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6월 3일 다해 연중 제9주간 월요일(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dariaofs 2013. 6. 3. 08:47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마르 12,1-12)

 

 

<머릿돌>

 

6월 3일의 복음 말씀은

마르코복음 12장 1절-12절,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입니다.

포도밭 주인은 하느님이고, 소작인들은 유대인들이고,

종들은 예언자들이고, 주인의 아들은 예수님입니다.

 

소작인들이 소작료를 받으러 온 종들을 매질하거나 죽였다는 내용은

예언자들을 박해하고 죽였던 유대인들의 역사를 이야기한 것입니다.

소작료는 충실한 신앙생활을 뜻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유대인들을, 또는 신앙인들을

'소작인'으로 표현하신 것은

실제로 소작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비유를 위한 표현일 뿐입니다.

신앙인들은 하느님의 소작인이 아니라 자녀들입니다.

비유의 소작인들을 '자녀'로 바꾼다면 소작료는 '효도'가 됩니다.)

 

주인이 아들을 보내는 것은

소작인들을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회개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마르 12,6)

아들을 보냈다고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일은

인간들이 회개하고 구원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 마지막 기회 다음에 남아 있는 것은 심판뿐입니다.

 

포도밭 주인이 소작인들을 없애버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포도밭을 준다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유대교가 받은 은총과 특권이 그리스도교에게로 넘어간다는 것을 뜻하지만,

그리스도교 신앙인들도 자만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불충실한 소작인들은 누구든지, 또 언제든지 포도밭을 빼앗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비유를 말씀하신 뒤에 시편 구절을 덧붙이십니다.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시편 118,22-23)."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은

사람들이 집을 짓는 데에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여겨서 내다버린 돌인데,

여기서는 예수님을 뜻합니다.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거짓 예언자, 신성 모독자, 사기꾼으로 생각하고 죽였습니다.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고 메시아라는 것을

안 믿고(못 알아보고) 죽인 것입니다.

 

그러면 소작인들이 주인의 아들을 알아보고 죽였다는

비유의 내용과는 맞지 않게 되는데,

비유는 유대인들이 회개하지 않고

점점 더 큰 죄를 짓고 있다는 것을 묘사하기 위한 것이고,

실제 상황을 그대로 나타낸 것은 아닙니다.

 

'모퉁이의 머릿돌'은

집을 지을 때 공사 관계자의 이름이나 공사 날짜 등을 새겨서

모퉁이에 앉혀 놓는 돌이고, 건축물의 기준점으로 삼는 돌입니다.

여기서는 예수님이 새로운 교회, 또는 하느님 나라의

주님이시라는 것을 뜻합니다.

(머릿돌과 주춧돌은 다릅니다.

주춧돌은 기둥 밑에 괴는 돌이고,

성경에서는 사도들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라는 구절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심으로써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고 메시아라는 것이 드러나게 되고,

그래서 사람들이 놀라게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사람들이 놀라는 것은

하느님께서 쓸모없는 돌을 머릿돌로 바꾸셨기 때문이 아니라,

그 돌이 원래 머릿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쓸모없는 돌을 머릿돌로 바꾸신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머릿돌이었으니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놓으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 중인 이야기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전부 다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 소식을 듣고 놀란 것도 아니고, 믿은 것도 아닙니다.

안 믿으려고 하는 사람은 여전히 안 믿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예수님이 머릿돌이든지 아니든지 관심도 없습니다.

종교와 신앙은 쓸모없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여가 시간에나 하는 취미활동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그런 사람들이 예수님을 쓸모없다고 여겨서 내다버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종말과 심판 때가 되면

그 돌이 자기 인생의 '모퉁이의 머릿돌'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놀라게 될 텐데,

그러나 그때는 이미 너무 늦은 때가 될 것입니다.

 

사람의 인생을 각자 자기의 집을 짓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신앙생활을 잘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머릿돌 위에 자기 집을 튼튼하게 잘 짓는 사람이고,

믿음도 없고 회개하지도 않는 사람은

머릿돌이니 주춧돌이니 그런 것에는 신경 쓰지 않고

대충 아무렇게나 집을 짓는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람들에게 이렇게 경고하십니다.

"그러나 내 말을 듣고도 실행하지 않는 자는,

기초도 없이 맨땅에 집을 지은 사람과 같다.

강물이 들이닥치자 그 집은 곧 무너져 버렸다.

그 집은 완전히 허물어져 버렸다(루카 6,49)."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