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5월 31일 다해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dariaofs 2013. 5. 31. 06:30

 

                                                                                 (루카 1,39-56)

 

 

<마리아, 엘리사벳, 성모송>

 

마리아께서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일을 축일로 정해서 경축하는 것은

엘리사벳의 '증언'과 마리아의 '찬미'가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서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하고,

예수님에 관한 여러 가지 예언을 한 일은 마리아만 알고 있는 일입니다.

요셉의 꿈에 천사가 나타나서 마리아의 성령 잉태를 알려준 일도(마태 1,20)

요셉만 알고 있는 일입니다.

(두 상황을 합하면 마리아와 요셉만 알고 있는 일이 됩니다.)

 

엘리사벳은 그 일의 당사자가 아닌 사람으로서

마리아의 성령 잉태를 처음으로 증언한 사람입니다.

또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부르고,

마리아를 '주님의 어머니' 라고 부른 첫 번째 사람이기도 합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루카 1,43)' 라는 말의 '주님'은 예수님이고,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루카 1,45)' 라는 말의 '주님'은 아버지 하느님입니다.

 

(성경의 그리스어 원문에서 두 문장의 '주님'은 똑같은 단어입니다.

문장의 뜻에 따라 예수님과 아버지 하느님이 구별될 뿐입니다.

우리가 마리아를 '천주의 성모' 라고 부르는 것은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믿기 때문이지만,

엘리사벳이 마리아를 '주님의 어머니' 라고 불렀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성령 잉태를 알게 된 것은

마리아에게서 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성령의 인도를 받았기 때문입니다(루카 1,41).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부른 것도 역시 성령의 인도에 의한 일입니다.

 

그런데 성령의 인도를 받아서 말했다는 것이

성령에 사로잡혀서 자기도 모르는 말을 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엘리사벳은 하느님께서 마리아에게 하신 일들을 성령의 도움을 받아서 깨달았고,

자기 자신의 의지로 증언했고,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마리아께서 엘리사벳을 찾아가신 것은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됩니다.

(엘리사벳의 임신도 축하하면서...)

 

마리아께서 엘리사벳에게 전하신 기쁜 소식의 내용은

'마리아의 노래' 속에 들어 있습니다.

 

마리아께서 자기에게 일어난 일들이 불안하고 두려워서

엘리사벳과 의논하려고 찾아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오해이고,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만나는 장면에는

두려움도 없고 불안도 없고 오직 기쁨뿐입니다.

엘리사벳도 행복한 모습이고, 엘리사벳이 본 마리아의 모습도 행복한 모습입니다.

'마리아의 노래'는 '기쁨'으로 가득 찬 찬미가입니다.

 

그 행복과 기쁨은 신앙인들이 오랫동안 기다렸던

메시아의 강생이 이루어진 것에 대한 행복과 기쁨이고,

하느님께서 이제 본격적으로 구원사업을 시작하신 것에 대한 행복과 기쁨입니다.

물론 자기 자신이 선택된 것에 대한 행복과 기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로 그 '기쁨'을 엘리사벳에게 전하려고 찾아가셨다는 것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의미를 생각할 때, 마리아께서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일은

중요한 일이고, 축일로 정해서 경축할만한 일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바치는 '성모송'은 가브리엘 천사와 엘리사벳의 인사말에

우리를 위해서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합한 기도문입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루카 1,28)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루카 1,42).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루카 1,43),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엘리사벳은 예수님의 탄생 이후에도,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 후에도

마리아의 역할이 계속된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성령의 인도를 받았으니 분명히 알았을 것이고, 믿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엘리사벳도 마리아에게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라고 부탁했을지도 모릅니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축하 인사에 대해서 '마리아의 노래'로 응답하시는데,

'마리아의 노래'는 하느님과 하느님의 일을 찬미하는 노래이면서 동시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라는

우리의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응답으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마리아의 노래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언급한 구절들(루카 1,50.55)을

사람들이 하느님의 자비를(구원을)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마리아는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라고 응답하셨습니다.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라는 말은,

'그 일이 이루어지도록 기꺼이 협력하겠습니다.' 라는 뜻도 되는데,

사람들의 처지는 외면하고 하느님의 일에만 협력하겠다는 뜻이 될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을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시는 분이라면

당연히 사람들이 하느님의 구원을 받을 수 있도록 사람들도 도와주실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마리아께서 우리가 구원받을 수 있도록

우리를 위해서 기도해 주신다는 것을 믿을 수 있습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