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6월 28일 연중 제13주일

dariaofs 2020. 6. 28. 07:09

오늘 주일미사의 말씀은 하느님의 사랑받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보여 줍니다.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마태 10,37).

주님을 사랑하고 따르는 우리로서는 사실 가슴이 서늘해지는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그분께 합당하지 않다면 나름 애쓰며 걸어온 신앙 여정이 다 헛것이었나 허탈해지지요.

예수님은 아버지나 어머니, 자녀보다 당신이 더 사랑받길 바라십니다. 그렇다고 당신이 모든 사랑을 다 독점하시겠다는 욕심은 아니지요.

"받아들이는 이"(마태 10,40-41)

여러 차례 반복되는 이 말씀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사도들을 받아들이면 예수님을, 예수님을 받아들이면 하느님을 받아들이는 거라고 하시네요. 또 예언자와 의인을 받아들이는 이는 그들이 받은 보상까지 받는다고 하시니 과연 받아들임의 공로와 결과가 엄청나다는 걸 알겠습니다.

오늘 복음은 모든 인간이 기울어지게 마련인 본능적 가족애를 넘어서라고 초대하십니다. 가족을 소홀히 하거나 미워하라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사랑으로 시야를 확장하라는 뜻입니다. 하느님의 사랑받는 존재로서, 역시 하느님의 귀한 피조물인 모든 사람을 편애와 애착, 차별 없이 존중하고 받아들이라는 권고지요.

이런 보편적 사랑에 눈을 뜨면 가족을 덜 사랑하게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기심과 대리 만족의 도구로 소유물처럼 이용 또는 집착하지 않고 온전한 인격체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가 내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소유로서 존중과 사랑을 받아 마땅한 고귀한 존재임을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제1독서에서는 엘리사와 수넴여인의 일화를 다룹니다.

"이분은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 틀림없습니다"(2열왕 4,9).

여인은 엘리사에게서 하느님의 기운을 감지하고 먼저 청을 합니다.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알아보는 그녀의 눈이 놀랍지요 그녀는 엘리사에게서 하느님과의 연결고리와 거룩한 분위기를 알아채고 사심 없는 헌신합니다. 그리고 주님은 그녀의 봉헌을 기억하시지요.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다시 한 번 일깨웁니다.

"여러분 자신도 죄에서 죽었지만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살고 있다고 생각하십시오"(로마 6,11).

사랑하는 벗님!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모상이고, 특별히 세례를 통해 죄에 죽고 새 생명을 얻은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 숨 쉬고 살아갑니다. 저마다 드러나는 지향은 제각각으로 보일지 몰라도 그 본질은 하느님과 그분 나라지요. 나는 그런 사람입니다! 나뿐 아니라 벗님도, 타인도 그런 사람입니다!

삶의 질곡을 헤치며 살아오느라 우리의 본성적 아름다움은 허물과 죄악, 가면과 변형으로 가리워지거나 일그러져 버렸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서로의 두꺼운 껍질을 뚫고 그 사람 안에 감추어진 하느님 모상성을 발견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지요.

그래도 우리는 믿기에 그럴 수 있습니다. 내가 귀한 만큼 타인도 귀하고, 내가 거룩한 만큼 타인도 거룩함을 아니까요. 그래서 나를 둘러싼 이들을 하느님 사람으로 받아들이면서 예수님을, 하느님을 모셔들입니다. 게다가 예언자나 의인처럼 처절한 희생적 여정을 걷지 않고도, 그들을 알아보고 받아들이는 자체로 예언자와 의인의 보상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 말씀을 따르는 삶에서 절대 손해 볼 일은 없습니다. 좀 속된 표현입니다만, 밑지는 장사가 결코 아니라는 말입니다!

오늘, 이 거룩한 주일,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하느님께서 내게 보내신 거룩한 이가 누구인지 가슴 설레며 찾아보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그에게 보내는 존경의 눈빛과 미소, 시원한 물 한 잔까지도 하느님께 올라가는 향기로운 예물입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니까요. 아멘.

오늘은 교황주일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위해 기도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