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 월요일인 오늘 미사의 말씀은 한 발 한 발 다가오는 예수님의 "시간"을 아름다운 일화로 준비시켜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베타니아로 가셨다 ... 거기에서 예수님을 위한 잔치가 베풀어졌다"(요한 2,3).
라자로네 삼 남매가 모두 등장합니다. 마르타는 시중을 들고, 라자로는 예수님과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눕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다가올 예수님의 파스카를 준비하는 도유를 하지요. 완전한 숫자인 3. 셋은 지금 아는지 모르는지, 완성될 하느님 나라의 혼인 잔치를 앞당겨 치르는 중입니다.
희생될 어린양이신 예수님께서 신랑이시고, 죽음을 경험했다 되살아나 예수님과 같은 빵과 포도주를 나누는 라자로는 믿음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고 하늘 나라의 잔칫상에 참여할 하느님의 자녀들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마리아, 관상가인 그녀는 영문도 모르면서 사랑이 시키는 일을 합니다.
"마리아가 비싼 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가져와서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 드렸다"(요한 2,3).
유다에 의하면 그녀가 준비한 순 나르드 향유는 삼백 데나리온의 값어치를 지닌다고 합니다. 일꾼의 300일 품삯이니 요즘으로 치면 일년 연봉에 가깝겠네요. 보통 사람이 한 번에 써버리기엔 큰 금액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여자를 그냥 놔두어라"(요한 12,7).
가난한 이들을 들먹이며 낭비를 운운하는 유다를 예수님께서 만류하십니다. 이 말씀 안에는, "사랑이 제 길을 가게 그저 내버려 두어라, 사랑이 원하는 일을 하게 그냥 놔두어라, 사랑을 막지 마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 역시 하느님도 못 말리신 사랑에 목숨을 던지셨지요. 그 이전에 하느님도 사랑 때문에 상처 받고 훼손되고 버림받으셨습니다. 사랑하는 이는 약하게 마련입니다.
원래 강한 줄 알던 사람도 사랑하게 되면 초라해지고 실없어지고 바보가 되는 이치입니다. 사랑은 이렇듯 다 주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제 존재를 아낌없이 성큼 베어내고도 아픈 줄 모르고 아까운 줄 모르는 신비입니다.
"내 장례 날을 위하여 이 기름을 간직하게 하여라"(요한 12,7).
예수님 장례 때는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과 니코데모가 백 리트라의 향유로 예수님 시신에 예를 갖추지요. 오늘 마리아는 제가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하여 사랑의 예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향유는 사랑입니다. 아낌없이 퍼붓는 사랑입니다.
제1독서는 주님의 종의 첫째 노래입니다. 성자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과 자랑스러움과 기대가 가득합니다.
이 대목에 가만히 머무릅니다. 주님을 지칭하는 "그"가 어느새 "너"로 바뀌어 들립니다. "너는 내가 붙들어 주는 이 ... 내가 너에게 나의 영을 주었으니 ..."
하느님께서 보잘것없는 죄인인 우리 각자에게 품고 계신 사랑과 자랑스러움과 기대가 느껴지십니까? 말씀은 성자의 수난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우리에게도 주님의 파스카에 함께할 자격과 권한을 부여하시는 겁니다.
사랑하는 벗님! 사랑이신 하느님께 길을 터 줍시다. 사랑이 원한다면 작은 머리와 좁은 가슴으로 다 이해할 순 없지만 사랑이 이끄는 대로 따라갑시다.
그러다 보면 우리도 수난을 앞두신 예수님을 섬기기도 하고, 함께 먹고 마시며 위로해 드리기도 하고, 사랑을 쏟아 흡족하게 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랑하시고 자랑스러워하시고 기대하시는 벗님, 저마다 주님의 파스카에서 제 몫을 다하며 그분과 함께 걸어갑시다.
지금 우리가 주님께 드리는 사랑은 천상 혼인 잔치에서 완성될 씨앗입니다. 그 씨앗을 좋은 마음에 밭에 뿌리고 물을 주는 오늘 되시길 축원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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