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부활 대축일을 지낸 우리는 한 주간 내내 그 기쁨을 이어갑니다. 오늘 미사의 말씀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구약성경과의 연속성 안에서 보여주며 우리의 믿음을 북돋아 주고 있습니다.
제1독서는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 부분입니다. 그는 성령을 받아 예수님의 부활에 대해 시편 16,10을 인용하여 증명합니다.
"(다윗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예견하며 '그분은 저승에 버려지지 않으시고 그분의 육신은 죽음의 나라를 보지 않았다' 하고 말하였습니다"(사도 2,31).
베드로는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아적 신원을 구약성경과의 연속성 안에서 포착하여 설명하는 것입니다. 유다인들이 시편의 저자라 믿는 다윗의 권위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당위성을 입증하고 있지요.
복음에서는 부활의 첫 증인이 된 여인들이 등장합니다.
"여자들은 두려워하면서도 크게 기뻐하며 서둘러 무덤을 떠나 제자들에게 소식을 전하러 달려갔다"(마태 28,8).
빈 무덤 앞에서 천사로부터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들은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는 천사가 일러준 대로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애당초 무덤이 목적지였던 그들의 방향이 바뀝니다. 예수님 생전에 그분의 측근이었던 제자들에게 이번에는여인들이 예수님의 소식을 전하러 가야 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마태 28,10).
갑자기 나타나신 예수님이 다가오셔서 천사의 말을 다시금 반복하십니다. 갈릴래아! 마태오 복음사가는 이사 8,23-91을 인용해 갈릴래아를 "이민족들의 갈릴래아"(마태 4,15)라고 칭한 바 있지요.
갈릴래아는 정치와 종교의 중심지인 예루살렘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변방에 속하고 구성원들도 단순 소박한 민중과 이방인들이 주를 이루는 곳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여인들은 제자들에게 달려가고, 제자들은 갈릴래아로 달려갈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예수님을 뵙고, 때가 되면 전 세계방방곡곡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선포하러 뛰어나갈 것이고요.
시편이 증언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부활의 증인인 여인들과 제자들을 통해 세상 끝날까지 그 방향성을 이어갈 것입니다. 이 연장선이 구원의 연속성을 드러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두려움과 기쁨이 뒤섞인 상태에 있는 여인들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두려움은 방향성의 발목을 잡아 연속성을 단절시키고 파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인들은 빈 무덤에서 시작된 새로운 구원의 동선이 온 인류에게 이어지도록 그들이 받은 말씀대로 달려가야 합니다.
어쩌면 부활은 하느님의 전체 그림 안에서 보면 전혀 엉뚱하고 생뚱맞은, 얼토당토 않은 사건이 아닐 것입니다.
성경의 기록이 "때가 차서" 이루어진 것이니까요. 하느님 구원 계획의 연속성은 이를 받아들이는 이들에게서 축복과 은총이 되고, 한사코 거부하고 배척하는 이들에게는 자기 기만과 고착의 벼랑이 될 것입니다.
"수석 사제들은 원로들과 함께 모여 의논한 끝에 군사들에게 많은 돈을 주면서"(마태 28,12)
진정 두려움에 빠진 이들은 누구일까요? 여인들과 함께 지진과 천사 발현을 체험하다 까무러친 군사들을 돈으로 매수하면서까지 예수님의 부활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종교 지배층이 아닐까 합니다.
이는 두려움이 방향성의 발목을 잡아 연속성을 단절하고 파괴한 실제 예시가 될 것입니다. 유다인들이 성경의 권위를 빌어 자행한 폭력과 거짓은 두려움에서 시작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오늘의 말씀은 예수님 부활 사건 앞에서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숙고해 보라고 초대합니다.
사랑하는 벗님! 과연 나는, 구원의 연속성 안에서 순항하고 있는지요? 마치 쇼트트랙 계주의 밀어주기처럼 내 등 뒤까지 와닿은 구원의 "밀어주기"에 순응해 기쁜 소식을 전하러 힘껏 달려가고 있는지요?
예수님의 부활 소식은 그 순간을 실제로 본 이들이 아니라 그분의 말씀을 믿고 따른 이들을 통해 전해졌음을 기억합시다. 잘났건 못났건, 의인이건 죄인이건 우리 모두 부활의 증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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