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3월 15일 사순 제3주일 - 엄강섭 레오 신부

dariaofs 2020. 3. 15. 12:07




진실한 예배자들이 영과 진리 안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오늘 이 말씀이 너무나 마음에 와 닿는 시기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편한 신앙 생활을 해 왔습니다.


성당 문은 항상 열려 있었고,

교회는 마치 신자들이 와주기만 해도 감사하다는 모습을 보였고,

신자들도 성당에 나가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취미 생활 하듯이, 동아리나 클럽처럼 생각하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코로나 바이러스19’라는 질병이 성당 문을 닫아버렸고

그리스도교에 대한 혐오, 더 나아가 종교에 대한 혐오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서로 서로 불신하는 사회를 만들었고

이제는 예배가 영상으로 대체해도 되는 것인양 만들어 버렸습니다.


평화방송 시청률이 오른 것 외에는 이득이 없어 보입니다.

이런 어려운 시기이지만 이럴 때 진실한 예배자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매일 성당에 찾아오시는 분들,

더 열심히 기도하고 다른 이들에게 기도를 권면하는 이들,

성당에 다시 나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영적인 갈망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오늘 그분들을 보면서 이 사마리아 여인을 보게 됩니다.


우물가에서 만난 이 여인과 예수님의 대화는

물 한잔 달라는 예수님의 청으로 시작하여

종교적인, 그리고 영적인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굉장히 단계적인데 일반적인 이야기에서 종교적인 이야기, 그리고 영적인 이야기.

이 이야기를 주도하시는 것은 예수님인데 이 여인은 아주 잘 따라옵니다.


그래서 그 여인에게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십니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 내가 그리스도라고도 하는 메시아라고 말이죠.

그때까지 제자들에게도 확실하게 밝히지 않은 이야기를 이 여인에게 한 것입니다.

 

개신교에서는 이 여인을 삶이 문란한 여인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손님을 데리고 와서 당당히 말할 수 있고

그분이 그리스도가 아닐까요?” 말하자,

사람들이 다들 거부감 없이 예수님과 제자들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게 될 때,

이 여인은 마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 대화가 영적인 대화라고 가정할 때,

이 여인과 예수님이 말하는 남편이 육신의 남편이 아니라

모시는 주인, 즉 신을 의미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에 여인은 남편이 없다고 했습니다.

육신의 남편이 없다고 말한 것인데, 예수님의 그 다음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수님께서 모시는 신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이라는 것을

이 여인은 바로 알아들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여인은 영적인 것을 찾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우물은 물을 길으러 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연인을 만나는 곳, 또 신을 만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정교회 전승에서는 마리아가 천사를 만난 곳이 집이 아니라 우물이었다고 합니다.

 

이 여인의 전 남편()이 다섯, 현재 남편도 제 남편이 아니니,

이제 그리스도가 일곱 번째 남편이 되는 것입니다.

일곱 번째가 상징하는 숫자를 생각해 보면, 이제 완전한 남편을 만난 것입니다.


이제 이 여인의 방황은 끝났고,

다른 신을 만나기 위해 우물가에 나오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이제 7번째 신이 이 여인에게 목마름을 채워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미사가 중단되니깐,

이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성당을 떠나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미사 중단의 시기가, 어떤 이들에게는 방송으로도 미사를 보고

신령성체로 만족하고 성당에 안가도 된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할 수도 있고

어떤 이들에게는 그저 좋은 휴가가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영적인 목마름의 시간이 되어

영적인 것에 대한 소중함을 체험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예루살렘으로 가지는 못했지만

늘 영적인 목마름 때문에 우물가로 나갔고

결국 영원한 생명의 물을 주시는 분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도 영적인 것을 갈망하며 생명의 물을 찾아 우물가로 나갑시다.


엄강섭 레오 신부(대전교구 목동성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