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혼인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무엇이든지 이유가 있으면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마태 19,3)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질문을 던집니다. 혼인문제는 인간 삶에서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기본적인 단위에서 파생되는 문제지요. 인간의 기본 욕구와 자손 번식, 사회적 관계망 등의 문제와도 직결됩니다.
바리사이들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남편이 사회적 약자인 아내를 버리는 행위가 예수님께서 가르치시는 사랑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일 겁니다. 사랑을 실천하면 율법에 어긋나고, 율법을 고수하면 사랑없는 사람처럼 되어 버립니다. 이처럼 올가미는 아킬레스건이 될 만한 부위에 놓기 마련이지요.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19,6)
예수님은 본질로 응수하십니다. 혼인은 인간의 일이기 이전에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창세 2,18)고 생각하신 하느님께서 맺어 주시는 성사입니다.
"불륜을 저지른 경우"(마태 19,9)
예수님께서 아내를 버릴 수 있는 예외적 상황으로 불륜을 드십니다. 이 경우 외에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혼인하면 간음이라고 하시지요. 혼인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건이 서로에 대한 신의이고 충실성이기 때문입니다.
제1독서는 하느님과 당신 백성과의 관계를 혼인관계로 서술하는 대목입니다.
"나는 너에게 맹세하고 너와 계약을 맺었다. ... 그리하여 너는 나의 사람이다."(에제 16,8)
하느님은 아무도 돌보아 주지 않는, 버려진 신생아 처지의 이스라엘을 손수 거두시어 정성껏 보호하고 양육하십니다. 그리고 먼저 손을 내밀어 당신의 사람이 되도록 계약을 맺으시지요. 하지만 이스라엘은 계약을 무시하고 다른 이들(다른 나라와 그 우상들)과 불륜을 맺어 하느님에게서 멀어집니다.
"그러나 나는 네가 어린 시절에 너와 맺은 내 계약을 기억하고, 너와 영원한 계약을 세우겠다."(에제 16,60)
그런데도 하느님은 다시, 먼저, 관계의 회복과 용서를 말씀하십니다. 게다가 이번 계약은 "영원"합니다. 하느님의 끝없는 무조건적인 용서는 신부인 이스라엘을, 또 하느님 백성이면서 불충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듭니다. 하느님은 인간 사이의 혼인 유지 조건을 뛰어넘으시지요. 인간 사이에는 불륜이 걸림돌이 되지만 하느님께는 그마저도 용서하고 포용하심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과 당신 백성과의 관계는 혼인관계처럼 일치와 유대를 향하는 결합이어야 합니다. 또한 인간 사이의 혼인 역시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처럼 경외와 존중, 신뢰와 충실성이 전제되어야 하지요. 혼인은 그래서 보호되고 지켜져야 할 성사이고 신비입니다.
"허락된 이들만 받아들일 수 있다."(마태 19,11)
오늘의 복음 대목은 혼인 논쟁에 이어 잠시 독신생활에 대해 비춥니다. "허락된 이들"이란 "하늘 나라 때문에 스스로"(마태 19,12) 육적인 욕망과 쾌락과 미래를 봉헌한 이들을 의미합니다. 혼인생활을 하는 이들이 가족을 통해 관계이신 하느님을 실제적으로 관상한다면, "허락된 이들"은 하느님과의 관계를 통해 혼인적 유대와 일치에 머무르지요. 이처럼 모든 삶의 형태가 하느님과 결합되어 있으니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신랑이신 주님을 바라봅시다. 그분은 우리의 어떤 죄악과 불결함에도 우리와의 혼인계약을 거두지 않으십니다. 여러분 모두 아름다운 신부로서 그분께 충실한 사랑을 바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하느님을 열렬히 사랑하는 이라면 인간과의 사랑에서 달리 행동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과, 그리고 그분께서 맺어주신 짝과 정결한 사랑을 나누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죽음을 자청한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꼴베 사제 축일을 지내며, 다른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는 아니더라도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인 배우자 서로를 위해 또 하느님을 위해 내 목숨을 대신 내어 놓을 수 있을까 다시 묵상해 보는 오늘입니다.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꼴베,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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