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2월 26일 재의 수요일

dariaofs 2020. 2. 26. 06:00

이제 참회와 회개로 주님께 나아가는 사순 시기가 시작됩니다. 오늘 말씀은 우리를 정화의 시간으로 초대합니다.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마태 6,1).

자선과 기도와 단식은 우리가 이웃, 하느님, 자신과의 관계성을 새롭게 하는 방식들입니다.


이 실천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인간다움을 회복할 뿐 아니라, 타인의 눈에도 영예롭게 보여지지요. 좋은 행위는 널리 알려져야 귀감이 되고 동참하는 이들도 늘어날텐데 예수님께서는 이 모두를 감추어 두라고 이르십니다.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마태 6,4).

자선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에 대한 계산 없는 사랑입니다. 그 이웃 안에 숨어 계신 주님을 존중하는 행위기도 하지요.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마태 6,6).

기도는 누구에게 보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혼 안에 숨어 계신 주님과 만나 서로에게 머무르고 일치하는 행위입니다.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마태 6,18).

단식은 자신 안에 쌓인 것들을 덜어내어, 비워진 육신 안에 숨어 계신 주님이 숨 쉬시게 해드리는 행위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하느님 앞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든 지향과 행위가 아버지와 우리 각자의 오롯하고 은밀한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십니다. 타인의 찬사와 우러름은 흥을 돋우다 스러지는 추임새 정도나 될까 결코 본질에 이를 수 없습니다.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마태 6,2.5.16).

떠벌린 자선, 기도, 단식은 한시적이고 인간적인 영광이 될 수는 있으나 결국 더 큰 상급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옵니다. 아버지께서 준비하셨던 상이란 사람이 주는 영광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은총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제2독서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게"(마태 6,1) 하라고 권고합니다. 사람의 눈과 평판을 의식하는 행위는 제아무리 그럴듯한 결과를 가져와도 본인 자신을 더 빈한하게 만들 뿐입니다.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요엘 2,12).

하느님께서 이 은총의 시기에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단 하나, 우리의 마음입니다. 세상의 눈과 입을 만족시키려 하지 않고, 오로지 숨어 계신 당신 눈에 들고자 하는 충실한 마음입니다.

하느님께서 교회를 통해 전례주년 안에서 죄인인 우리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십니다.


한없이 너른 당신 품으로 뛰어들어오라고 두 팔을 활짝 펼치고 기다리시니, 숨은 희생과 눈물과 보속으로 "성전 현관과 제단 사이에서"(요엘 2,17) 주님의 백성과 세상을 위해 더 열렬히 기도하며 이 시기를 걸어나갑시다.

특별히 올해 사순절은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고통과 혼란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분간 미사를 중지할 수밖에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여러분이 느낄 상실감과 슬픔은 그동안 봉헌해온 어떠한 보속보다 더 무겁고 위중하리라 여겨집니다.


이 어려움이 하루빨리 해결되고, 다함께 기쁨에 넘쳐 미사를 봉헌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은혜로운 사순시기 힘차게 시작합시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