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6월 29일 다해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dariaofs 2013. 6. 29. 01:09

 

                                                                                     (마태 16,13-19)

 

 

<사도들>

 

베드로 사도가 '예수님은 그리스도' 라고 고백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마태 16,17)."

 

'살과 피가 아니라' 라는 말은 '인간적인 능력이 아니라' 라는 뜻입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알려 주셨다는 말은

하느님께서 계시를 주셨다, 또는 지식의 은총을 주셨다, 라는 뜻입니다.

'너는 행복하다.' 라는 말은 '너는 복 받은 사람이다.' 라는 뜻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으니 베드로 사도는 복 받은 사람입니다.

'시몬 바르요나'는 '요나의 아들 시몬'이라는 뜻인데,

'시몬'은 베드로의 원래 이름입니다.

 

이 설명을 종합하면,

'베드로 사도가 예수님은 그리스도라고 고백한 것은

그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을(계시를) 받아서 한 것이고,

그래서 그는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다.'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베드로 사도가 하느님의 특별한 선택을 받았음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그가 선택을 받은 것은 그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베드로는 인간적으로 약점과 결점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하느님께서 그를 선택하셔서 은총을 베풀어주셨기 때문에

사도로서 사명을 완수할 수 있었다.' 라는 식으로 표현합니다.

이런 표현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닌데,

사도 자신의 응답과 노력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하느님은 걸림돌을 디딤돌로 바꾸실 수 있는 분이지만,

사도들 자신들도 그렇게 변화되기 위해서 노력했음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사도들을 본받자.' 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됩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강조하기 위해서

사도들의 약점과 결점만 부각시키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고,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사도들을 깎아내리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복음서에 기록되어 있는 사도들의 실수나 잘못이나 결점들은

복음서 저자들이 사도들을 비하하기 위한 의도로 기록한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위대한 사도가 되었음을 말하기 위해서 기록한 것입니다.

사도들은 부르심에 응답했고, 또 노력했고,

자기들에게 맡겨진 사명을 목숨 바쳐 수행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처음에는 바람과 파도를 보고 두려워해서

믿음이 약하다고 혼났는데(마태 14,31),

나중에는 사형 집행 전날인데도 태평스럽게 잠을 잘 정도로(사도 12,6)

믿음이 강한 사도로 변화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수난 때에는 용기가 부족해서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했지만(마태 26,69-75),

나중에는 최고의회 의원들 앞에서

당당하게 예수님을 증언하는 설교를 할 정도로(사도 4,8-22) 변화되었습니다.

 

사도들이 자기들 가운데 누가 가장 높은 사람이냐고

말다툼을 벌일 때에(루카 22,24) 베드로 사도는 아무런 역할도 못했지만,

나중에는 비신자들도 교회에 호감을 가지게 될 정도로(사도 2,47)

교회를 잘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순교함으로써

'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놓겠다(요한 13,37).'

라는 자신의 맹세를 지켰습니다.

 

그의 이런 변화가 저절로 된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열매를 맺으려면

은총을 받은 사람의 응답과 노력이 합해져야 합니다.

사도들은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기도했습니다.

 

우리는 천사들을 본받자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천사들이란 원래 그런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도들을 본받자고 말하는 것은

그들이 우리와 똑같은 보통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똑같은 보통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은 믿으려고 노력했고, 예수님께 충성하려고 노력했고,

최선을 다해서 희생하고 헌신하고 봉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그런 노력을 본받아야 합니다.

 

오순절 날 사도들에게 성령이 내릴 때,

그때 사도들은 한자리에 모여 있었는데,

그들은 모여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들은 분명히 기도를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여러 여자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그분의 형제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다(사도 1,14)."

(모여서 술이나 마시고, 세속적인 잡담이나 나누고, 화투나 치고 있었다면,

그들에게 성령이 내릴 수 있었을까?)

 

사람 쪽에서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데도

하느님께서 일방적으로 은총을 내려주시는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성령을 내려주시는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 사도를 교회의 반석으로 삼으신 것은

그가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고, 그래서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울을(바오로를) 사도로 선택하신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교회를 박해한 것은 몰라서 그랬던 것이고,

그는 하느님에 대한 열정의 방향만 바로잡기만 하면 되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던' 사도였습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