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3월 24일 사순 제4주간 화요일

dariaofs 2020. 3. 24. 06:17



오늘 미사의 말씀에서 우리는 어떠한 매개체 없이 당신 뜻을 이루시는 말씀이신 분의 권능을 만납니다.

"건강해지고 싶으냐?"(요한 5,6)

예수님께서 서른여덟 해나 앓아온 이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으십니다. 치유를 바라면서 벳자타 못가에 누워는 있지만, 출렁이는 물에 몸을 담글 첫 사람의 영예는 오랜 시간 그에게서 비켜간 터였습니다.

"선생님 물이 출렁거릴 때에 저를 못 속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요한 5,1)

그에게는 도와줄 사람이 없습니다. 적절한 도움을 못 받으니 물 근처에도 못 가 보았겠지요. 다른 이들이 치유를 받아 벳자타 주랑을 떠날 때 부러움과 원망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기를 수십 년이었을 겁니다. 사람의 부재, 물의 부재는 그가 병을 계속 안고 살아야 하는 사유로 고착되어 버립니다.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요한 5,8).

그는 누군가 물이 출렁일 때까지 그의 옆에서 기다렸다가 그를 부축해 물 속에 넣어주길 바랐을지 모르지만, 예수님은 그가 기대하는 방식으로 그를 돕지 않으십니다. 건강해지고 싶은지 물으셨던 질문처럼 역시 단도직입적으로 일어나 걸어가라고 말씀하실 뿐입니다.

예수님 마음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그에게 하신 이 말씀의 행간에는 "나 여기 있다"(이사 58,9)는 자상한 위안이 감추어져 있습니다. 곧, "얘야, 이제는 내가 여기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 이제 너에겐 사람도 물도 필요 없단다. 내가 여기 있다" 하시는 듯합니다.

제1독서에서 에제키엘 예언자는 세상을 되살리는 생명의 물을 이야기합니다.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 이 물이 성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에제 47,9.12).

성전은 하느님 현존의 가시적 장소요 표지입니다. 성전을 근원으로 해서 흘러나오는 물은 씻기고 정화하고 키우고 살리는 주님의 생명력을 담고 있지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성전과 물이라는 매개로 체험합니다.

오늘 복음의 현장에서도 예수님께서 친히 현존하십니다. 그분 자신이 곧 성전이시고, 또 죄를 사하여 새롭게 하시는 생명의 물이십니다. 그러니 그 병자에겐 다른 매개체가 필요 없는 순간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말씀 한 마디로 인습적 절차를 뛰어넘어 그를 살리십니다.

"오늘은 안식일이오"(요한 5,10).

또 안식일입니다! 유다인들은 안식일 법을 준수하느라 안식일의 주인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게다가 이 일을 빌미로 예수님을 박해하기 시작하지요(요한 5,16).


율법이 가리키는 분이 오셨지만 눈을 감은 그들에게는 주님 현존보다 율법이라는 매개체가 여전히 편하고 익숙한 겁니다.

사랑하는 벗님! 주님을 알고 만나고 그분께 머물고 그분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 성전과 율법과 사람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자칫 성전과 율법과 사람에 고착되면 정작 주님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던지시는 예수님 앞에서 언제까지 변화할 수 없는 이유, 거듭나기 어려운 핑게들을 대며 누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와 함께 계신 주님을 더 자유롭게 향유하려면 말씀으로 "성큼!" 들어오시는 주님을 피하지 말고, 돌리지 말고 그분 말씀에 응답을 드려야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치유가 필요한 때입니다. 실로암, 벳자타의 물이 치유력이 있는 이유는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물이기 때문이겠지요. 이제 그 성전이 오염되어 더이상 치유가 안 일어나는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성령의 성전인 '마음'을 깨끗이 하고 성전이신 분(예수)의 말씀을 믿고 맡기면 기쁨의 치유가 일어납니다.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 이 말씀이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라!"는 말씀과 어우러져 들려옵니다. 오늘 나의 들것, 나의 십자가를 묵묵히 지니고 그분의 말씀을 따라 걸어갑시다.

“건강해지고 싶으냐?” 우리를 치유에로 초대하시는 성전이신 예수님께 달려갑시다.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명의 물을 가지고 계신 주님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하고 청합시다.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구원의 기쁨을 제게 돌려주소서."(화답송)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