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1년 3월 29일 성주간 월요일

dariaofs 2021. 3. 29. 06:05

오늘 미사의 말씀은 예수님께서 나르드 향유로 도유되신 일화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전달하십니다.

"마리아가 비싼 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가져와서,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 드렸다."(요한 12,3)
어제 우리가 들은 마르코 복음사가의 도유 기사를 기억해 보면, 어제의 복음에서는 어떤 여자가 향유를 예수님의 머리에 부었지요.(마르 14,3) 그런데 오늘 베타니아의 마리아는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붓습니다. 둘 다 매우 값비싼 순 나르드 향유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요.

두 도유 사건 모두 당신의 장례를 준비하는 예식이라고 예수님께서 친히 밝히셨습니다. 마르코 복음의 여인은 예수님의 머리에 향유를 부었고, 요한 복음의 마리아는 발에 부음으로써 본래 시신의 온 몸에 바르는 향유 예식을 저마다의 신학 안에서 상징하고 있지요.

베타니아의 마리아는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닦아드리면서, 이로써 자신의 겸손과 사랑의 심정을 극대화해 드러낸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임금님이 잔칫상에 계시는 동안
나의 나르드는 향기를 피우네."(아가 2,12)
나르드는 인도에서 나는 값비싼 향유로서 사랑의 매혹제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그토록 값진 향유를 고른 마리아에게서 예수님께 최고의 예를 갖추려는 애틋한 마음과 함께, 아가 신부의 뜨거운 사랑의 심경까지 느껴집니다.

제1독서는 주님의 종의 첫째 노래를 들려 줍니다.

"내가 그에게 나의 영을 주었으니"(이사 42,1)
하느님께서 주님의 종인 메시아, 곧 그리스도에게 영을 부어 주십니다. 영은 기름부음으로 주어지지요. "사무엘은 ... 그에게 기름을 부었다. 그러자 주님의 영이 다윗에게 들이닥쳐 그날부터 줄곧 그에게 머물렀다."(1사무 16,13)는 다윗의 도유 기사에서 보여지듯, 예수님도 주님께서 움직이신 한 여인의 행위를 통해 메시아의 결정적 사명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신 것입니다.

"백성을 위한 계약이 되고, 민족들의 빛이 되게 하였으니"(이사 42,6)
주님의 종은 하느님의 영을 받아 구원자로서의 사명을 펼칩니다. 예수님도 백성을 위한 "새 계약"이 되셨으며, 모든 민족을 비추는 "빛"이 되십니다.

다시 복음으로 돌아옵니다.
"온 집 안에 향유 냄새가 가득하였다."(요한 12,3)
향기가 풍겨내는 냄새는 공기를 타고 경계를 넘어 집 안의 온 공간마다 스며듭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 맺으신 "새 계약"도 세상이 구획 지어 놓은 모든 구분의 경계를 넘어서지요. 민족과 인종과 성별과 문화를 넘어 그리스도의 향기로 퍼져 나갑니다.

그리고 "빛" 또한 독점하거나 꽁꽁 감추어 둘 수 없는 특성을 지닙니다. 빛은 어느 틈엔가로 새어들어 와서 결국 모든 이에게 보여집니다. 점점 전달되고 퍼져나가 어둠을 물리치지요. 우리가 고대하는 부활의 빛 또한 그러합니다.

"이 여자를 그냥 놔두어라. 그리하여 내 장례 날을 위해 이 기름을 간직하게 하여라."(요한 12,7)
예수님은 사랑 앞에서는, 사랑을 가로막는 인간의 이성과 논리와 합리성을 유예하라고 명하십니다. 다만 장례날까지라도 말이죠.

예수님이 잘 나가고 명성을 떨치며 승승장구할 때 곁을 지키며 과시하던 애정은 진정한 사랑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음을 우리는 수난기를 통해 절감했지요. 예수님을 향한 뜨겁고 애절한 진짜 사랑은, 처절한 실패와 죽음의 현장에 이르기까지, 또 맥없이 숨을 놓아버린 가련하게 창백한 시신에게까지 간직되고 베풀어져야 하는 진정성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동반하는 이 성주간에 더욱 뜨겁게 그분께 사랑을 바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행여라도 사랑 아닌 것을 사랑인 척 포장하지 않기를, 사랑이 시키는 일을 가로막지 말기를, 사랑이 원하시는 일에 충심을 다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이 무겁고 어둡고 슬픈 시간이 사랑으로 위로받을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성주간 월요일, 오늘은 그동안 간직해 온 벗님만의 귀한 사랑의 향유를 주님께 아낌없이 부어드리는 낭비의 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주님께라면 여러분의 사랑을 그분만 아시도록 살짝 '플렉스(flex,과시)'해도 된답니다! 베타니아의 마리아처럼...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