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가 한 아버지의 형제자매임을 이야기하십니다.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하지 마라."(마태 23,3)
예수님께서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위선을 언급하십니다. 그들의 가르침은 모세를 통해 내려온 하느님의 말씀이니 당연히 따르고 지켜야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사람에게 인정받고 존경받기 위한 위선이니 닮지 말라고 직설적으로 말씀하시지요.
"너희는 모두 형제다."(마태 23,8)
교종 프란치스코가 강조하듯이 아버지는 하느님 한 분이시고 우리 모두는 형제입니다. 영적이건 육적이건 세상에서 아버지의 이름을 부여받은 이들을 하느님 아버지께로부터 위임받은 직분에 겸손과 사랑을 다해 봉사해야 합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은 군림하거나 자기 이익만 취하라고 부여된 것이 아닙니다.
스승이나 선생이라고 불리는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은 제도 안에서 가르치는 직무를 부여받은 이들의 행위를 금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 직무와 권위를 자기 것인 양 행세하지 말라고 경고하시는 것입니다. 말씀하시는 권위의 원천은 하느님과 그리스도이시니까요. 이를 부여받고 위임받은 이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인식하고 자신을 낮추어야 합니다.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23,11)
한 아버지의 자녀로서 우리가 누릴 수 있고 누려야 하는 형제애는 스스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오만과 무시, 직무유기로 인해 병들고 오염됩니다. 예수님은 낮은 자리에서 섬기는 이들이 진정 높은 사람임을 강조하십니다. 예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이유는 당신이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셔서 가장 비천한 죽음까지 끌어안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제1독서에서는 소위 지도자라는 이들에 대한 주님의 경고가 들립니다.
"소돔의 지도자들아, 주님의 말씀을 들어라. 고모라의 백성들아, 우리 하느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라."(이사 1,10)
호명되는 지도자와 백성은 실제로 소돔과 고모라의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소돔과 고모라는 일찌기 아브라함 시대에 멸망한 도시로 타락과 징벌의 대명사처럼 불리우지요.(창세 18-19장 참조) 그만큼 이스라엘의 지도자와 백성의 죄악이 크고 무거움을 표현합니다.
"악행을 멈추고 선행을 배워라. 공정을 추구하고, 억압받는 이를 보살펴라. 고아의 권리를 되찾아 주고, 과부를 두둔해 주어라."(이사 1,17)
주님은 예언자의 입을 통해 당신 앞에서 깨끗함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들려 줍니다. 선행과 공정, 그리고 약자를 돌보는 것이 곧 자신을 씻어 하느님 마음에 드는 존재로 거듭나는 길이지요.
이야말로 복음에서 "너희는 모두 형제다."(fratelli tutti)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실현하는 길입니다. 한 아버지의 자녀인 우리가 "형제애"를 회복하는 길이지요. 물론 이 세상에는 아버지나 스승, 선생의 직분과 역할이 분명히 필요합니다. 다만 이 모든 관계의 저변을 떠받치는 본질이 형제애임을 잊지 않는다면 세상 누구도 소외와 억압의 고통을 겪지 않을 겁니다.
가정이나 공동체에서 자신을 낮추는 이가 많을수록, 섬기는 이가 많을수록 형제애는 더 돈독해집니다. 형제애는 겸손으로 배양되고 존중으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우리가 속한 공동체는 물론 사회 공동체와 지구 공동체, 온 우주의 생태계 공동체로 눈을 돌려 형제애를 회복하는 오늘 되시면 좋겠습니다. 몸을 낮추고 보면 고통받는 형제가 더 잘 눈에 띈답니다. 예수님 말씀대로 낮추고 낮추어 새로운 형제를 얻는 오늘 되시길 빕니다. 나의 귀한 형제이신 벗님을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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