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회개를 이야기하십니다.
"악인도 자기가 저지른 모든 죄를 버리고 돌아서서, 나의 모든 규정을 준수하고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면, 죽지 않고 반드시 살 것이다."(에제 18,21)
악인이건 의인이건 누구에게나 구원의 길은 열려 있습니다. 삶의 과정 안에서 비록 죄악에 물들었어도 주님을 향해 돌아서는 모든 이에게 주님은 한없이 너그러우십니다.
"공정과 정의의 실천"
회개의 증거는 주님께서 바라시는 공정과 정의의 실천으로 표현됩니다. 가던 길을 돌이켜 주님께로 방향을 바꾼 이는 그분의 마음이 바라시는 것을 함께 지향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마음에는 불의하고 불공정한 기득권자들에 의해 가난과 소외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들, 정의와 공정만이 희망인 이들을 가엾이 여기시는 연민의 강물이 늘 흐릅니다.
"의인이 자기 정의를 버리고 돌아서서 불의를 저지르면, 그것 때문에 죽을 것이다."(에제 18,26)
회개하는 악인에게 그처럼 자비로우신 하느님이시지만, 한때 의인이었다가 도중에 주님의 길을 저버린 이에게는 매우 단호하십니다. 한때의 의로움이 면죄부가 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돌아서되 주님을 향해서 돌아서는 것이 주님께서 반기시는 진정한 회개가 되겠지요.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마태 5,24)
예수님은 누군가에게 해를 입혀 원망 받을 일을 저질러 놓고는 천연덕스럽게 하느님 앞에 나아오는 이들에게 일단 멈추라고 하십니다. 지금 주님께 중요한 건 예물 아니라 고통을 겪고 있는 형제입니다.
사람에게 저지른 악행을 주님께 드리는 예물로 무마하려 한다면 그건 예물이 아니라 뇌물일 겁니다. 주님께서 아주 역겨워하시는 모습이지요. 주님께는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있는 그 형제의 마음을 회복시켜 주는 구체적 노력이 우선입니다.
"도중에 얼른 타협하여라."(마태 5,25)
누군가에게 억울한 마음이 들게 해서 고소를 당할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은 세상 법정에서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고소한 이의 마음을 헤아려 보라고 권하십니다. 가난하고 힘없고 약한 이들에게 일말의 죄의식도 없이 행사하는 갑질을 당연히 여기는 세상에서 하느님은 죽을 힘을 다해 마지막 몸부림으로 꿈틀거리는 이들의 편에 서는 분이십니다. 권력으로든 재물로든 신분으로든 스스로 세속에서 칼자루를 쥔 쪽에 가깝다고 여긴다면, 가난한 이들에 대한 자신의 사고와 언행을 주님 마음에 비추어 세심히 성찰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너희가 지은 모든 죄악을 떨쳐 버리고 새 마음과 새 영을 갖추어라."(복음 환호송)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모두가 사는 것입니다. 의인은 그 길을 충실히 걸어 영원한 생명을 얻고, 죄인은 죄의 길을 돌이켜 주님을 향함으로써 살 수 있습니다. 불결하고 부정하고 낡은 자아를 벗어버리고 성령께서 주시는 새 마음과 새 영을 받아 입는 것이 우리에 대한 주님의 바람이 될 것입니다.
사랑 때문에 한없이 약하신 주님처럼 우리도 약자에 대한 연민의 감수성을 회복하여 그분을 닮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사랑하는 벗님! 우리의 이기심과 무관심 때문에 우리 마음에서 밀려난 가난하고 억울하고 소외된 이들 안에 계신 주님께 다가가고 경청하고 연대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이 사순절에 화해와 일치로 주님께서 반기실 가장 값진 예물을 준비하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강 론 말 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1년 2월 28일 사순 제2주일 (0) | 2021.02.28 |
|---|---|
| 2021년 2월 27일 사순 제1주간 토요일 (0) | 2021.02.27 |
| 2021년 2월 25일 사순 제1주간 목요일 (0) | 2021.02.25 |
| 2021년 2월 24일 사순 제1주간 수요일 (0) | 2021.02.24 |
| 2021년 2월 23일 사순 제1주간 화요일 (0) | 2021.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