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4,23-29)
<평화>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7)."
'평화'는 예수님께서 주시는 선물이고 은총입니다.
그런데 '평화' 라는 것이 무슨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물건을 주고받는 것처럼 예수님께서 평화를 주신다고 해서
우리가 가만히 앉아서 그 평화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라는 말씀은,
'너희가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내가 도와주겠다.'
라는 약속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또는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너희는 내가 누리고 있는 평화를
함께 누릴 수 있다.'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평화를 주셨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그 평화를 받아서 누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로 할 일은 예수님이 주님이시고 승리자이심을 믿는 것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너희가 내 안에서 평화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믿지 못해서 두려워하고 마음이 산란해지는 것은 평화가 없는 모습입니다.
(인간 세상에서도 사람들끼리 서로 믿지 못하면 평화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사랑'입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요한 15,9)."
하느님을 사랑하고 예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이 없으면 평화도 없습니다.
(인간 세상에서도 사랑 없는 평화는 거짓 평화입니다.
겉으로는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도 속에 미움이 가득 차 있다면
그것을 평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
원수를 사랑하지 않으면 평화를 누리지 못합니다.)
세 번째는 계명과 말씀을 실천해야 합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요한 14,23)."
하느님(예수님)과 함께 사는 것이 곧 평화를 누리는 것입니다.
계명과 말씀을 실천하지 않는다는 것은 죄를 짓는다는 뜻입니다.
죄를 지은 상태에서는 평화를 누릴 수 없습니다.
(인간 세상에서도 서로 약속을 지켜야 평화를 지킬 수 있습니다.
한 쪽이라도 협정과 조약과 계약과 공약을 안 지키면 평화가 깨집니다.)
네 번째는 '정의의 실현'입니다.
"정의가 꽃피는 그의 날에
저 달이 다 닳도록 평화 넘치리라(시편 72,7. 공동번역)."
'정의'는 인간들끼리 서로 실천해야 할 일인데,
'사랑'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일입니다.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습니다.
정의 없는 사회에서 힘없는 사람들의 침묵은 평화가 아닙니다.
다섯 번째는 '희망'입니다.
'희망'은 '믿음'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입니다.
지금 어떤 고난을 겪고 있어도
믿음과 희망 속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포자기 상태는 평화가 아닙니다.
또 '평화는 평화를 원하는 사람만 얻을 수 있다.'
라는 뜻에서의 '희망'이기도 합니다.
여섯 번째는 '인내'입니다.
믿고 희망한다면 힘들어도 참고 견뎌야 합니다.
일곱 번째는 '나눔'입니다.
'나눔'도 역시 '사랑'과 밀접하게 연결되는데,
혼자서만 평화를 누리려고 하지 말고
'함께' 누려야 한다는 뜻에서의 '나눔'입니다.
지하 벙커에 혼자 숨어 있는 것이 평화는 아닙니다.
여덟 번째는 '섬김'입니다.
'섬김'은 '사랑, 정의, 나눔'과 모두 연결됩니다.
서로 섬기라는 것이 예수님의 명령입니다(루카 22,26).
우리는 백성을 섬기지는 않고 억압하기만 하는 독재자가
혼자서만 평화를 누리려고 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는데,
백성들에게도 평화가 없지만 독재자 혼자만의 평화도 가짜 평화입니다.
아홉 번째는 '기도'입니다.
'참 평화'는 은총이기 때문에 사람의 힘만으로는 참 평화를 얻을 수 없습니다.
'기도'는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우리가 받을 수 있는 통로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평화'에 관해서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분열)을 주러 왔다(마태 10,34 ; 루카 12,51)."
이 말씀은 겉으로만 보면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라는 말씀과 모순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평화와 세상의 평화는 같지 않기 때문에 모순이 아닙니다.
세상의 평화는 '공동묘지의 평화'와 같습니다.
다른 사람은 다 죽고 혼자서만 살아 있는 것 같은 상태,
또는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고 생명력도 없는 그런 상태,
그것은 껍데기만 평온한 거짓 평화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평화는 모든 사람이 함께 살아 있는 평화입니다.
모두 함께 살아 있고, 사랑하고, 나누고, 섬기는 진짜 평화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칼'은 거짓 평화를 잘라내기 위한 칼입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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