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1년 3월 31일 성주간 수요일

dariaofs 2021. 3. 31. 06:06

오늘 미사의 말씀에서는 죄인인 우리를 대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이 보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 넘길 것이다."(마태 26,21)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무나 충격적인 말씀을 던지십니다. 행여 농담으로 들을까 싶으신지 "진실로"라고 못을 박으셨지요.

"저는 아니겠지요?"(마태 26,22.26)
이에 제자들은 몹시 근심하며 스승께 여쭙니다. 유다를 제외하고는, 자기 속을 샅샅이 살펴봐도 그런 생각을 떠올린 적이 없으니, 남들도 자기와 같을 거라 여겼을 겁니다. 스승이요 주님이신 분과 누린 행복한 만찬이 갑자기 의혹과 두려움으로 요동칩니다. 이때 유다도 다른 제자들과 소리를 맞추어 짐짓 모르는 척, 같은 질문을 던지지요.

제1독서는 주님의 종의 셋째 노래를 들려 줍니다.

"그분께서 아침마다 일깨워 주신다."(이사 50,4)
주님의 종은 주님의 뜻을 압니다. 그분께서 몸소 일깨워 주시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아침마다!" 아침은 하루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밤새 정화되고 비워져 다시 새로워진 마음과 영혼을 가리킵니다.

매번 새로워진 존재의 귀에 주님께서 변함없이, 반복해서, 인내로이, 충실하게 당신의 뜻을 속삭이십니다. 주님의 종은 이를 듣고 깨우쳐 그 길로 나아가지요. 그런데 안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현실인지 오늘 예수님을 통해 느낍니다.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마태 26,25)
예수님은 다 아시면서도 유다를 열두 제자로 포용하시고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그에게 친절하셨고 정성을 다하셨지요. 자기 욕망과 그릇된 선택으로 방향타를 놓쳐버린 유다를 무한히 연민하시고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예수님께는 앎이 감정을 우선하지도, 사랑을 약화시키지도 않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자기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대로 떠나간다."(마태 26,24)
이것이 예수님의 신념입니다. 당신은 아버지의 뜻을 이루러 오셨고, 그 아버지의 뜻은 성경에 이미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그분은 악역일지라도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 이에게 실망하지 않으셨고, 분노나 미움에 걸려 넘어지지 않으셨지요. 이 풍진 세상에서 오만 부류의 사람들과 얽혀 살아가야 하는 우리가 염두에 두고 청해야 할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주 하느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이사 50,5)
귀가 열리면 눈과 마음도 열려,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길을 가게 됩니다. 거역하지도 않고 물러서지도 않지요. 아니, 거역할 수 없고 물러설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경청하는 이의 존재에 깊숙히 스며들어 자신을 사로잡으신 분과 하나가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예수님의 앎은 단죄가 아니라 사랑을 부릅니다. 예수님께 앎과 사랑은 하나지요. 그래서 그분은 부족하고 죄인이면서 염치까지 없는 우리를 다 아시면서도 사랑을 쏟아 주십니다. 이 성주간, 주님의 부활을 준비하며 몸과 마음을 정화해 나가는 우리에게 예수님의 앎과 사랑이야말로 희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에 덧붙여, 주님과의 일치로 나아가는 우리를 더욱 단련시키고자 유다처럼 가시도 되어 주고 걸림돌도 되어 주는 이들 너머로 주님의 뜻을 바라볼 수 있는 관대한 사랑 또한 청합시다. 저마다 무겁고 버거운 실존을 지고 걸어가는 우리 모두가 연민이 필요한 형제요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보라,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는데, 나를 단죄할 자 누구인가?"(이사 50,9)

오늘은 이 말씀을 꼭 붙잡고 담대히 주님과 함께 나아가시길 축원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