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5월 14일 다해 성 마티아 사도 축일

dariaofs 2013. 5. 14. 00:04

 

                                                                                   (요한 15,9-17)

 

 

<부르심>

 

마티아 사도는

사도단에서 떨어져 나간 배반자 유다 대신에 사도로 뽑힌 인물입니다.

 

그러나 마티아는 유다의 후계자도 아니고, 후임자도 아닙니다.

마티아가 유다에게서 사도 자리를 물려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배반자 유다는 사도직 성소를 스스로 버렸고,

그것은 마치 처음부터 사도가 아니었던 것과 같은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마티아가 사도가 된 일은,

사도단이 배반자 유다의 사도 자격이 무효화되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마티아를 새로 사도로 뽑아서 사도단을 재구성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유다가 사도로 뽑힌 것은 예수님께서 직접 하신 일인데,

사도들이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무효화시킬 수 있을까?

그럴 권한이 있을까?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사도들에게 그 권한을 주셨습니다.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6,19)."

 

사도단이 유다의 사도직을 무효화시키고 마티아를 새로 뽑은 일은

'매고 푸는 권한'을 첫 번째로 행사한 일입니다.

 

한 가지 의문이 더 생깁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기 전에 사도를 새로 뽑으실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시지 않고 사도들에게 맡기셨을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어떻든 사도들이 마티아를 뽑은 것은

이제 그들이 자율적으로 교회를 운영하고 다스리기 시작하는 모습입니다.

 

마티아가 유다를 대신해서 사도가 되었기 때문에

유다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유다를 사도로 뽑으신 일은 지금까지도 수수께끼입니다.

예수님은 유다가 배반할 것을 모르고 그를 사도로 뽑으셨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뽑으신 것일까?

모르고 뽑았다면 예수님의 권능이 문제가 되고,

알면서도 뽑았다면 유다에게 배반의 책임을 묻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유다는 사도로 뽑혔으면서도 왜 배반을 했을까?

우리는 그것도 알 수 없습니다.

복음서에는 유다 자신의 말이 기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유다는 자신의 의지로 배반을 했다는 점입니다.

정해져 있는 운명이라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간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자유의지로 자기의 운명을 선택한 것입니다.

 

만일에 유다가 배반하지 않았다면

예수님의 수난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오해입니다.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죽이려고 음모를 꾸민 일은 유다와 상관없는 일입니다.

유다 때문에 그 음모가 좀 더 쉽게 진행된 것뿐입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일에 가담한 것이 유다의 배반입니다.

 

복음서에는 유다가 사탄의 유혹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루카 22,3),

그렇다고 해서 사탄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탄은 원래 유혹하는 존재이고,

그 유혹을 물리치거나 그 유혹에 빠지는 것은 인간 자신의 책임입니다.

 

예수님께서 '기도가 아니면' 마귀를 쫓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마르 9,29).

유다가 사탄의 유혹에 금방 넘어간 것은

아마도 기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늘 예수님과 함께 지내는 사도였으니

바로 예수님께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했더라면

배반자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도 반성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과 유다 사이의 일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는 항상 '그분'과 '그 사람'의 일로만 생각합니다.

마치 자기는 그런 일과는 상관없는 남인 것처럼.

 

그러나 배반자 유다의 일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유다 자신도

자기가 배반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배교자가 된 신자들도 처음에 세례를 받을 때에는,

또는 환속한 사제나 수도자들도 처음에 서품을 받고 서원을 할 때에는

나중에 자기가 그렇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방심하거나 자만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기가 받은 은총을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그 은총이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루카 19,26)."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