희는 믿느냐?"(마태 9,28)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확인하십니다.


그동안 복음의 여러 부분에서 보았듯이, 주님께서 일으키신 기적들은 치유자가 일방적으로 베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한 이의 믿음이 함께 적극 호응할 때 이루어졌지요. 기적에는 구하는 이의 "믿음"이 반드시 요구됩니다.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마태 9,29).

"되리라"가 아니고 "되어라"입니다. 그저 "될 것이다" 정도의 미래형 어미가 아니라 명령형입니다. 너희가 믿고 있는 것을 이루어 주시겠다는 강한 의지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의 믿음, 그들이 믿는 내용을 향해 "되어라"하고 명하신 것입니다.

"아무도 이 일을 알지 못하게 조심하여라"(마태 9,30).

마르코 복음에서 주로 언급되는 메시아 비밀 사상이 마태오 복음에서도 이처럼 드러납니다. 진정한 메시아는 수난과 죽음, 부활까지 이르러야 참으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자칫 결과나 효과에 열광하는 맹신주의에 빠져 믿음이 왜곡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때까지는 제자들과 악령들, 기적을 입은 이들은 침묵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나가서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그 지방에 두루 퍼뜨렸다"(마태 9,31).

그런데 그들은 예수님께서 단단히 이르신 바를 따르지 않습니다. 믿음은 절실하고 굳건했으나 들음과 따름, 즉 순종은 약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불순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해 복음사가는 침묵합니다. 아직 "때"가 무르익지는 않았습니다.

대림시기에 들어서 제1독서는 연이어 "그날"을 노래합니다.


메시아가 오시어 세상을 정의와 공정으로 다스리시면 "귀먹은 이들도 듣고 눈먼 이들도 보게" 되는, 인간의 존엄성을 위축시키는 약함과 한계가 사라지고 창조 때의 온전한 아름다움을 회복하게 됩니다.

"겸손한 이들은 주님 안에서 기쁨에 기쁨을 더하고 ... 가장 가난한 이들은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 안에서 즐거워하리니"(이사 29,19).

겸손한 이에게서 기쁨이, 가난한 이에게서 즐거움이 솟아납니다. 잘난 체 허세 부리지 않아도, 교만으로 스스로를 높이지 않아도, 없이 살아도, 설령 굶주리고 갖추지 못했어도 그들은 주님 "안에" 있기 때문에 기쁘고 즐겁습니다.


훗날 예수님께서 선포하실 가난한 이들의 행복(마태 5,1-12 참조)입니다. 겸손과 가난은 주님 안에 머무를 수 있는 조건입니다. 그분이 겸손과 가난이시기 때문이지요.

다가올 메시아의 시대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시작되어 그분 재림과 함께 완성될 하느님 나라입니다.


예언자들이 전한 하느님의 뜻은 이를 "믿을 때" 비로소 실현될 약속이었기에, 눈멀었던 두 사람 역시 믿음으로 예수님 기적에 협력하여 빛을 얻은 것이지요.

주님께서 우리에게 기적을 내리실 때는 홀로 주도하시기보다 우리의 믿음을 참여시키십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난 뒤에는 그 믿음을 칭송하시며 당신은 뒤로 물러나시지요. 주님의 능력과 우리 믿음이 이루는 이 놀라운 협연은 우리가 미처 의식 못해도 일상 곳곳에서 일어납니다.

자, 이제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당신께 청하는 바가 있는지 물으십니다. 바라는 바를 믿음을 다해 외치십시오.


저는 오늘 "지금처럼 항상 영원히 당신과 함께, 당신과 하나이길 원합니다" 하고 고백했습니다. 믿었으니 그대로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믿는 대로 되어라" 하고 마침표를 찍어 주십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