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교회의 두 기둥인 베드로, 바오로 사도를 기리는 오늘, 미사의 말씀은 이 세상에 하느님의 뜻이 어떻게 이루어져 가는지를 보여 줍니다.
먼저 제1독서는 베드로 사도의 투옥과 구출 일화를 전합니다.
"그의 손에서 쇠사슬이 떨어져 나갔다. 문이 앞에서 저절로 열렸다"(사도 12,7.10).
감옥에 갇혀 있던 베드로가 천사의 도움으로 감옥을 벗어납니다. 그를 꼼짝 못 하게 만들던 것들이 힘 없이 제거되는 걸 베드로는 그저 환시겠거니 하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는 하느님께서 직접 나서서 움직이십니다.
"밖으로 나가 어떤 거리를 따라 내려갔는데 천사가 갑자기 그에게서 사라져 버렸다"(사도 12,10).
천사를 따라 감옥에서 나온 베드로가 갑자기 홀로 남습니다. 그제야 그는 이 기적 같은 상황을 이해하지요. 이제는 베드로가 스승의 가르침과 하느님의 뜻을 등대 삼아 사도들과 신도들을 이끌고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할 때입니다.
목숨을 바쳐 스승의 뒤를 따른다고 하지만, 지금은 사도들이 합심하여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선포하며 하느님의 일을 해야 합니다. 죽음으로 주님께 영광을 드릴 때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방인의 사도로써 달려온 자신의 삶을 정리하듯 고백합니다. 그 삶에는 두 축이 존재하지요.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2티모 4,7).
먼저 바오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모든 힘을 다 쏟아 부었다고 고백합니다. 생전에 예수님을 뵌 일도 없고 그분 가르침을 직접 듣지도 못했으며 심지어 새로운 길을 위협하고 박해하던 그였지만, 회심의 체험 후에는 그리스도께 전적으로 투신했기에 스스로를 이렇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이지요.
"주님께서는 내 곁에 계시면서 나를 굳세게 해 주셨습니다 ... 주님께서는 ... 구원해 주실 것입니다"(2티모 4,17-18).
이어 바오로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주님이시라고 고백합니다. 주님께서 여태까지 그의 곁에 현존하시며 그를 굳세게 해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또 앞으로도 구원해 주실 것임을 믿습니다.
복음은 베드로가 주님의 신원을 고백하는 유명한 장면입니다.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마태 16,17).
예수님께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시라는 놀라운 대답을 한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 외치십니다. 베드로가 행복한 이유는 그가 완벽하거나 걸출하거나 특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께서 직접 개입하시는 영혼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경솔하고 때론 겁도 많고 비겁하기까지 한 베드로를 통해 영광을 받으시려 그의 지성과 마음을 움직이십니다.
그렇다면 베드로 편에서는 어떻게 하느님의 일에 협력을 할까요?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마태 16,19).
이 세상에서 하느님은 당신 혼자 일하시지 않습니다. 부족하고 죄인인 우리를 당신 업적에 반드시 끼워넣어 주시지요. 하느님 덕분에 스스로도 미처 다 깨닫지 못한 놀라운 고백을 하고 하늘 나라의 열쇠까지 받고 교회의 반석이 된 베드로에게도 협력의 길이 주어집니다.
이 "매고 푸는" 권한에 대해서는 여러 접근이 가능하겠지만 무엇보다 용서의 권한을 가리킨다고 봅니다. 교회의 목자들에게 주어진 죄 사함의 권한이 여기서 유래하는 것이지요. 이를 보다 확장해서 생각해 본다면, 보편 사제직을 살아가는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이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업적에 협력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베드로와 바오로, 두 사도의 헌신과 희생으로 교회의 기틀이 잡힙니다. 하느님께서 쉬지 않고 일하셨고 사도들 편에서도 최선의 노력으로 협력했지요.
보잘것없는 우리의 삶에도 이 두 축이 존재합니다 하느님께서 부르시고 지혜를 주시고 굳세게 하시며 구원하십니다. 우리는 응답하고 고백하고 선포하고 증언하며 믿음을 지키고 싸우고 주어진 길을 달립니다. 이로써 우리는 지금도 세상을 나날이 새롭게 창조해 가시는 주님의 일에 참여하는 중입니다.
이 참여와 협력이 우리를 성장시키고 거룩하게 하고 하느님을 닮아가게 합니다. 신화(神化 Deificatio)의 여정이라 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이 여정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그 답은 입당송에서 들려 줍니다. "주님의 잔을 마시고 하느님의 벗"이 될 때까지!
사랑하는 벗님! 성 베드로, 성 바오로와 함께, 교회와 함께 주님을 따르며 하느님의 벗이 되어가는 여정에서, 그분과 우리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에 세상에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져 갑니다. 그 길에 참여하게 해 주셔서 참 감사하고, 함께 그 길을 걸어가는 동무가 있어 참 행복합니다.
사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저희를 위하여, 고회를 위하여, 우리 벗님들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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