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5월 20일 다해 연중 제7주간 월요일 (시에나의 성 베르나르디노 사제)

dariaofs 2013. 5. 20. 08:10

 

                                                                       (시에나의 성 베르나르디노 사제)

                                                                                  (마르 9,14-29)

 

 

<믿음과 기도>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파견하실 때,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셨습니다(마르 6,7).

제자들은 떠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했고, 많은 마귀를 쫓아냈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습니다(마르 6,12-13).

 

그랬던 제자들인데, 마귀를 쫓아내지 못하는 일이 생겼습니다(마르 9,18).

아마도 그들은 몹시 당황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그 마귀를 쫓아내신 뒤에 그들은

"어째서 저희는 그 영을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

라고 예수님께 질문하게 됩니다(마르 9,28).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

라고 대답하십니다(마르 9,29).

이 말씀은, 마귀는 원래 사람의 힘으로는 쫓아낼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마귀보다 더 힘이 센 분(루카 11,22)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주신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지만,

그 권한은 예수님과 연결되어 있을 때에만 효력이 있는 권한이었습니다.

예수님과의 연결이 끊어지면 그 권한도 힘을 잃는다는 것입니다.

 

제자들과 예수님을 연결하는 끈이 바로 '기도'입니다.

지금 말하고 있는 '기도'는

마귀보다 더 힘이 센 분이신 예수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일을 뜻합니다.

그래서 마귀를 쫓아내는 '기도의 힘'은 곧 '예수님의 힘'입니다.

 

제자들이 파견되어서 활동할 때 마귀들을 쫓아낼 수 있었던 것은

기도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자기들이 마귀를 쫓아냈었다는 것만 생각하고,

기도를 해서 쫓아냈다는 것은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들은 자만심에 빠져서 기도를 하지 않고

자기들의 힘으로 마귀를 쫓아내려고 하다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백전백패입니다.)

 

그런데 마태오복음에는 예수님께서 "너희의 믿음이 약한 탓이다."

라고 대답하신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마태 17,20).

이 말씀은 마르코복음의 말씀과 같은 뜻입니다.

 

믿음이 약해서 마귀를 쫓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예수님의 힘은 믿지 않고 자신들의 힘만 믿었기 때문에

마귀를 쫓아내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제자들이 자신들의 힘을 믿지 않고 예수님의 힘을 믿었다면,

그래서 그 힘을 요청했다면(기도했다면)

마귀를 쫓아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믿음과 기도'에 관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온갖 유혹을 물리치는 일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사실 우리에게는 '마귀를 쫓아내는 일'보다는

'유혹을 물리치는 일'이 더 현실적으로 필요한 일입니다.

오늘날에는 세속의 유혹이 사탄처럼 다가오는데,

믿음이 흔들리면 그 유혹을 물리치는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믿는다면 당연히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믿는다는 것이 의미가 없습니다.

실천하지 않는 믿음은 죽은 믿음인데(야고 2,17),

실천 가운데 첫 번째는 기도입니다.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 가라.' 하더라도 그대로 옮겨 갈 것이다.

너희가 못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마태 17,20)." 라는 예수님 말씀은,

믿기만 하면 무슨 초능력을 발휘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말씀은 산을 옮기실 수 있는 주님을 믿어야 한다는 뜻이고,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면

그렇게 하실 수 있는 주님을 믿고 기도하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믿음도 없이 기도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수님께 자기 아들을 고쳐 달라고 청했던 사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하실 수 있으면 저희를 가엾이 여겨 도와주십시오(마르 9,22)."

 

'하실 수 있으면'이라는 말은

예수님께서 하실 수 있다는 믿음이 없거나,

아니면 아직 믿음이 부족하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하실 수 있으면'이 무슨 말이냐?" 라고 말씀하십니다(마르 9,23).

 

예수님께 도와달라고 청하려면 도와주실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하고,

또 도와주신다는 것도 믿어야 합니다.

 

'기도'는 열심히 하는데 '기대'는 별로 하지 않는 사람이 실제로 있습니다.

마치 복권을 사 놓고서

'당첨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할 수 없고...' 같은 태도로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서 기도를 하지만, 기도한다고 다 그대로 되겠어?"

이런 마음으로 바치는 기도는 기도가 아니라 그냥 '빈말'입니다(마태 6,7).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