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6월 30일 다해 연중 제13주일

dariaofs 2013. 6. 30. 05:32

 

                                                                                    (루카 9,51-62)

 

 

<예수님을 따르려면>

 

어떤 사람이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마태 9,58)."

이 말씀은 당신을 따르려면 고난을 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는 말은 잠시 앉아서 쉴 곳도 없다는 뜻입니다.

(이 내용 바로 앞에 사마리아인들이 예수님을 거부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떤 사람에게 '나를 따라라.' 하시자 그 사람은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달라고 말합니다(마태 9,59).

'먼저'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고 '나중에' 예수님을 따르겠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고,

너는 가서 하느님의 나라를 알려라(마태 9,60)."

이 말씀은 가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죽은 이들'이라는 말은 '세속'을 뜻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부모에게 효도하되 세속적인 효도를 하지 말고

하느님 나라의 효도를 하여라.' 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세속적인 효도는 물질적으로만, 또는 겉으로만 하는 효도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효도는 하느님의 사랑으로(아가페로) 하는 효도입니다.

 

고향에 있는 부모에게 정기적으로 용돈과 생활비를 보내 드리지만

사랑도 없고 찾아 뵐 마음도 없다면 그것을 효도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죽은 부모의 장례를 세속적으로 거창하게 치르더라도

사실은 자기를 과시하려는 욕심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라면

그것을 효도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부모에게나 죽은 부모에게나

정성을 다 해서 효도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하는 것이 진짜 효도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 어떤 사람이 주님을 따르겠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먼저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게 허락해 주십시오."

라고 말합니다(마태 9,61).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라고 하십니다(마태 9,62).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일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의 마음을 꿰뚫어보셨습니다.

작별 인사가 문제가 아니라,

그가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 라는 것을 알아보셨다는 것입니다.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본다는 것은

세속적인 것들에 대해서 집착하면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 집착과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것은 낙타와 바늘구멍의 비유와 비슷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미 앞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는 말은

'무조건' 십자가에 못 박혀서 죽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십자가도 '각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가시밭길과 십자가의 길만 있는 것은 아니고,

중간에 편한 길도 만날 수 있는데,

편한 길만 찾고 힘든 길을 외면한다면 예수님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는 일 속에는

세속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버리는 것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세속'은 단순히 덜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을 얻는 일에 방해가 되는 걸림돌입니다.

 

예수님께서 앞장서 가신 길을 사도들이 뒤따라가고,

사도들이 간 길을 또 후배들이 뒤따라가는 것이 바로 신앙생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갈 수 없는 길을 가신 것이 아니라,

누구나 따라갈 수 있는 길을 가셨습니다.

누구에게는 더 힘들고, 누구에게는 덜 힘든 길이 아닙니다.

뒤따라가려고 결심하고, 또 노력하면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태어날 때부터 성인 성녀였던 사람만 들어가는 나라가 아니라,

평범한 보통 사람들도 들어가는 나라입니다.

무슨 재능이 부족해서 못 들어가는 일은 없겠지만,

노력이 부족해서 못 들어가는 일은 많을 것입니다.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은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는

안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은 못 들어가고,

들어가기를 원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