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5월 25일 다해 성 베다 사제 학자, 성 그레고리오 7세 교황,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데 파치 동정

dariaofs 2013. 5. 25. 09:26

 

                                                                                    (마르 10,13-16)

 

 

<어린이처럼>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

사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마르 10,14-15)."

 

지난 5월 21일의 복음 말씀에서도

예수님께서 '어린이'와 관련된 말씀을 하셨는데,

그때 말씀하신 '어린이'는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보잘것없는 사람'을 상징했습니다.

5월 25일 복음 말씀의 '어린이'는

'하느님 말고는 의지할 곳이 없는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을 상징합니다.

두 복음 말씀의 '어린이'는 사실상 같은 뜻입니다.

배경 상황이 달라서 표현이 조금 다르게 된 것뿐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의 것이다.' 라는 말씀과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 라는 말씀은

같은 뜻의 말씀이 반복된 것인데,

'어린이가 되어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 라는 뜻입니다.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 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부모만 믿고 의지하는 어린이처럼

하느님만 믿고 의지하는 신앙인이 되어야 한다.' 라는 뜻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만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들어가는 나라입니다.

(돈만 믿고 돈의 힘에만 의지한다면 돈의 나라에 들어갈 것이고,

권력만 믿고 권력의 힘에만 의지한다면 권력의 나라에 들어갈 텐데,

그런 나라는 무슨 나라일까? 사탄의 나라일까?

하여간에 그런 나라가 하느님 나라가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파견하실 때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신 것은(마르 6,8)

'어린이처럼 하느님만 믿고 의지하라.' 라는 뜻이었습니다.

뭔가를 가지고 있으면 그것에 의지하게 되는데,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면 하느님만 믿고 의지하게 됩니다.

 

창세기의 이스마엘은

'하느님 말고는 의지할 곳이 없었던 어린이'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스마엘은 이사악이 태어난 뒤에 어머니 '하가르'와 함께 쫓겨나는데,

그들 모자는 쫓겨날 정도로 잘못한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종이었다는 것과 여종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것이 죄는 아닙니다.

그래서 이스마엘과 하가르는 정말로 억울하고 서러운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이스마엘과 하가르를 쫓아내면서

'빵과 물 한 가죽 부대'만 주었습니다(창세 21,14).

너무나도 냉정하고 비정한 모습입니다.

그 빵과 물이 떨어지면 이스마엘과 하가르가 광야에서 죽게 된다는 것을

아브라함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그 전에 하느님의 말씀이 아브라함에게 내리긴 했지만,

하가르와 이스마엘은 영문도 모르고 쫓겨났고,

아무런 설명도 못 들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아침 일찍 일어나

양식 얼마와 물 한 부대를 하갈에게 메어 주며

아이를 데리고 나가게 하였다.

하갈은 길을 떠나 얼마쯤 가다가 브엘세바 빈들을 헤매게 되었다.

부대의 물이 떨어지자 하갈은 덤불 한 구석에 아들을 내려놓고

'자식이 죽는 것을 어찌 눈 뜨고 보랴.'고 탄식하며

화살이 날아가는 거리만큼 떨어져서 주저앉아 이스마엘을 바라보았다.

하갈은 이스마엘이 소리 내어 우는데도 주저앉아 그저 바라만 보았다.

하느님께서 그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으시고...... (창세 21,14-17. 공동번역)"

 

이 장면은 참으로 가엾고 딱하고 불쌍한 장면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기가 죽어가는 꼴을 보아야 하는

어머니의 심정은 얼마나 참혹했을까?

그런데 이 장면에서

하느님께서 그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으셨다는 구절이 중요합니다.

이스마엘은 하느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혼자 힘으로는 살아날 수 없었던 아직 어린 아기였습니다.

 

창세기에 이스마엘처럼 절망적인 상황에 놓였던 어린이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요셉'입니다.

요셉이 형들에게 미움을 받고 노예로 팔려갈 때,

이스마엘보다는 나이가 많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어린이였습니다(창세 37장).

요셉은 주변에 믿고 의지할 사람이 하나도 없었으니

오직 하느님만 믿고 의지했을 것이고,

하느님께서는 그런 요셉과 늘 함께 계셨습니다(창세 39,2).

 

사람에 따라 조금씩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생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이스마엘과 요셉처럼 광야에 혼자 버려져서

외로운 여행길을 걷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극한의 위기 상황을 겪지 않더라도

항상 그렇게 어린이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만이

(하느님을 찾는 사람만이)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